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어가 보통 사람이 이해하는 의미를 넘어 전혀 다르거나 확대된 의미를 지니는 경우를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서 종종 보게 된다.
간단한 예로 법률 서적 또는 서류 가운데 ‘police power’란 말이 나올 때 그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찰권이 아니라 경찰의 활동을 포함해서 사회 구성원들의 평안, 안전, 도덕, 건강과 번영을 보호하는 활동 전체 즉 공권력 또는 정부의 활동을 총망라한다.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은 원래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13개 주들이 한 나라로 뭉쳐져서 생긴 것이다. 그 기초가 바로 연방헌법이다. 그 헌법의 제1장은 연방의회의 구성과 권한에 대한 것이다. 1791년에 추가된 권리장전의 제10조에는 헌법에 의해 미국(연방정부)에 위임되지 않았거나 헌법에 의해 주(정부)들에 금지되지 않은 권한은 주(정부)들이나 시민들에게 속한다 라고 나와 있다. 이것이 바로 주 정부들의 ‘Police Power(공권력)’의 법적 근거이다.
오바마케어(Obamacare)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연방 건강보험 개혁법의 공식 명칭은 ‘환자 보호 및 감당할 수 있는 의료법’이란 긴 이름의 법률로서 2010년 3월에 통과된 법이다. 2천 페이지가 되는 그 연방 법률이 주 정부들의 공권력을 침해하는 것이니까 연방헌법을 위반하는 즉 위헌이라는 주장의 사건들이 20여개 주에 의해 제기된 상태인데 두어 군데서는 이미 그렇지 않다는 판결이 내려서 상고 중이다.
오바마 정부의 입장은 대략 다음과 같다. 암 등 중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보험을 살 수 없어 과대한 의료비 때문에 파산 선고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보험 없는 사람들이 응급실에 가면 병원 측에서 거절하지 못하고 치료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보험 가입 가족들이 평균 1년에 1,000 달러 이상을 더 지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경제적 능력이 있어도 건강하기 때문에 보험을 안사는 사람들이 보험에 들도록 해야만 보험 가입자들의 가외 부담을 없애고 보험회사들이 기존하는 증세를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할 수 없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 가입을 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벌금을 물려야만 환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된다는 이야기다.
일부 주 정부들의 주장은 연방의회의 입법권은 무제한한 것이 아니라 헌법에 열거된 권한들에만 국한되었고 그 나머지 권한들은 주들에게 남아있기 때문에 주들도 건강복지 등의 분야의 법을 제정할 주권을 갖고 있는 바 그것이 침해되었다는 것이다.
연방의회의 권한 중에는 주들 간의 통상을 규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주들 간의 통상 또는 상업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연방의회의 권한은 역사적으로 광범위하게 정의될 수 있어 예를 들면 1960년대 이전에 남부 여러 주에서 볼 수 있었던 백인전용 호텔 등의 시설들을 불법화시킨 연방 민권법들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연방 대법원 판결들의 근거가 되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할 수는 없어 무제한인 것은 아니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오바마케어가 위헌인지 아닌지에 대해 이론이 분분하다.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 등의 전례로 보아 연방대법원이 그 법을 합헌적이라고 결론내릴 것이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의 전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연방대법원은 법률의 위헌성 여부를 검토할 때 일단은 의회의 판단을 존중하고자 하는 기초에서 출발한다는 전제가 있다. 즉 소셜시큐리티, 메디케어나 민권법을 합헌이라고 판결한 대법원이니까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러나 과거의 그 같은 법률들은 거의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던데 비해 오바마케어의 경우 그것이 공화당의 전폭적 반대를 받았었고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대패한 이유 중 하나이고 보면 적어도 그 법의 일부 내용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법의 폐기를 정강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는 폐기 노력 아니면 예산 배정의 거절 등 방해 공작이 있을 것으로 예견되어 오바마케어의 장래가 밝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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