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이라고 해야 하나, 한바탕의 싸구려 소극이라고 해야 하나. 주인공인 류샤오보(劉曉波) 대신 결국은‘ 빈 의자가 받은 2010년 노벨 평화상’을 둘러싸고 중국이 벌인 외교전쟁의 결말 말이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무산시키기에 국력을 기울였다고 할 정도다. 오슬로에 대사관을 둔 65개국 정부에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참석치 말도록 으름장을 놨다. 그것도 모자라 노벨평화상 위원회를 소극이나 벌이는 어릿광대라는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60년대 문화혁명기에나 사용하던 독이 서리서리 밴 용어를 마구 구사하면서까지.
그리고 맞불을 놓았다. ‘공자평화상’이라고 했나. 중국의, 중국에 의한 이른바 국제평화상이란 걸 급조했다. 이렇게 해서 펼쳐진 소극의 하이라이트는 노벨평화상 시상식 바로 전날 거행된 공자평화상 시상식이다.
중국 측 발표로는 지미 카터 등 국제적으로 저명한 인사들도 수상 후보에 올랐으나 심사숙고한 결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평화에 큰 공로를 끼친 대만의 정치인 리엔찬을 그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열린 게 지난 9일의 공자평화상 시상식이다. 이 시상식에도 그러나 정작 주인공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만정부가 그를 감금해서가 아니다. 그런 상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상을 받을 의사도 없고, 시상식에 참석할 계획도 없다는 게 리엔찬의 사무실이 보낸 성명서다.
그렇다고 해서 ‘빈 의자’가 상을 받은 것은 아니다. 공자평화상 위원회 측은 여섯 살 난 어린 소녀를 대리 수상자로 참석시켰다. 그런대로 잘 버티던 이 꼬마 아가씨는 보도진들의 마이크 세례를 받자 그만 자제심을 잃었다. 몹시 당황한 모습을 보인 것.
기자회견도 황당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쏟아진 질문은 이 꼬마 아가씨가 누구인가 하는 것에다가 중국정부가 어느 정도 관여했는가 하는 것 등등. 그러니 공자평화상 조직위원회가 진땀을 흘리게 된 것이다.
북경당국이 펼쳐온 이 ‘황당 시리즈’에 서방의 주요언론들은 하나같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정답의 인물을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골랐다”는 가디언지의 지적이 그 하나다. 이 신문은 왜 지난 20년간 중국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싸워온 류샤오보가 상을 받아야 하는지를 북경당국은 스스로 반증하고 있다는 논평을 내놓은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반응은 더 신랄하다. 노벨평화상 시상식 방해 캠페인은 전례가 없는 그로테스크한 캠페인이란 비판과 함께 이를 중국 공산당 체제가 지닌 위험한 오만성을 전 세계에 내비친 신호로 포착을 한 것이다.
저팬타임스는 대놓고 경멸감을 보였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문제에 그토록 치를 떨며 반발하는 중국을 한 마디로 야만국가로 치부했다. 그러면서 서방은 중국이라는 권위주의 체제와의 경제적 경쟁은 물론 도덕적 경쟁관계에 있음을 새삼 주지시켰다.
하기는 그 발상부터가 졸렬하기 짝이 없었다. 외교 방식도 그렇다. 극히 원색적이고, 마구잡이식에, 퇴행적이었다. 그러니 국제세계의 반응은 치소(嗤笑)에 가까울 수밖에.
이제 인권문제가 나왔다하면 중국은 얼굴을 들 수 없게 됐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해외순방 시 기자회견을 하기 힘들게 됐다. ‘류샤오보 석방문제’가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거론될 게 너무나 빤하기 때문이다.
최근 프랑스를 방문한 후진타오가 기자회견 없이 귀국한 게 그 시작이다. 그리고 소프트파워란 말을 중국은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노벨평화상 시상식 무산을 목표로 북경당국이 전개해온 총력 외교전의 결과로, 자업자득이라면 자업자득이다.
여기서 새삼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왜 손바닥으로 해를 가린다는 생각밖에 안 들게 하는 그런 치졸한 외교전쟁을 북경당국은 벌인 것인가 하는 것이다. 북경의 공산당 지도자들의 시선은 항상 국내에 고정돼 있다. 불만으로 꿈틀거리는 13억 대중의 불안정한 움직임에 일종의 강박증세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후진타오와 원자바오로 대표되는 현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관심사는 오직 체제 강화뿐이다. 그 결과 노정되는 것은 화석화 됐다고 할 정도로 경직된 공산당 지도부의 사고다. 중국의 인민대중은 앞으로 나가기를 원한다. 공산당 지도부는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 결과는 극도의 사회적 불안정성이다. 4,5년 전 만해도 연간 8,9만 건 정도였던 각종 시위가 지난해에는 23만 건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이와 비례해 국내 치안을 담당하는 공안부 예산은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50%가 늘어 전체 국방예산과 맞먹게 됐다.
“공산당 지도부와 중국 대중과의 갈등이 국경너머로 확산, 표출된 결과가 노벨평화상을 둘러싼 갈등이다.” 중국문제 전문가 고든 챙의 말이다.
자국민조차 가상의 적으로 보고 있는 중국공산당 지도부. 그들이 보이고 있는 그 강박증세의 멘탈리티는 대한민국의 실존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노벨평화상을 둘러싼 이 그로테스크한 스토리는 단순한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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