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10년도 한 달밖에는 남지 않았다. 연말이라 직장 회식, 동창회 같은 술자리 모임이 잦은 때다. 주당들은 연말 핑계로 갖는 술자리가 고마울 것이다. 그러나 최근 30대나 40대부터 당뇨, 콜레스테롤, 혈압 중에서 한 가지쯤 빨간불이 켜진 한인들이 적지 않다.
건강을 위해서는 음주를 피하거나 한두 잔 정도로 제한해야 하지만 술자리에서 한 잔으로 끝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 잔 두잔 마시다 과음하게 되면 다음날 찾아오는 숙취의 고통은 결코 피할 수 없다. 숙취는 참을 수 없는 두통과 피로감,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고, 타는 듯한 갈증과 함께 취기가 깨지 않는 느낌 등 유쾌하지 못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숙취를 피하기 위해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숙취예방 및 증상을 줄이기 위한 음주 전후 관리가 필요하다. 숙취는 왜 생기는지, 숙취 예방 및 숙취가 생겼을 때 증상 완화를 위해 도움되는 음식이나 차는 없는지 등에 관해 혼천의 한의원의 제이슨 오 원장의 도움말을 빌어 알아보았다.
폭음·과음 따른 알콜 대사 부작용
두통·구토·피로감·심장박동 증가
특효약 없어, 해독 돕는 식품 섭취
■숙취는…
과음한 다음 날 어김없이 찾아오는 숙취는 우리 몸에서 알콜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와 위 점막 자극에 의해 나타난다.
알콜이 분해되면서 체내 수분이 달아나고 잦은 소변과 갈증으로 탈수현상이 나타나면서 수분과 미네랄이 부족해져 생기는 현상이다. 또 알콜은 인체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혈당이 떨어지는 원인도 된다. 혈당이 떨어지면 피로감, 손 떨림, 불안증 등이 나타난다. 대개 여성은 3~5잔, 남성은 5~6잔 정도 마시면 다음날 숙취에 시달리게 된다.
술을 만취될 정도로 마시거나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시는 사람만이 꼭 숙취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마신 술의 양이 적든지 많든지 간에 숙취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숙취 증상은 피로감, 갈증, 두통, 근육통, 구토, 메스꺼움, 복통, 수면 불균형, 어지럼증, 심박수가 빨라지거나 눈이 충혈되기도 한다. 숙취가 생기면 다음날 업무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시간이 지나면 숙취 현상은 자연스레 사라진다. 하지만 숙취 증상에 이상증세가 있거나 증상이 아주 심하거나 급성 알콜중독 등이 의심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인사불성 상태가 되거나 잠에서 깨지 않거나, 구토 증상이 멈추지 않거나 발작 및 호흡곤란, 이상 심장박동, 창백하게 얼굴이나 피부색이 변하거나 저체온증 등은 바로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
한편 술을 마시기 전후 두통 예방이나 두통 증상 완화를 위해 의사와의 상담 없이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애드빌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아스피린은 위를 자극할 수 있으며, 타이레놀은 간 손상을 불러올 수 있다.
■숙취 해소를 돕는 음식이나 한방차
제이슨 오 원장은 “마법처럼 단시간에 술 깨는 특효약이나 음식은 없지만 콩나물, 북어, 헛개나무, 매실, 발효식초, 양배추 등은 숙취 예방 및 증상 해소에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마켓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콩나물이나 북어는 숙취해소의 1~2등을 다투는 음식재료”라며 “술자리 후 국물을 내서 먹으면 알콜 분해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시켜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콩나물 뿌리와 북어에는 알콜 대사를 촉진하는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들어 있다. 아스파라긴산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간에서 알콜을 분해하는 효소가 더 많이 만들어지게 돕는다. 또 타우린, 핵산이 풍부한 조개탕도 숙취 해소에 도움 되는 국이다.
한방차로는 헛개나무 씨앗인 ‘지구자’를 달인 차와 매실차가 좋다. 오 원장은 “지구자는 간 기능을 높여 간 해독능력을 올려준다.
■ 숙취 예방하려면
-빈속에 술을 벌컥 벌컥 마시지 않는다.
-술은 천천히 마신다. 술자리는 주량을 뽐내기 위한 자리가 결코 아니다. 한 시간에 한 잔 정도로 마신다.
