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군요. 이거 사고 싶어요.”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사기보다도 훨씬 더 힘든 것이 부동산 장만인데 바이어가 선뜻 그리고 행복하게 오퍼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쩐다? 사람 눈은 거의 비슷하다. 복수 바이어가 몰린다. 시세보다 많이 싼 매물은 어느 바이어든지 원하는 바이다. 바이어 간에 또 에이전트끼리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리스팅 가격보다 몇 만달러 더 써야 한다는 에이전트의 충고가 부담스럽다. 왠지 속는 것 같다.
새로 지은 콘도이다. 처음의 분양가격에 잘 팔리지 않고 재고가 쌓여서 심한 재정난을 겪던 건축업자가 45만달러 이상을 호가하던 매물을 20만달러 대로, 표현 그대로 확 내려서 광고를 내고 일괄 매매를 시도하였다. 사흘 만에 20여채가 모두 팔렸다. 각 집마다 3개에서 5, 6개씩 오퍼가 밀려든 결과이다. 모든 매물이 처음의 광고 가격보다 10~20% 이상 높은 가격에 팔린 것으로 안다.
오픈하우스를 하는 날, 주차장에서 처음 만난 바이어가 심각하게 말한다. “이거 사람 가지고 장난하는 것 아닙니까? 아니 광고는 그리 싸게 내고 실제로 와서 보니 몇 개씩 오퍼가 밀려서 가격이 사정없이 올라간다니 사기가 아니에요?" 화가 많이 나 있다. 사기가 아니다. 현재의 마켓을 잘 이해하는 바이어는 리스팅 가격 이상으로 값을 지불하고 살 수 있고 그러지 않는 사람은 사지 못할 뿐이다. 수요(demand)는 휘귀성(scarcity), 양도성(transfer), 효용성(utility)과 더불어 가치나 가격을 형성하는 한 요소이다. 리스팅 가격보다 더 주고 산다는 바이어의 수요에 의해서 실제 매매가가 정해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리스팅 가격이 현 시세에 맞는다면 나는 리스팅 가격으로 살 수 있으나 다른 바이어가 그보다 더 높은 가치로 평가한다면 그것이 현재 시세가 된다.
바이어는 말한다. “셀러나 그 에이전트가 나빠요. 낮은 가격에 내놓고 경쟁을 붙여 더 받으려는 속셈이지요. 그 경쟁심리에 휘둘려서 가격을 올리고 싶지 않아요.” 손님의 의견을 존중한다. 한 편으로 손님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너무 가격이 높아 여러 달 째 팔리지 않는 다른 매물을 많이 깎아서 사도록 해 볼까요?” 그것은 또 아니다. 너무 비싸다. 한 달이 넘도록 팔리지 않는 매물은 오퍼조차 쓸 수 없을 정도로 시세보다 너무 비싼 매물들이다. 셀러도 힘들지만 바이어로서도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런 매물은 오퍼하고 싶지도 않다.
정말 싸게 나온 매물을 나 혼자서만 알고 나 혼자서만 오퍼를 하고 또 그보다 더 깎아서 나 혼자서만 더 싸게 사고 싶은 것이 바이어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것은 내 집 하나만 시장에 나와 있어서 내 마음대로 내가 받고 싶은 가격을 그대로 다 받거나 아니 그 보다 훨씬 더 많이 받고 싶은 셀러의 바람만큼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바른 가격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먼저 현 시장의 가격 형성 경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요즈음 많은 바이어들과 셀러들을 혼동케 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같은 동네의 비슷해 보이는 매물들의 가격이 많게는 30% 이상 적다하더라도 10% 이상 쉽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올 한 해 팔린 단독주택의 중간가가 약 30만달러 정도라고 볼 때, 그 가격대의 일반 셀러의 매매가는 40만달러에 팔린 반면에 은행 매물은 20만달러 그리고 숏 세일을 통한 매물은 약 27만달러에 팔린 것으로 드러났다. 어느 바이어인들 어느 셀러인들 혼동스럽지 않겠는가?
언뜻 보기에는 굉장히 부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각기 장단점이 있으면서 또한 시장가는 공평하게 형성되는 방향으로 정해진다. 은행에 넘어간 매물이라 제대로 관리되어 온 집이라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많은 수리비가 예상되는 은행 매물, 확실히 시세보다 낮은 가격 때문에 많은 바이어가 몰리고 그러다 보니 내가 과연 살 수 있는 바이어가 될 수 있는지 또한 얼마나 가격을 더 써야 하는지 사기 힘들고 불안하다. 숏 세일의 경우 된다는 보장도 없이 마냥 기다리곤 한다. 너무 비싸게 나온 일반 매물은 또 얼마를 깎아야 하는 지, 셀러가 흥정에 응하려는지 의심스럽다.
바이어의 입장에서 한 가지 안심할 수 있는 좋은 매매는 복수 오퍼가 밀려서 가격이 정해지는 매물을 사는 것이다. 누군가 의도하는 대로 떠 밀려서 감정적으로 웃돈을 더 주고 산다는 오래된 의심보다는 오히려 많은 바이어에게 공증된 가격이요 가치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셀러 역시 아무리 낮게 리스팅 가격을 정한다 해도 현재의 시세대로 가격이 치고 올라가는 것이지 내 집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팔릴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여야 한다. 매물들의 가격과 조건이 인터넷을 통하여 만 천하에 드러나 있는 세기에 우리가 살고 있다. 속이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없다.
에이전트의 전문적인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마켓을 뒤로 하며 살아 있는 날들에서 또 한 해 떨어져 나가는 12월이다. 한 살을 더 먹던 젊은 날의 새 해가 내게 언제 있었든가 쓸쓸한 마음을 다잡고 내년에는 더욱 열심히 손님들을 위해 일해야지 다짐한다.
(818)952-4989, sunnyms@pacbell.net
서니 김
<리맥스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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