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미소는 장수의 묘약이다.”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들의 수명을 조사한 웨인스테이트 대학 연구진은 몇 달 전 심리학회지에 이 같은 결론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1950년 인쇄된 야구카드에 얼굴이 실린 메이저리그 선수 230명의 표정을 ‘환한 미소’ ‘부분적 미소’ ‘무뚝뚝’으로 구분해 이들이 몇 살까지 살았는지를 추적했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던 선수들은 평균 72.9세까지 살았던 반면 환한 미소를 지었던 선수들의 평균수명은 79.9세였다. 두 그룹 간에 수명이 무려 7년이나 차이가 난 것이다. 부분적 미소를 지었던 선수들은 중간인 75세의 평균수명을 보였다.
긍정적인 정서가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과학적 연구와 조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1900년 종신서원을 하고 수녀원에 들어갔던 184명의 수녀들이 썼던 자기 소개서를 분석해 보니 긍정적 감정을 많이 담았던 수녀들이 무미건조하게 쓴 수녀들보다 훨씬 오래 살았더라는 연구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높고 건강하며 이로 인해 건강보험료 등 개인과 사회의 지출을 줄여준다는 것이 요즘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행복학과 긍정심리학의 논지다.연방질병통제국은 얼마 전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발표를 내놓았다. 미국 사회에서 사회경제적으로는 열등한 위치에 놓여 있는 히스패닉들의 기대수명이 흑인들은 물론이고 백인들보다도 높다는 것이다.
경제적 수준은 건강과 일정부분 관련이 있다. 저소득 국가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선진국보다 낮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니 미국 내에서 다른 인종집단에 비해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건강보험 소지율도 형편없는 히스패닉들의 수명이 백인들보다 수명이 길다는 것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히스패닉 패러독스’라고 부르면서 이유를 찾아내는데 골몰하고 있다.
히스패닉 커뮤니티에 대해 정통한 한인 마틴 백씨는 “흑인지역 아파트에 히스패닉 몇 가구가 이사 오면 머지않아 그 아파트는 히스패닉 거주지가 돼 버린다”며 가족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히스패닉들에게 흑인 주민들이 밀려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옥수수와 콩, 그리고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식단과 함께 심리적 안정감을 안겨 주는 가족 중심적 문화가 그들의 장수 비결이 아닐까 싶다”고 나름대로의 분석을 들려준다. 히스패닉 패러독스를 연구하는 학자들 역시 대개 이런 분석에 견해를 같이한다.
경제적 환경이나 유전자 못지않게 정서는 건강과 장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돈이 건강을 약간 지켜주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가장 돈이 많다는 재벌 회장님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그리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이 하나의 반증이다.
재기 넘치는 글로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말콤 글래드웰은 비범한 사람들이 지닌 능력의 원천이 무엇인가를 파 들어간 책 ‘아웃라이어’의 서문을 필라델피아 근교 로제토에 모여 살던 이탈리아 이주자들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하고 있다. 1960년대 일단의 의학자들은 지방을 과다 섭취하고 운동도 거의 하지 않는 이 마을 사람들의 심장마비 사망률이 다른 지역보다 현저히 낮은 것에 흥미를 느끼고 원인을 찾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오랜 조사와 관찰 끝에 연구진은 “3대가 같은 지붕 밑에 살면서 함께 식사하고 마을 사람끼리는 거리에 서서 친근한 대화를 나누는 확장된 가족의식이 이들의 건강 비결”이라고 결론지었다. 당시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냉소였다. 그러나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건강을 설명하려 했던 이들의 연구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 선구적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가족 간의 사랑과 친구와의 교유가 그 어떤 보약이나 의학적 치료보다도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고무적이다. 유전적인 요소는 인간이 손댈 수 없고 경제적 환경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영역이다. 하지만 정서는 다르다.
잠시나마 이런저런 근심은 내려놓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정서적인 교감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이번 추수감사절은 긍정적 정서의 보약효과를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yoonscho@koreatimes.com
하프 타임/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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