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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aw the angel in the marble
and carved until I set him free.
난 저 대리석 안의 천사를 보았다.
그리고, 그를 석방할 때까지 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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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덴가 우울하고 냉소적으로 보이는 미켈란젤로의 얼굴.
쾡한 눈과 깊게 파인 양미간, 그리고 왠지 동양적 정서가
배어 나오는 표정. 그 분의 얼굴만 한참 들여다 보고
있어도 대단한 작품 하나 오래 동안 감상한 기분입니다.
1475년 3월 6일에서 1564년 2월 18일까지 거의 90세
가까이 꽉 차게 살다 간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대표적
조각가, 화가, 그리고 시인 미켈란젤로. 동 시대의 천재
다빈치만큼 인생과 예술에 걸쳐 두루 걸출한 유산을 남긴
마음 가난했던 사람 미켈란젤로. 그 분이 참으로 만족한
나머지 유일하게 사인했다는 작품 "피에타 (Pieta)"를
묵상해봅니다.
애도한다는 뜻의 대리석 조각 "Pieta"를 볼 때마다
불현듯 솟구치는 그 뭉클한 느낌, 참으로 말을 넘습니다.
앳된 얼굴의 상념에 잠긴 듯한 성모 마리아. 젊은 아들의
시신을 안고 구겨진 옷자락 안에서 망연자실 눈 둘 곳마저
잊은 마리아. 분명 "Pieta"란 말이 풍기는 애간장 끊는
슬픔이 넘쳐야 할 마리아의 표정이 그저 잔잔해 보입니다.
어덴가 슬픔이 엿보이긴 하지만 "Pieta"의 전체적
느낌은 오히려 단아한 고요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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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 not know that chaste women stay fresh
much more than those who are not chaste?
정결한 여인은 정결치 못한 여인들보다
훨씬 더 청결하게 유지됨을 그대는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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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의 성모가 그토록 앳되게 젊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미켈란젤로 스스로 거침없이 내뱉은 말씀입니다. 본래 죄
없이 나시고, 평생 동정(童貞)이신 마리아의 순결함이 나이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천주의 부르심에 순순히
응해 처녀의 몸으로 천자의 어머니가 되신 천주의 성모
마리아가 육신의 나이와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렇게 사물을 ‘직접 바로 보는’ 직관(直觀)의 소유자였던
미켈란젤로는 또한 남들 얘기에 전혀 개의치 않는 거의
반사회적 [anti-social]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답니다.
음식도 꼭 필요한 만큼만 소식하고 따로 몸을 가꾸거나
단장하는 일은 거의 없었으며, 잠도 수시로 옷 입고 신발
신은 채 눈 붙이는 기인(奇人)이었다죠.
"동정녀, 육욕을 경험한 바 없는 처녀가 늙을 이유가
있는가?” 그렇게 날카롭게 되묻는 미켈란젤로의 형형한
눈매가 선합니다. 후대의 사가(史家)들은 말합니다. 마리아의
얼굴을 일부러 앳되게 만든 건 천주의 역사하심을 은근히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또 혹자는 말하기를, 동정녀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던 느낌을 그대로 "Pieta"로 연결한
예술가의 천재성, 그게 바로 앳된 마리아의 비밀이라고.
Who knows? 누가 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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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block of stone has a statue inside it
and it is the task of the sculptor to discover it.
모든 돌덩이는 그 안에 조각품을 하나씩 담고 있다.
그걸 찾아 내는 게 조각가의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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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나 사가들이 뭐라든, 보는 이들이 어찌 평하든
"Pieta"는 늘 고요한 묵상의 계기를 제공합니다. 실제로
그 앞에 서면 당장 말이 끊깁니다.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
실제로 그러합니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필요하단 말인가!
그저 가만히 볼 뿐입니다. 계속 보는 데 또 볼 게
그득합니다. 보고 또 보는 데 여전히 늘 새로운 게
보입니다.
대리석 덩어리 안의 조각을 이미 봤을 뿐이라 합니다.
거기 그렇게 덩그러니 들어 있던 조각품을 다만 드러냈을
뿐이라 합니다. 이미 그런 앳된 얼굴과 만감이 하나로
뭉쳐진 표정이 통 채로 들어 있었거늘, 그게 나의
직관이니 천주의 역사함이니 또는 천재성의 비밀이니 등등
모두 하릴없는 사족이어라. 그렇게 물끄러미 쳐다보는
미켈란젤로의 눈매 안에 당신께서 석방했다는 그 천사의
미소가 흘깃 보입니다.
The true work of art is but a shadow of the divine
perfection. “진정한 예술품이란 신(神)적인 완벽함의
그림자일 뿐이다.” 평생 읽기와 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천재 미켈란젤로는 당당하게 선언합니다, 예술은 신의
그림자라고. 단테의 신곡(神曲)을 즐겨 읽으며 동성애적
플라토닉 러브로 인생의 고뇌와 예술의 신성함을 한껏
부둥켜 안은 채 살아 온 89세의 연륜. 그 나이테의 흔적이
“Pieta”의 여러 모습에서 잔잔하게 발현되고 있습니다.
불현듯, “피에타”의 앳된 마리아 얼굴과 수태고지를 받던
마리아의 모습이 묘(妙)하게 겹쳐집니다.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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