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은 미래의 창출을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는 본받아야 할 나라”라고 강조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반면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은 “산업화 시대에 맞는 규격화된 교육을 고집하고 있는데, 미래에는 지식기반 사회에 맞는 교육제도로 먼저 개혁하는 국가가 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즉 토플러의 말은 기존의 한국 교육시스템을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빨리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오바마의 말도 맞고 토플러의 말도 맞지만,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를 감안할 때 창의적 인재양성이라는 토플러의 주장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의 초등학교 교육은 무엇보다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작년 여름, 미국의 한 교육단체가 실시하는 여름 캠프에 가볼 기회가 있었다. 아침 9시가 되자 교사들은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며 캠프에 도착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을 반기고 있었다.
한국에서 자란 사람들은 공부라는 것은 그냥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으로 배워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다. 그래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에 익숙하다.
그런데 2002년 한국의 축구국가대표팀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하자 한국사회에도 조그마한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히딩크 감독에 따르면,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는 한국의 국가대표선수들은 골대 앞에서 공만 잡으면 긴장하여 온 몸에 힘이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경기를 즐기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 이후 한국사회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좋아서’ 하는 사람에게 또 좋아서 하는 사람은 ‘즐기면서’ 하는 사람에게 못 당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캘리포니아, 알바니에는 오션 뷰 초등학교가 있다. 그곳에 재직하고 있는 베스 던 선생님은 2학년5반 담임을 맡고 있다.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던 선생님의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마치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런 모습이다. 그런데 이 교실에는 책걸상도 있지만 이따금씩 일반 의자 대신에 공 의자를 사용하기도 한다. 공 밑 부분에는 네모난 것이 4개가 붙어 있어 공이 구르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
던 선생님은 어린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어갈 때쯤이면 책걸상을 교실 한 쪽 구석으로 밀쳐두고 아이들이 공위에 앉아서 수업을 듣도록 한다. 한편으로는 좋은 교수법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어떻게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물어보았다.
던 선생님은 공을 의자로 사용하면 무엇보다 저학년 어린 학생들에게 바른 자세를 유도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의 좌우 뇌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일반 아이들은 물론 과잉행동장애나 학습장애가 있는 아이에게 효과적이라고 한다.
일반 의자에 앉아있을 경우 아이들은 책상에 엎드리는 등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수업 분위기를 바꾸는 차원에서 가끔씩 공 의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공 의자를 더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니 선생님의 답은 한마디로 “물론!”이었다. 아이들에게 인기최고라는 것이다. 공을 가지고 놀이삼아 점프를 하기도 하고 또 장난이 심한 아이는 연필로 공 의자를 터트리기도 해 아예 예비 공 의자를 몇 개 더 준비해 두었다고 한다.
일반 의자에서 공 의자로 바꿀 때 선생님은 반 아이들이 마음껏 점프할 수 있도록 “15초 팝콘타임(popcorn time)”을 준다. 실컷 뛰게 한 뒤 수업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팝콘타임을 주어도 아이들은 금방 수업분위기로 돌아온다고 한다. 잠깐 동안 분위기를 쇄신함으로써 어린 학생들이 다시 수업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공 의자를 언제까지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선생님은 매년 사용할 거라고 한다.
박정오 UC 버클리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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