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빅뉴스가 터지고 있다. 애리조나에서 들려온 총성에 미 전국이 충격에 빠져들었다. 바로 뒤이어 보도된 뉴스가 튀니지 사태다.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독재자가 철권통치 23년 만에 국민봉기로 무너졌다.
그리고 온 세계의 이목은 백악관으로 집중됐다. 본격적인 G2시대 개막을 알리는 오바마와 후진타오의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다. 떼로 죽음을 당하고 있다. 아니 그 정도로는 표현이 모자란다. 레바논의 전 대통령 아민 게마이엘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인류 학살에 비유했다. 그런데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새해를 알리는 제야의 종소리가 울린 지 얼 마 안 된 시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한 콥트 기독교 교회에 폭탄이 투여됐다. 그 사건으로 21명이 숨졌다. 그리고 한 주 후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한 주지사가 살해됐다. 회교령에 따라 사형선고가 내려진 기독교도를 비호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이 두 사건은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같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기독교다. 알렉산드리아에서의 사건은 기독교 교회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다.
이슬라마바드에서의 사건은 온건파 회교 유력자가 기독교도를 옹호한 데서 빚어진 살인극이다.
기독교 신앙은 유대인에게는 걸림돌로 시작됐다. 그리스인들에게는 어리석음으로 비쳐졌다. 그리고 이슬람에게는 신성모독이 됐다. 그래서인가. 아랍권, 더 나아가 이슬람권 전체에서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게 기독교 박해이고 기독교도 살해사건이다.
월드 워치 리스트에 따르면 이슬람이 종교적 다수인 10개 나라 중 8개 나라에서 기독교 박해 행위가 저질러지고 있다. 그 중 7개 나라에서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948년 예루살렘인구의 20%는 기독교도였다. 오늘날은 2%도 안 된다. 수세기 동안 베들레헴 인구의 80% 정도를 기독교도들이 차지했었다. 오늘날에는 30%도 안 된다. 이라크의 기독교도 수는 140여만을 헤아렸었다. 이라크 전쟁 후 그 수치는 40만 정도로 줄었다. 이슬람의 조직적인 박해를 피해 많은 기독교도들이 해외로 탈출했기 때문이다.
이슬람권 나라 중 기독교 박해가 가장 심한 곳은 이라크다. 최근 들어 이라크의 상황은 전체적으로 크게 호전돼 폭력사태는 현저히 줄었다. 기독교 박해 상황은 그러나 더 악화되고 있다. 지난 10월말 일단의 이슬람 민병대가 기독교 교회를 덮친 게 바로 그 예다.
이슬람 민병대는 100명의 기독교도들을 인질로 잡고 보안군과 전투를 벌였다. 여기에서 희생된 사람은 70여 명이다. 이는 그러나 이라크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독교도 박해사태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이 그러면 이토록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가. 석유, 지정학이란 현실에 바탕을 둔 냉정한 서방국가들의 국익계산, 그리고 서방세계 전체의 무관심 등이 한 원인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후 이라크 기독교도들에 대한 박해는 오히려 더 심해졌다. 절대다수 이슬람의 눈치 보기가 미국의 전략이라면 전략. 때문에 기독교 국가 미국의 군대가 이라크에 진주했지만 그 땅의 기독교들은 더 엄청난 박해를 받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기독교 박해 사태 악화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확장에서 찾을 수 있다. 엄격한 회교 율령에 의해 다스려진 중세 이슬람제국의 부활이 이들의 꿈이다. 그 꿈을 이루는 데 있어 최대의 적은 서방, 곧 기독교다. 때문에 그 기독교는 이들에게는 박멸대상일 수밖에 없다.
이 근본주의 세력은 따라서 그 땅의 기독교도들을 적으로 간주한다. 뒤 따르는 것은 조직적인 기독교도 학살이다. 문제는 그 근본주의 세력의 입김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는 데 있다.
그 결과 나타나는 것이 국가 공권력마비 상황이다. 이라크도, 파키스탄도, 이집트도 모든 소수 종교가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는다고 법으로는 명시돼 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는다. 국가 공권력이 기독교를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온건한 입장의, 보다 양심적인 사람들도 지키지 못한다. 이슬라마바드에서의 살인 사건이 바로 그 예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이슬람권에서의 기독교 박해사태. 이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현대의 이슬람은 비(非)이슬람 사람들과의 평화적 공존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영적(spiritual)내셔널리즘의 광풍이 휩쓸고 있는 곳이 이슬람권으로, 기독교 커뮤니티의 소멸과 함께 그 사회는 더 경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가 있다. ‘문명의 충돌’이라고 했던가. 9.11사태 발생 10년이 지난 오늘날 그 ‘문명의 충돌’은 더욱 피에 흥건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 기독교 박해사태에 서방은 언제까지 방관만 할 것인가. 최소한 교회들이라도 행동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한국교회를 포함해서 말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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