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필자는 미국에서 다양한 한국 분들을 만나 보았다. 30대부터 40년 전 미국으로 이민 온 분들까지 연령별로 다양하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나이에 비해 아주 젊어 보이고 또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미인’이다.
미인은 아름다운 사람을 의미하는데 요즘은 미인의 종류도 다양하다. 피부미인, 성형미인, 건강미인, 자연미인, 사랑미인 등. 2009년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nternational Society of Aesthetic Plastic Surgery)는 세계에서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순위를 발표했는데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브라질 그리고 4위가 인도였다. 그간 성형대국으로 알려진 일본과 한국은 각각 6위 7위에 머물렀다. 그런데 인구수를 감안한 국가별 순위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국가들이 한국보다 우위이기 때문에 자연히 인구대비 성형수술건수는 대한민국이 최고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한국 여성들에게 성형은 살아가면서 한 번씩 거치는 필수 의례(儀禮)처럼 되었다. 최근에는 취업을 앞둔 한국의 젊은 남성들도 면접시험을 보기위해 성형을 하고 있고 또 유명 정치인들까지 성형을 하는 걸보면 이제 한국에서 성형수술은 더 이상 허물이 아닌 듯하다. 사실상 ‘미(美)를 추구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위의 순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 대한민국은 개인의 미적 추구와 관련해 세계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미를 인식하는 한국인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여기서 성형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한국인들의 미적 추구가 단지 ‘개인적 차원에서의 미’ 즉 개인의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수준에서만 머물지 말고 ‘사회적, 국가적 차원의 미’까지 추구하는 한층 성숙된 인식이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에는 성형미인이 많고 미국에는 ‘사랑미인’이 많다! 이렇게 말하면 방금 전 성형수술과 관련해 세계 1위가 미국이라고 해놓고 무슨 말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또 사랑미인이 뭔가 하고 의아해 할 것이다. 여기서 사랑미인은 미국인이 아니라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즉 ‘코리안 아메리칸(Korean American)’을 대상으로 생각해본 말이다.
언젠가 한국 TV방송에서 여자 연예인들이 대화하는 것을 흥미롭게 들었다. 하나같이 미인이고 또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인기 연예인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대화 내용이, “우리같이 결혼한 여자들은 친구들을 만날 때 혹시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게 얼굴에 나타날까봐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필자가 생각해 본 단어가 사랑미인 즉 ‘남편에게 사랑받는 아내’이다.
미국에서 사랑미인을 만나기란 별 어렵지 않다. 아니 너무 쉽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성 싶다. 미국에서 사랑미인이 많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가족중심의 문화’라는 생각이다. 한국에서는 어쨌든 직장 위주로 진행되는 생활을 좀처럼 무시할 수 없는데 반해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일이 가족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사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퇴근 후나 특히 주말이 되면 각종 경조사로 바쁘고 또 이런 저런 회의와 회식 때문에 귀가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국에서 가족중심의 문화를 기대하기란 다소 어려움이 있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 ‘대리운전(chauffeur service)’이 거의 없는 것도 가족중심의 문화를 가능케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란 생각이다. 적어도 필자의 경우는 그렇다. 미국에 온 후 가끔은 밖에서 지인들과 ‘음락(飮樂)의 기회’를 가지고 싶을 때도 있지만 대리운전이 없다보니 그냥 포기하고 집에 사다둔 맥주를 혼자 마시곤 한다. 미국의 음주문화가 이렇다 보니 필자는 어쩔 수 없이(?)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한국의 남편들은 미국에서 만큼 그렇게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보내기가 쉽지 않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맞벌이 하는 아내의 불만은 커졌고 특히 아이들이 아빠를 멀게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미국에 온 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이제 막 초등학교 1학년인 막내 녀석은 아빠보기를 우습게 알고 제 친구 대하듯 한다. 어느 날 아빠 두 볼을 잡고 “큐티(cutie)!, 큐티(cutie)!”하면서 버르장머리 없이 구는데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다. 이제 막 7개월 된 사랑미인인 아내는 옆에서 피식 웃고만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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