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에 설립된 슬로푸드 운동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현대인의 생활 깊숙이 스며든 패스트푸드를 반대하는 단체이다. 패스트푸드가 세계의 맛을 표준화하고 환경파괴와 오염의 주범인 공장식 농업만을 장려하며, 전통의 맛을 소멸하는 것에 대항한다.
서두르는 만큼 생산품의 질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풍요로운 듯 보이는 생활은 더욱 팍팍해지는 현대생활에서 삶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먹거리의 위태로움을 자각하자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환경과 사람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자연에 순응하여 재배된 산물 소비를 장려하며, 역사에 기록될 만큼 숭고한 가치가 있는 각 지역의 독특한 음식문화와 그 정서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다.
인간 삶의 중심을 바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주며, 나날이 궁핍해지는 지구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을 느끼는 고결한 도덕심에서 비롯되었다.
80년대 말 사회학자 페트리니 교수가 창립
멸종 위기 세계 각국 특산 농수산물 보호
▲시작
1980년대 말 트렌토 대학의 사회학자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 교수가 이탈리아의 피에몬테에서 슬로푸드연맹의 첫 번째 지부를 창립했다. 연맹의 이상주의, 혁명정신과 유머는 피에몬테의 실용주의와 결합하여 놀라운 결실을 맺었다.
현재는 연맹의 열혈회원만 8만5,000명, 이탈리아를 넘어 프랑스, 독일, 스위스, 미국을 건너 일본과 한국까지도 진출하여 세계 107개국에 슬로푸드 본부를 설립했다. 카를로 페트리니는 2004년 타임지에 의해 우리시대 영웅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구조
모든 것이 자발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체의 정신과 활동을 위해 스스로 모였고, 일한다.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은 서적, 언어, 기술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펼쳐지고 있다. 자체 교육기관과 출판사를 포함하고 있다.
▲활동
전 세계 슬로푸드연맹의 활동은 지역, 적절한 시기와 요구에 따라 여러 방면으로 전개되며 소비자에게 슬로푸드를 위한 각종 정보를 전달하고 전통을 유지하며, 지구 곳곳에 고유하게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를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전통적인 시스템과 수세기 또는 수십 년간 뛰어난 음식을 만들어낸 식당들을 보호한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오래된 레스토랑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장려하고, 요리강좌와 시식회, 음식기행 프로그램 등을 조직한다. 이런 활동은 이탈리아를 제외한 65개국의 800여개 지부와 이탈리아의 400개 하위지부가 담당한다.
▲성과
축산기업들이 성장속도가 빠르고 새끼를 많이 낳는 공장식 대량생산에 적합한 품종만을 사육하는데 집중함으로써 멸종위기에 처한 소, 돼지, 닭 등을 보호 보존하는데 힘을 다하고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한번 사라지면 지구상에서 영원히 복구할 수 없는 훌륭한 창조물들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를 자각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0년에 베네토 지방의 특산품인 모를라코 델 그라파치즈를 생산해 내는 ‘부를리나’(Burlina) 암소가 멸종위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전국적으로 호소했으며, 그 결과 부를리나는 중국의 팬더처럼 보호되어 멸종위기를 넘겨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2000년에는 다른 종과 교합할 수 없으며 면역력이 뛰어나 질병에 아주 강한 품종으로 알려진 ‘친타 세네제’(cinta senese)라 불리는 토스카나 돼지들이 지구에 몇백 마리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보호에 나섰다.
또 18마리밖에 남지 않았던 ‘모라 로마뇰라’종도 보존해 내었다. 또한 소렌토 연안의 갑각류, 크라폴라의 새우, 시칠리아의 검은 렌즈콩, 움브리아의 검은 샐러리, 리구리아 해안 도시 알벤가의 보랏빛 아스파라거스, 토스카나의 졸피노 강낭콩, 시칠리아섬 누비아의 붉은 마늘, 움브리아 남쪽의 리코타 살라타 등 수많은 지역 특산 농수산물을 보호하고 있다.
▲교육사업
1993년부터 슬로푸드연맹은 학교로 진출하여 교육사업도 겸하고 있다. 교육부의 지지를 받아 이탈리아의 학교를 포함한 모든 구내식당에는 이탈리아 지역 요리들이 선보이는 지역별(예를 들어 시칠리아 요리주간), 자연환경별(바다요리, 산맥요리)로 구성된 메뉴를 만들었다.
1996년부터는 2년마다 토리노에서 전시회이자 학회인 고품질 식품박람회 ‘살로네 델 구스토’(Salone del Gusto)를 개최한다. 이는 ‘테라 마드레’(Terra Madre)라는 슬로건 아래 기아문제의 해결,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자연환경 보호를 모색하는 자리로 150개국1,600여개 식품 공동체에서 파견된 5,000여명의 대표자가 참석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축산업자를 비롯한 농·어부들이다. 살롱이 개최되지 않는 해에는 슬로푸드 총본부가 주재하는 치즈박람회가 열리는데, 피에몬테주의 브라마을에는 모든 대로와 광장이 박람회장으로 변한다.
1998년에는 이탈리아 교육부와 공동으로 어린이를 상대로 하는 미각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당시 9,000명의 교사를 훈련시켰고, 이를 통해 수천명의 학생과 부모에게 미각 회복의 중요성을 전파했다. 2004년에는 슬로푸드연맹 산하의 요리대학교가 설립되었다. 현재 요리학, 특산물학, 음식문화학 등의 마스터 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이은영 객원기자>
살로네 델 구스토 현장.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는 슬로푸드 운동.
슬로푸드의 창시자인 카를로 페트리니.
테라 마드레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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