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수감사절 연휴에 개봉된 ‘왕의 연설’(The King’s Speech)은 내년도 오스카상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영국영화로 말더듬이 장애를 앓았던 영국왕 조지 6세와 그의 언어 치료사의 관계를 그린 영화다.
영화가 호평 속에 관심을 끌면서 ‘말더듬증’(Stuttering) 역시 주목 받고 있다. 말을 더듬는 것을 긴장이나 정서적 우울증, 불안 때문에 일시적인 나타나는 증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말더듬증은 전 세계적으로 성인 인구의 1%가 경험하고 있는 언어장애(disorder)다. 남성이 여성의 4배나 더 많다.
또 어린이나 청소년만 경험하는 질환도 아니다. 비영리단체 ‘미국 말더듬증 재단’(Stuttering Foundation of America)에 따르면 어린 시절 말더듬증 장애를 극복하지 못한 채 성장한 성인환자는 미국 내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말더듬증을 갖고 있는 성인은 말더듬증 때문에 전화통화나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기 등을 하지 못하고 대인관계 기피, 우울증이 생기거나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워한다. 어린이나 청소년은 학습장애 및 왕따 문제 등을 안게 된다.
그러나 말더듬증 장애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완치법은 아직 없다. 원인 역시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말더듬증에 관해 지난주 LA타임스 건강 섹션에 실린 기사를 토대로 알아본다.
영국 왕 조지 6세도 겪었던 ‘고통’
성인 인구의 1%가 비슷한 언어장애
언어치료 방법 다양, 심하면 약물사용
어린 시절 말더듬증을 극복하지 못해 성인이 돼서도 말더듬증 성인 인구는 미국 내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어릴 때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말을 더듬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가족력이 있거나 5세 이후에도 말을 계속 더듬거나 말더듬증이 6개월 또는 수 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의사를 찾아가 정밀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말더듬증을 앓았던 영국왕 조지 6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왕의 연설’(The King’s Speech)의 한 장면.
■원인은
말더듬증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말을 하는 동안 유창하게 말하지 못하고 중간 중간 끊기거나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거나,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거나 정확하게 발음하기 힘들어 한다.
예를 들어 “어-어-어-어디를 가나요?”와 같이 첫 단어를 반복해서 4번 만에 발음을 하거나 “무~~~우울” 같이 장음으로 연장해서 길게 발음한다.
또 성대 근육이 긴장돼 호흡이 제대로 안돼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대화 중에 불필요한 말을 더듬어 말하기도 하며, 말로는 표현하고 싶은데도 뭔가 입이나 목에서 막힌 듯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물론 어린이가 처음 말하기를 배우기 시작할 때 말을 더듬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3세 또는 4세 때 어린이의 약 5% 정도는 말을 유창하게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5명 중 4명 정도는 어린 시절의 말더듬증을 스스로 고친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어린 시절 말더듬증을 극복하지 못해 성인이 돼서도 이어지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다.
말더듬증 진단에는 유전, 가족병력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유전적 요인과 뇌기능 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말더듬증 재단에 따르면 말더듬증 장애 환자의 60%는 가족 중에 같은 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2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보고된 국립 난청-의사소통장애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Deafness and Other Communication Disorders, NIDCD)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말더듬증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처음으로 발견돼 말더듬증의 원인을 밝혀내는데 희소식을 가져 왔다.
연구팀은 말더듬증 장애를 가진 가족 연구를 통해 말더듬이와 정상인 약 770명을 조사한 결과 말더듬증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NPTAB’ ‘GNPTG’ ‘NAGPA’ 등 이 세 가지 유전자가 변형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3개 유전자가 어째서 말더듬증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NIDCD의 데니스 드래이나 연구원은 말더듬증 환자의 약 9% 정도가 이들 유전자들의 돌연변이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말더듬이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유전·뇌신경적 원인 추정
완치법 없지만‘개선’가능
또한 뇌 신경학적인 문제도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연구에 따르면 말더듬증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우뇌가 지나치게 발달하고 언어처리를 담당하는 좌뇌 기능은 우뇌 기능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져 발달 불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UC 어바인 말더듬증 치료 컬컵 센터의 제럴드 맥과이어 박사는 “말더듬이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좌뇌는 다 성장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좌뇌와 우뇌가 불균형을 이루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좌뇌는 언어, 논리적인 해석 능력, 집중력과 관련돼 있으며 우뇌는 형태적, 공간 지각능력, 추리력 등과 관련 있다.
