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진짜인 것 같다.” 새해 첫 호 포린 폴리시지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심각한 경기불황, 쌓이기만 하는 국가 부채, 과도한 군사적 부담. 이런 것들과 함께 학계에 일종의 유행과도 같이 제기되어온 게 ‘미국 쇠망론’이다.
세계의 석학마다 온갖 가설에 전망을 쏟아왔다. 그래서인지 미국 쇠망론은 상식화 되다 시피 했다. 동시에 진부한 담론으로도 들린다. 그 미국 쇠망론에 대해 포린 폴리시지는 21세기 첫 10년이 지난 현재 꽤나 신빙성이 있는 것 같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쇠망론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이 심한 몸살을 앓는다. 그 때마다 어김없다고 할까. 그 정도로 반드시 제기되어온 게 ‘미국 쇠망론’이다. 마치 회귀성 열병 같다고 할까. 그 첫 발병증세가 엄습한 것은 1930년대 대공황 때다.
자유방임주의의 미국 자본주의는 끝났다는 게 당시 미국 쇠망론의 주 내용이었다. 50년대와 60년대, 그리고 70년대에도 미국 쇠망론은 줄곧 제기됐었다.
매카시즘 선풍으로 미국사회가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뒤이은 것이 격랑의 60년대다. 케네디가, 또 마틴 루터 킹 주니어가 암살됐다. 이와 함께 반전에, 반문화주의가 휩쓸면서 미국은 심각한 자신감 상실 증세를 보였다.
워터게이트로 시작돼 이란인질 외교로 막을 내린 7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심한 정치적 몸살을 앓았다. 그러면서 경제난에 인질외교의 수모를 겪었다. 이 격랑의 시기마다 ‘수퍼 파워로서 미국의 존재는 끝났다’는 비관주의의 물결이 소용돌이쳤었다.
80년대에도 비슷한 증세에 시달렸었다. 60,70년대 미국은 심각한 정치적 몸살과 함께 소련의 도전에 직면해 자신감 상실 증세를 보여 왔다면 80년대에는 ‘일본 주식회사’의 경제적 공세에 움츠러들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 쇠망론을 포린 폴리시는 양치기 소년 우화와 비교했다. 수차례의 경고가 틀린 예언으로 그쳤다는 점에서다. 그러면서 정작 이 우화의 결론 부분에 주목했다. 양치기 소년이 몇 차례 거짓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늑대가 결국 나타났다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 늑대는 다름 아닌 중국이란 것이 포린 폴리시의 주장이다. 그 주장의 논거는 이렇다. 경제라는 측면, 또 인구라는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은 과거 소련과, 또 일본과도 다른 경쟁상대라는 것이다.
소련은 극히 비효율적인 경제시스템이 작동이 안 되면서 붕괴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은 레닌-시장주의를 통해 세계적인 경제적 파워로 부상했다. 인구에서도 미국의 4배에 이른다.
일본의 인구는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 사실에 있어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넘버 1’이 된다는 가정에는 당초부터 무리가 있었다. 중국은 다르다는 것이다.
예일대학의 폴 케네디도 미국의 쇠락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다소 색다른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파워를 독점하던 시대는 일종의 비정상적 시대였다는 지적과 함께 미국의 쇠락은 정상적 상태로의 복귀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단의 열강으로 구성된 작은 클럽의 제 1인자’가 미국이 앞으로 맞게 될 역할로 지적하면서 미국이 지닌 소프트 파워, 경제적 파워, 군사적 파워의 감소와 함께 미국은 상대적 쇠락의 길을 걷고 있고 중국이 그 공백을 메울 것으로 내다보았다.
‘미국의 시대는 가고 있다’- 과연 옳은 전망일까. 아마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고 중국이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한 가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하나의 파워, 그것도 수퍼 파워의 쇠락과 부상을 지나치게 경제력과 군사력이란 측면만 바라보며 점친 것이 아닌가 해서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파워로 부상한다. 아니, 그 정도는 고사하고 강대국, 다시 말해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 제 역할을 한다. 그런 국가의 국격과 위상을 논할 때에도 물리적 파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그 국가 사회가 지닌 도덕적 파워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비(非)일본계가 일본의 총리가 될 수 있을까. 조선족 출신의 중국 공산당 주석 탄생이 과연 가능한가. 비 슬라브계가 크렘린의 주인공이 될 날은 올 것인가. 아랍세계에서 여성이 정치 지도자가 될 날은 언제일까….” 관련해 던져지는 질문이다.
무엇을 말하나. 가치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권, 포용성, 복지, 법질서, 다양성, 다원주의. 그리고 또 무엇이 있나. 양심에 바탕을 둔 신앙의 자유.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한 도덕적 파워가 갖추어졌을 때 진정한 의미의 강대국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전히 21세기는 미국의 시대라는 생각이다. 그 영혼이 죽어가는 유럽도, 노령화와 함께 활력을 잃고 있는 일본도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인권존중을 부르짖던 자국 시민이 노벨평화상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혈안이 돼 총력외교를 펼친 중국은 더 더욱 아니다.
옥세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