-술은 섞어 마시지 말고 한 종류만 마신다.
-담배는 가급적 피우지 않는다.
-술자리에서는 물을 많이 마신다. 술 마시는 중간 중간 물을 계속 마셔준다.
-안주는 기름진 튀김 같은 음식보다는 과일, 채소 안주를 선택한다. 수분이 많은 채소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며, 과일의 과당은 알콜 대사속도를 높여주기 때문에 숙취 예방에 좋다.
과음한 다음날 피할 수 없는 숙취, 두통과 참을 수 없는 갈증, 피로감, 메스꺼움 등 불쾌한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빈 속에 마시거나
담배 피우면‘독’
■ 숙취 증상 악화시키는 음주습관
-빈속에 마신다=퇴근 후 한 잔하게 되면 위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 술부터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오 원장은 “빈속에 술부터 마시면 위벽이 정말 많이 망가진다”며 “술자리에서 술이 먼저 나오더라도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마시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음식을 먹어야 우리 몸에서 알콜을 천천히 흡수하게 된다. 위가 비어 있으면 취기가 빨리 올라오고, 다음날 숙취증상도 더 심해지기 쉽다. 또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콜 분해효소가 작용하기도 전에 체내에 흡수돼 간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술을 마시기 전에 우유 한잔이라도 마셔주면 위벽 보호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유가 위벽을 감싸줘 위염예방에 도움이 되며 포만감을 줘 술을 덜 마시게 되고 알코올 흡수를 더디게 해준다.
-술자리에서의 담배는 금물=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인체에 ‘독’이다. 알콜과 니코틴 등 독성물질이 인체에서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의 흡연은 체내 산소 결핍현상을 일으키며 니코틴이 위산분비를 촉진시켜 다음날 생기는 속 쓰림의 숙취 증상도 더욱 심해진다.
또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면 식도암이나 후두암, 구강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브랜디, 위스키 등 착향료가 들어간 짙은 색의 술=무색의 보드카나 진, 소주보다는 착향료, 식용색소 등이 들어간 브랜디나 위스키가 숙취에 더 좋지 않다. 화학물질이나 첨가제가 들어간 알콜성 음료도 마찬가지.
-술은 건강한 수면을 방해한다=늦은 밤술을 마셔서 수면 사이클이 방해 받기도 하지만 숙취가 나타나는 것은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수면 사이클이 망가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란 견해도 있다. 술을 마신 뒤에는 되도록이면 충분히 수면을 취해야 한다.
위스키나 브랜디 중에서 착향료가 들어간 술이 무색의 보드카나 진보다 숙취 증상을 심하게 만들 수 있다.
숙취 예방과 해소법
술을 마시기 전 진하게 달여 한두 잔 마시고 나면 숙취예방 및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청매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지구자는 항산화 성분인 퀘르세틴(quercetin)도 풍부하게 들어 있으며, 한약재를 다루는 건재상사에서 구할 수 있다.
발효식초는 해독능력을 높여 숙취해소에 좋다. 홍삼 발효 식초, 홍초 등이 추천된다. 양배추는 간보다는 위벽 보호를 돕는 음식이다. 알콜이 위벽에 닿으면 위벽 손상으로 속이 쓰리게 되는데 양배추를 술을 마시기 전 먹게 되면 위벽 보호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편 비타민 보조제로는 비타민 B군인 티아민(B1), 피리독신(B6), 리보플라빈(B2) 혈액순환을 돕고 숙취 증상 개선을 돕는다는 연구가 나온 바 있다.
■지구자로 한방차 만들기
지구자 15~30g 정도를 1리터 들이 주전자에 500ml 정도 넣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달인다. 지구자를 주전자에 넣기 전 쌀뜨물로 한번 씻어내고 끓이면 좋다.
■매실차 만들기
청매실을 썰어 물에 끓인다. 15~30g 정도를 1리터 들이 주전자에 물은 500ml 정도 채우고 역시 30분~1시간 정도 끓인다. 매실차에는 설탕보다는 꿀을 첨가해 단맛을 조절해 마시면 좋다.
숙취 예방 및 해소를 위해서는 술은 천천히 마시며, 중간 중간 물을 마시고, 빈속에 술을 들이키지 않는다.
< 정이온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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