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한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사연이 벌어졌을때, 그 사연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고 해석하며 받아들이느냐는 사람마다 모두 천차만별로 다르고, 또 그것을 해석하고 수용하거나 반응하는 자세에 따라 그 다음의 결과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이있다.
그래서 우리말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게 된다”라는 말도있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전 내가 한국의 시골에서 자랄적에 그 동네에 나이 설흔이 갖 넘은 조서방이라는 동네 머슴이 있었다.
그 사람은 자신이 농사지을 변변한 땅이 없어, 봄 가을 할 것 없이 사시사철 여기저기 동네의 논밭 일을 찾아 농사일을 도와 주고 품삯을 받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네 하천가의 임자없는 빈땅에 군청의 허가없이 밭을 일구어 콩이나 고구마 같은 작물을 가꾸며 근근히 생계를 유지며 살아가고 있었다. 부인은 바느질 솜씨가 좋아 동네 사람들의 옷을 만들고 이불같은 것을 지어주는 삯바느질을 하였으며, 장녀인 딸과 그밑으로 아들 셋을 낳아 기르고 있었다.
조서방은 성격이 항상 낙천적이고 차분하며 또 성실하여, 동네사람들로 부터 머슴이라고 크게 무시당하거나 박대받지는 않았다. 다만 많은 사람들에게 동네 머슴이라는 인식이 깊이 박혀 있어서 그게 아마 어떤때는 스스로의 마음에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느 여름날 저녁, 내가 우연히 그 조서방네 집에 놀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조서방은 나를 보고 자기가 어제 “논에서 일을 하다가 용을 보았다”라고 말하였다. 그 순간 나는 너무나 신기하고 놀라워 “아니 어떻게 조서방이 용을 보았어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조서방은 그날 낮에 논에서 일을 하다가 막 하늘로 올라가는 용의 모습을 보게 된 내용을 아주 자세하게 잘 설명해 주었다. 조서방은 자신이 논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더니, 문득 벌판의 동남편 저쪽 구석 동산 앞의 논에서 막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용의 꼬리가 보였다고 하였다.
용의 머리는 이미 하늘의 구름속으로 들어가 있었고 마구 꿈틀거리고 흔들거리며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용의 꼬리가 어찌나 크고 힘이 세었든지 주위가 온통 강한 바람으로 회오리 쳤으며, 때 맞추어 억수같이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를 타고 용은 구름속으로 사라져 올라 갔다고 이야기 하였다.
당시 나는 아홉살 의 어린나이로 원래 용이란 아주 귀하고 영스러운 동물이라 아무나 함부로 볼 수 없고, 오직 하늘이 정한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전설적이고 신비한 동물로 알고 있었는데, 조서방이 그 신비한 영물을 논에서 보았다고 하니, 그때부터 갑자기 조서방이 더 이상 동네 머슴이 아니고 아주 귀중하고 훌륭한 인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흥미진진한 조서방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이제 그 사람이 별 희한한 소리를 다 하는구나!”하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빙긋이 웃기만 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 조서방이 암만해도 보통사람과 다른 특별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조서방에 대한 나의 태도가 좀 더 존경스러운 마음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용을 볼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언젠가는 나도 한번 용을 꼭 보았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들판에 나갈때마다 시야를 멀리 넓혀 여기저기 들판 끝을 둘러서 바라보며 “혹시 지금이라도 여기나 아니면 저기에서 갑자기 용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과 기대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에게 그 용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야 조서방이 본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사실 그날 조서방이 본 것은 용이 아니고 여름철 소나기가 내리기 전에 발생한 회오리 바람이었다. 조서방은 그것을 용의 꼬리로 보았고, 그의 그러한 상상은 나도 모르게 어린 나에게도 전이되어 그후부터 지금까지 오랜 세월동안 많은 상상력을 키우고 발휘하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310)968-8945
키 한
뉴스타 부동산 토랜스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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