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국 객원논설위원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덕목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두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혜와 지식이다. “지식은 사물에 관한 개개의 단편적인 실제적·경험적 인식이며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앎”이다. “지혜는 상황 상황에 따른 대처, 재치, 창의적 생각으로 현명한 사고, 주관적인 철학 등”이다. 이 풀이는 인터넷에 올려진 사전적 풀이다.
또 다른 풀이를 들어보자. “지식은 과학적이고 실증적이다. 오각을 통해 인식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극히 단편적이다. 그런데 인간의 대상에 대한 인식은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옛날에는 옳다고 인정되었던 인식이 오늘날에는 잘못으로 수정되는 경우도 있다. 그 반대도 허다하다. 이처럼 지식은 시대에 따라 시비가 달라질 수 있으며 정형화, 규격화된 인식 체계이기 때문에 진리와는 거리가 멀다.”“그러나, 지혜는 철학적 인식이다. 지혜는 자연을 포함한 인간의 총체적 삶에 대한 인식이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다. 거울이 대상의 모든 것을 비추어 주는 것처럼 지혜는 포용성을 지니면서 삶의 원리를 살피게 하는 능력이며, 옳고 그름을 가능하게 하는 판단력이다. 따라서 지혜는 지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인간의식이다. 그러므로 지식만 있고 지혜가 없으면 지식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가 없다.”
여기서 인용한 지식의 이론은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먹이사슬에 의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약한 것들이 살아남기 위해 취해지는 행위들이 그 예가 된다. 먹이사슬은 바다 속에 있는 많은 생물들이나 땅을 기어 다니는 생물 혹은 공중을 날아다니는 생물 모두에게 포함된다. 먹이사슬의 가장 위, 즉 꼭대기에 있는 생물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은 인간이 가진 지식으로 먹이사슬의 최고 정점에 서서 세상의 모든 생물들을 밥으로 삼는다. 사람에게 좋다면, 사람의 입 속에 들어가지 않는 먹이들이 있는가. 없다. 세상 모든 생물들이 인간의 밥이 되어 인간의 몸속에 흡수된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을 위한 먹이사슬의 개념에는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과 광물까지도 포함된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인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기까지는 인간만이 지니고 전승시켜 내려온 지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지식은 오늘날 문화와 문명을 인간세계에 일구어 놓는 근본이 되었다. 그런 긍정의 면도 있지만 인간 지식은 인간들이 자연과 더불어 모든 다른 생물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는데 쓰이지 않고 자연을 파괴하며 다른 모든 생물들을 먹이로 삼는데 사용되고도 있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다른 동물과 별 다름 없다. 태어나도 말도 못하고 걷지도, 기지도 못한다. 걸으려면 거의 1년, 말하려면 수년이 걸리며 한 사람의 인격체로 독립해 살아가려면 20년 이상
이 걸린다. 20여 년 동안 사람이란 생물은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만물의 영장이 되기 위해 성장해 간다.
다 같이 지식으로 성장한 사람들이라 하여도, 이 중에 특별히 잘 살며 성공하여 존경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지식에 지혜를 더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만물의 영장들이 사는 인간세상 속에도 약육강식의 논리는 적용돼 지식으로만 뭉친, 힘 있는 자들의 횡포는 약한 자들을 집어 삼키며 부귀영화는 그들만의 것이 된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힘 있는 나라가 힘없는 나라를 지배한다. 또한 전쟁은 어떤가. 전쟁은 인간 스스로 인간을 파괴해 들어가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지식은 파괴와 살상, 혹은 이 땅을 황폐화시키는 도구로도 사용되고 있다. 객관적, 과학적, 경험적 지식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자연을 포함한 총체적 삶에 대한 지혜인 철학적 인식이 더 필요한 세상인 것 같다.
모두가 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되려면 지식보다는 지혜가 더 요구된다. 먹이사슬은 끊을 수 없는 자연법칙이라 하여도 그 법칙이 운용되는 안에서의 평화와 질서는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혜 없이 살아가는 우매함은 인간을 실패의 도구로만 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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