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관련 다섯 가지 신화(myth)’-. 포린 폴리시의 최근 특집 제목이다. 그 첫 번째 오해가 중국은 이름뿐인 공산주의 국가로 보는 시각을 지적했다.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다는 게 이 특집의 내용이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른바 레닌-시장주의를 도입해 공산주의의 모습은 사라진 듯 보인다. 그러나 막후에서 여전히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 중국 공산당이다.
중국 공산당지도자들은 ‘3P’를 장악하고 있다. 인사권(personnel)과 선전선동기구 (propaganda), 그리고 인민해방군 (PLA)이다.
당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 각 부처 인사권도 공산당 지도부가 행사한다. 그 뿐 아니다. 국영기업체 사장에서 언론기관, 대학, 심지어 싱크 탱크 인사조차 당의 전담사항이다. 그 중에서도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특히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군부 관리다.
1989년 북경의 천안문광장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학생들로 넘쳐났다. 공산당 지도부는 한 인민해방군 고위 장성에게 진압을 명령했다. 그 장성은 명령을 거부했다. 당 지도부는 경악했다. 인민해방군은 국가를 위한 군이 아니다. 당을 위한 군이다. 그런데….
그 때 그 일을 공산당지도부는 결코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군 요직 인사에 더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포린 폴리시 보도다.
“이번(젠-20 스텔스 전투기)시험 비행이 저의 방문에 맞춰 실시된 것인가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던진 질문이다. “네…?” 후진타오의 반응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지난 주 게이츠와 후진타오의 면담에서의 해프닝이다.
미 국방장관이 북경을 방문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측 초청형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 게이츠 방문의 타이밍에 맞추어 중국이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시험 비행을 한 것이다. 그 사실을 정작 공산당 민간 지도자들은 전혀 몰랐던 것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 해프닝은 미국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리고 바로 던져진 질문은 미국은 물론 중국의 공산당 민간 리더십도 인민해방군의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함께 제기된 주장은 당도 통솔 못하는 ‘중국 군부 내 중화민족주의 강경세력 대두론’이다.
반론도 제기된다. 공산당은 중국 내에서 신(神)과 같은 존재다. 후진타오는 그 공산당의 1인자에, 군사위원회 주석이다. 그 후진타오도, 또 공산당 실세 그룹인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모두가 그런 중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한마디로 언어도단이라는 게 그 주장의 요지다.
그 해프닝을 그러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고육지계(苦肉之計)라고 할까. 적을 속이기 위해 아군도 속이는 고도의 기만전술로 보는 것이다.
마치 공산당 지도부도 모르는 양 일을 꾸밈으로써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위상에 흠집을 내자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거다. 미국은 허약한 존재라는 점을 미국의 동맹국에게 주지시키려는 ‘중국식 책략’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진상은 여전히 알 길이 없다. 군부의 독단적 행동인지, 당과 군의 실세가 합작한 기만전술인지. 그러나 한 가지는 굳어진 ‘팩트’로 남았다. 중국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력시위를 했다는 사실이다. 무엇을 의미하나. “미국보다 한 수 위라는 승리주의의 과시로 보인다.” 중국문제 전문가 데이빗 핑클스타인의 말이다.
미국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마치 바나나 공화국을 보듯 하는 게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시각이다. 특히 월스트리트 붕괴 이후 중국의 미국 경시의 시각은 더 굳어졌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게 ‘우쭐거리는 외교’- 막무가내식의 중국판 ‘힘의 외교’다.
관련해 간과해서 안 되는 점은 중국 공산당정권의 외교가 그동안 과격하다고 할 정도로 노선변경을 해온 사실이다. 1950년대에는 소련과 동맹을 맺고 미국을 적대시했다. 60년대에는 미국과 소련 사이에 중립을 유지했다. 70,80년대에는 미국과 함께 소련견제에 나섰다.
90년대에는 러시아와 조심스런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관계에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걸핏하면 ‘중국의 중차대한 이해’가 걸렸다며 사방에 눈을 부라리는 외교를 선보이고 있다.
그 모습은 과거 독일제국을 연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권위주의 형 정권은 독일이 처한 국제적 환경에 불만을 토로하고 또 토로한다. 그 결과 대두된 것이 병든 독일 민족주의이고 이는 결국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다.
미국 중심의 현 국제질서에 강한 불만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 상처의 아픔을 되새기고 또 되새긴다. 중화민족주의라는 프리즘을 통해. 오늘 날의 중국모습이다.
그 중국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회담은 상생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까. 아니면 부상하는 중국은 그 자체가 문제라는 ‘중국문제군(問題群)’만 확인하는 과정으로 그칠까. 아무래도 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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