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19세기는 언제 끝났나. 많은 역사가들은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해로 보고 있다. 19세기 식 유럽시대는 이 전쟁으로 종언을 맞고 새로운 국제질서와 함께 20세기가 시작됐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격랑의 시대로 불리는 미국의 60년대도 1972년에 끝난 것으로 보통 말한다. 반항과 개혁의 ‘60년대적 에토스’는 닉슨의 압도적 재선과 함께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리고 월남 전쟁이 한 고삐 수그러들면서 종전으로 치닫게 된 해가 1972년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그러면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아무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2009년이 아닐까 하는 관측이 일부에서 제기돼왔다. 최초의 흑인대통령 탄생, 그 자체가 하나의 신기원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뒤따른 대대적 개혁 때문이다.
2010년이 끝자락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는 그 관측도 흔들리고 있다. 진보적 개혁이 대세인 것 같았다. 그러나 2년도 안 돼 보수우파의 세상이 되어서다.
관련해 새삼 관심사로 떠오르는 전망은 미국은 장차 어떤 시대를 맞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정치적 대격변의 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게 상당수 관측통의 생각이다. 왜.
인구통계는 운명이다. 인구전문가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구는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한 지역사회를 송두리째 바꾸는 것은 예사다. 한 국가를, 때로는 한 문명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한다.
그래서 나온 말로, 일견 무미건조해 보이는 새로 보고된 센서스의 수치들, 그 숫자들은 대대적인 인구이동과 함께 미국사회 전반에서 가히 지각변동이라고 할 정도의 변화가 일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인구는 지난 10년간 9.7%가 증가해 2010년 4월1일 현재 3억874만 명으로 집계됐다.” 연방센서스국의 공식적 발표다. 그리고 동북부지역에서 선벨트지역으로의 인구이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센서스국이 전하는 또 다른 주요 메시지다.
이와 함께 우선 관심을 끄는 것은 연방하원 의석의 새로운 배정이다. 그리고 바로 뒤따르는 것이 정치적 계산이다. 블루 스테이트에서는 인구가 줄고 있고 레드 스테이트에서는 인구가 늘고 있는 현상을 놓고 진보와 보수 세력은 저마다 아전인수 격인 계산서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평면적인 인구 숫자상의 증감만이 아니다. 베이비붐세대는 많은 숫자가 은퇴를 하고 있는 반면 젊은 세대는 인종적으로 극히 다양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현상이 우선 그 주목 대상의 하나다.
히스패닉 인구동향도 그렇다. 히스패닉계 이민 유입과 함께 미국의 수많은 커뮤니티들은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사회적 긴장을 유발해 정치적 분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21세기는 미국의 중산층에게 아마도 모진 시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주목대상이다. 미국의 중산층 가계소득이 10년 전에 비해 7%나 줄었다. 또 빈부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고 젊은 세대의 교육수준은 상대적으로 저하되고 있어 상황은 더 악화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노년층과 젊은 층은 지역은 물론 인종별로도 구분화 된다는 게 이번 센서스가 새로 확인한 또 다른 주요 사실이다. 젊은이들은 선벨트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어 그들이 떠난 북동부지역의 인구노령화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또 히스패닉 인구의 대대적 유입과 함께 25세 이하의 젊은 인구의 21%는 히스패닉계가 차지하고 있다. 반면 65세 이상 연령그룹의 80%는 백인이고 히스패닉은 7%밖에 안 된다.
이와 함께 우려되는 것이 이른바 ‘세대 간 문화적 갭’이다. 애리조나 주의 경우를 보자. 노년층 인구의 83%가 백인이다. 반면 25세 이하연령 그룹의 42%는 히스패닉이다. 이 두 그룹의 정치적 어젠다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 사회는 다스리기가 극히 어려운 분파사회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마다, 세대마다 이해가 다르다. 가령 이런 식이다. 동부의 블루스테이트에서 동성 간의 결혼은 상식이다. 그러나 남부의 레드 스테이트에서는 줄기세포연구마저 허용이 안 된다.
그러니 전국적인 컨센서스를 도출하기가 보통 힘 드는 것이 아니다. 결국 정치는 파당적이 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내년 1월부터 그 회기가 시작되는 112차 연방의회는 남북전쟁 이후 가장 양극화된 의회가 된다는 것이 총체적인 전망이다.
앞서 질문으로 되돌아가보자. 21세기는 언제부터 시작 됐을까. ‘오바마 행정부 출범이후’라는 지적이 옳은 것 같다. 정치적 격변이 21세기의 미국적 특징이라면 불과 2년 만에 영광과 치욕이라는 양극을 오간 오바마 정권의 영욕(榮辱)사는 그 징후로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서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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