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헌법에 의하면 어떤 주에서 범죄를 저지른 혐의자가 다른 주로 도망을 쳤을 때 범죄 현장의 주지사는 도주범이 도피해 있는 주의 정부에 그를 체포해서 보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범인 또는 도주범의 인도 협정(extradition treaty)이 있어서 예를 들면 미국에서 중범죄를 저지르고 한국으로 도망간 사람이 법적 절차를 거쳐 미국의 범죄 현장 주로 송환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
위키리크스(Wikileaks)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가 현재 영국에서 겪고 있는 법적 절차도 역시 도주범 인도 협정 때문이다. 스웨덴에서 두 명의 여자들로부터 강간당했다는 고소를 받고 있는 어산지가 영국에 있기 때문에 스웨덴은 영국 정부에 그를 체포해서 스웨덴으로 보내 재판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에 따라 영국 경찰이 그를 수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어산지 측은 물론 강간이 아니라 동의에 의한 성행위였다며 미국 정부 비밀 발표를 강행하고 있는 위키리크스의 활동을 훼방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한다. 보석금을 내고 친구의 저택에 머무는 어산지가 스웨덴으로 송환될 지는 영국 법정에서 벌어질 스웨덴 검사들과 어산지 변호사들 간의 ‘증거’ 공방전의 결과에 달려 있을 것이다.
어산지가 미 국무부의 25만 건의 외교 전문 등을 발표하여 미국 정부를 당황케 한 것이 시민들의 알 권리를 신장하는 쾌거인지, 정부 등 기존 질서의 와해와 붕괴도 마다 않는 무정부 또는 허무주의자들의 불장난인지는 결론이 잘 나지 않는 논란거리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키리크스의 활동이 미국의 국익을 해치는 행동이라고 미국 정부가 어산지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입이 가벼운 정치인들이나 우파 논객들 중에는 어산지를 테러리스트처럼 ‘사냥’해야 한다고 하지만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어산지를 1917년 간첩법(Espionage Act)이나 다른 법에 의거해서 기소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자진해서 미국에 오지 않는다면 범인 인도 협정에 따라 송환을 요청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조약들은 ‘정치적인 범죄’로는 송환을 허용하지 않는바 어산지는 자기의 행위가 ‘정치적’이라고 주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워싱턴 포스트에는 위키리크스나 어산지를 처벌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 연방검사 바룩 와이스 변호사의 글이 실렸다. 첫째의 어려움은 정부 비밀의 공표를 처벌하는 구체적인 법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 기밀문서를 바깥사람에게 팔거나 제공하는 공무원이나 군인을 처벌할 수 있을 뿐이다.
어산지의 경우에는 그가 미 국무부의 전문들을 발표하기 전 미국 정부에 편지해서 개인 신변이 위험해지거나 미국의 국익에 해가 될 것 같은 내용이 있다면 삭제해 보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국무부에서 묵살한 것을 증거로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어산지의 처벌이 어려운 둘째 이유는 언론과 신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 수정헌법 제1조라는 게 와이스 변호사의 주장이다. 어산지의 행동이 ‘어두운 극장 안에서 거짓으로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것과 흡사하게 국가 안보에 즉각적인 위험을 제기한 것이라고 검찰이 입증할 수 있어야만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막을 뚫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위키리크스를 법으로 다스리기 어려운 세 번째 이유는 재판 과정에서 더 많은 비밀들이 공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산지의 행동이 국가 안보를 해쳤다고 배심원들을 설복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증인이 등장해야 하고, 그는 어산지의 비밀 공표 후에 A 국가로부터의 주요 정보 제공이 끊어졌다고 증언해야 될 것이니까 말이다.
어산지 처벌이 어려운 넷째 이유는 피해를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어산지의 비밀 노출이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흥분한 반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그것이 황당한 일이기는 해도 대외정책에 대한 영향에 있어서는 ‘그저 그런 정도’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 같은 사건은 기가바이트와 인터넷 세상인 21세기에나 볼 수 있는 것이다. 해커 등 컴퓨터 천재나 악동들이 세계 각국의 정치 금융 군사 제도들의 질서를 교란할 가능성은 심각한 것 같다. 중국이나 북한, 그리고 알카에다 등 테러 그룹들이 해커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킨다는 보도가 예삿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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