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선배의 형제 중 한분이 지난 주 갑자기 상을 당했다. 가족들이 모여 장례 준비를 하면서 조문객을 대접할 식당을 정해야 했다. 장례식 손님들을 수용할 만한 대형 식당은 대개 정해져 있다 보니, 그 식당들에 대한 의견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한다. 이 식당은 이래서 좋고, 저 식당은 저래서 좋지 않고 … 하는 고객으로서의 경험담들이었다.
예를 들어 한 뷔페식당에 대해서는 "음식이 너무 맛이 없다"는데 여러 사람이 동의를 했다고 한다. 음식에 양념을 제대로 안 해서 두 번 다시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식당은 음식 맛을 파는 업종인데 왜 맛없는 음식을 내놓을까? 뷔페식당이라는 데 답이 숨어있을 것이다. 음식이 입맛을 당기게 하면 손님들이 너무 많이 먹게 되니 손님들이 덜 먹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 그래서 경비를 줄이겠다는 계산으로 짐작된다.
문제는 식당 측의 그런 의도가 손님들의 눈에도 다 보인다는 것이다. 당장은 식재료를 절약해서 이득이 좀 되겠지만 손님들이 두 번 다시 발길을 하지 않는다면 식당의 장래는 뻔하다. 약은 것 같지만 어리석은, 한치 앞을 못 보는 하급의 상술이다.
연말을 맞아 업소들마다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백화점을 비롯한 소매업은 원래 연말장사다. 연중 최고의 샤핑 시즌인 이 기간에 연매상의 1/3, 많게는 1/2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지난 몇해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올 연말 조금 살아나는 듯하자 소매업계는 특히 기대를 하고 있다.
한인타운에서도 샤핑몰마다 세일 광고가 요란하고, 식당·호텔들은 연말 모임들로 제법 활기가 돈다. 모두가 연말대목을 잡아보려는 것인데, 가만히 살펴보면 손님이 몰리는 곳에는 계속 손님이 몰리고, 한산한 곳은 늘 한산하다. 식당을 봐도 한쪽에서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바로 옆 식당은 텅텅 비어있는 경우가 흔하다. 웬만하면 옆 식당에서 그냥 식사를 할만도 한데 사람들은 기어이 기다린다. 손님들을 끄는 뭔가가 그 식당에 있기 때문이다.
’맥도널드 제국’의 창업자 레이 크록은 고객의 마음을 잡는 것이 소매업 성공의 비결이라는 진리를 일찌감치 깨달은 인물이었다. 원래 밀크셰이크 믹서기 세일즈맨이었던 그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지를 잘 알았다.
1961년 샌버나디노의 맥도널드 형제가 하던 작은 식당체인을 인수한 후 그는 ‘고객 우선’을 식당 경영의 원칙으로 내세웠다. 손님이 주문한 후 5분이 지나도록 음식이 나오지 않거나 다른 메뉴가 잘못 나올 경우 돈을 받지 않는 식이었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돈만 바라고 일을 하면 절대로 돈을 벌지 못한다. 일을 좋아하면서 항상 고객을 우선으로 하면 성공은 따라 온다" - 그가 억만장자가 되었던 비결이다.
미국에서 ‘백화점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 있다. 19세기 중엽 뉴욕에서 처음으로 백화점을 연 알렉산더 터니 스튜어트라는 사업가였다. 주로 고급 여성 의류를 팔았는데 그 규모가 당시로서는 세계 최고였다. 얼마나 돈이 많았던 지 그가 죽고 나자 무덤에서 그의 시체를 훔쳐 몸값을 요구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정도였다.
타고난 세일즈맨인 그 역시 고객이 성공의 열쇠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친구처럼 되는 것이 사업성공의 비결이라고 그는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고객을 속이지 말 것, 항상 고객이 기분 좋게, 만족하게 할 것- 그래야 손님들이 계속 다시 찾아온다고 그는 강조했었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고객과의 관계는 한층 더 중요해졌다. 가격이나 품질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하기가 어려워졌다. 어느 상품은 어디서 싸게 파는 지 인터넷 한번 들어가면 다 나오기 때문이다. 품질 또한 거기서 거기다.
한인업소들이 대형 미국업체들, 온라인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살아남는 길은 하나뿐이다. 고객이 감동을 받을 정도로 서비스를 잘 하는 것이다. 친절하게 넉넉하게 고객들을 대했으면 한다. 연말 대목을 맞아 월마트 창업주 샘 월튼의 말을 기억하자.
"보스는 하나뿐이다. 바로 고객이다. 고객은 단순히 돈을 다른 데 가서 씀으로써 회장부터 말단까지 회사 내 모든 사람을 해고시킬 수가 있다"
junghkwon@koreatimes.com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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