또 말더듬이와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뇌의 운동 통제를 담당하는 조직인 대뇌 기저핵(basal ganglia)이 차이를 보이는 것도 주목된다. 최근 연구 자료에 따르면 말더듬증이 심한 사람은 언어 치료 이후 기저핵의 활동 레벨이 개선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도 스웨덴 페르 알름박사 연구에 따르면 기저핵의 기능 장애 때문에 말더듬증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은 리드미컬하게 말하는 타이밍이나 언어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알름박사는 연구를 토대로 노래를 하거나 말을 할 때 메트로놈을 이용하거나 환자와 치료사가 함께 노래하거나 한 목소리로 같이 말하기를 말더듬증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또 도파민이 너무 많이 분비되는 문제도 말더듬증 원인 가능성으로 제기되고 있다. 2009년에 발표된 중국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112명의 말더듬증 환자와 112명의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한 결과 대뇌 깊숙이 위치한 기저핵과 관계된 도파민이란 신경전달 물질을 조절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발견하기도 했다.
학창시절, 말을 심하게 더듬었다고 고백한 여배우 이시영. 말을 시작할 때 첫 마디를 내뱉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말더듬증은 어린 시절 드물지 않기 때문에 이에 관한 동화책들도 나와 있다.
말더듬증이 정서장애로 오는 건 아니다
어린이의 경우 특히
말 빨리해라 재촉말것
부모도 천천히 습관을
전문가들은 말더듬증이 정서적 장애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말더듬증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바로 신경과민 증상이라는 것. 불안해하거나 정서적 안정을 갖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서 다 말더듬증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불안은 말더듬증 장애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정서적 불안정은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는 있다. 말더듬증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청중 앞에서 연설하거나 전화로 말할 때 등은 더 불안해한다.
말더듬증을 치료하는 언어 치료사들은 연습 및 천천히 말하기, 첫 음절이나 소리를 길게 말하게 하기 또는 말하는 중간 자주 쉬기, 말을 할 때 콧소리를 내면서 시작하기 등을 연습시켜 좀더 말을 더듬지 않도록 치료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전국 말더듬증협회(National Stuttering Association)에 따르면 말더듬증은 2세 반~5세 사이 시작된다.
이 시기는 어린이의 언어 발달에서 단어 사용이 늘어나고 문장을 만들어 말하는 시기다. 무엇보다 일찍 자녀의 말더듬증을 발견한다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 말더듬증을 갖고 있던 환자가 성인이 돼서도 말더듬증을 앓고 있는 경우, 가족들이 가족병력을 숨겨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언어 치료사들은 매일 말더듬는 자녀와 함께 잠깐이라도 같이 앉아 대화하며, 천천히 말하고, 말더듬는 문제에 관해 마음을 열고 편안하게 말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치료 중에도 말을 더듬는 자녀에게 말을 빨리 끝내라고 계속 재촉하거나 말이나 행동을 서두르거나 천천히 말하려는 자녀의 말을 중간에 가로채거나 중단시키는 것도 잘못된 방법이다. 또 자녀에게는 천천히 말해도 된다고 하면서 부모는 빠르게 말하는 것도 좋지 못하다.
아직까지 말더듬증 치료에 FDA 승인된 약물은 없다. 그러나 의사에 따라 도파민에 영향을 주는 항정신병성 약물인 리스페리돈과 올란카파인 등이 처방되기도 한다.
■ 도움되는 웹사이트
•전국 말더듬증협회(National Stuttering Association):
www.nsastutter.org (800)937-8888
•미국 말더듬증재단(Stuttering Foundation of America):
www.stuttersfa.org (800)992 9392
•미국 언어청각협회(American Speech-Language-Hearing Association):
www.asha.org/public/speech/disorders/stuttering.htm (800)638-8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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