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전 세계 167개국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 2010)’가 발표되었다.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에서 1위를 차지한 한국은 20위, 중국은 136위 그리고 북한은 167위로 꼴찌였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해 요즘 한반도는 6.25전쟁 이후 최고의 긴장상태에 있다. 북한과 중국의 공통점은 민주주의가 아닌 공산주의 국가라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민주화 지수는 바닥이다. 천안함, 연평도 도발의 주범인 167위 북한과 그를 여지없이 감싸고도는 136위 중국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외교와 안보에 최대 위협이자 걸림돌이라는 사실이 최근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작년 한국의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한자성어는 ‘장두노미(藏頭露尾)’였다. 이 말은 타조가 위협에 쫓길 때 꼬리를 미처 숨기지 못한 채 덤불 속에 머리를 처박은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진실을 숨기려 하지만 만천하에 드러난다는 의미이다. 이 말이 선정된 것은 한미 FTA협상, 예산안 날치기처리 등과 같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정부가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장두노미라는 말에서 중국이 연상된다.
그간 짝퉁천국이란 불명예를 갖고 있던 중국의 국가 이미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의 국가적 위상은 놀랄 정도로 높아졌다. 특히 경제면에서, 미국을 대신해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물론 작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또 최근 들어 중국경제의 미국 추월가능성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그 시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세계인들은 중국의 부상에 경외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정치적 색깔’은 그만, 덤불 속에 머리를 숨기고 있는 타조처럼 만천하에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다. 즉 북한의 도발까지도 감싸고도는 또 하나의 공산국가임이 확인되면서 중국의 국가 이미지는 급격히 실추되고 있다. 특히 타국을 위협하는 중국의 ‘힘의 외교’로 인해 세계의 친구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경제협력이라는 ‘돈의 외교’를 통해 잃어버린 친구의 환심을 사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이다. 2008년 사르코지 대통령이 EU의장국 의장신분으로 달라이 라마를 만나자 중국은 항의차원에서 항공기 150여대 구매협상을 전격 연기하는 한편 양국 간 고위층 접촉을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 결국 프랑스는 중국의 힘의 외교에 눌려 이듬해 티베트가 중국 영토임을 인정하고 말았다. 그러자 중국은 작년 G20서울정상회의를 앞두고 프랑스와 200억달러 상당의 경제협력을 체결하면서 에어버스 항공기 102대를 다시 구입하기로 했다.
노벨상의 권위도 중국의 안중에는 없다.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방해하던 중국은 아예 노르웨이 주재 중국대사관을 통해 각국 사절에게 시상식 불참을 종용하며 압박했다. 대신 공자평화상을 급조해 노벨상시상식 하루 전에 전 대만 부총통을 초대 수상자로 선정했다.
작년 12월 유엔안보리에서도 중국은 러시아를 포함한 14개 이사국이 북한규탄을 찬성했지만 유독 혼자만이 결사반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12월 한국군의 연평도 훈련이 시작되자 세계 언론은 일촉즉발의 한반도 긴장상태를 집중 보도했다. 당시 구글에 실린 한국 관련기사가 2시간 만에 1,000개가 늘어나 무려 4,200여개에 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렇듯 세계의 눈과 귀가 한반도에 쏠리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의 무례와 억지가 북한에 비해 전혀 덜하지 않음이 속속 드러났다.
최근 들어 중국의 한 유력 신문은 아예 “그동안 좋은 말로 한국을 타일러왔는데 멋대로 행동하면 [...] 한국을 손 봐주겠다”라는 식의 막말까지 내뱉고 있다. 요즘 중국과 북한을 보면 적반하장, 무소불위, 막가파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린다. 북한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은 G2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덩치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타조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조류 중 덩치는 제일 크지만 태생적으로 날지 못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자나 치타의 먹잇감이 되는 불쌍한 새이다. 최근 한반도 주위에서, 덤불속에 머리를 처박은 채 숨어있는 타조의 어정쩡한 모습에서 미래 중국의 한계를 본다.
박정오 UC버클리 석좌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