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부족이 자녀교육에 장애가 될 수는 없다. 진실한 행동과 자녀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만 있어도 소통문제는 상당한 해결을 볼 수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1세 부모들이 겪는 고민 중 하나가 ‘의사소통’이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없는 입장에서 영어가 모국어인 셈과 다름없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느 순간 꽉 막혀 버리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할 말이 무척 많은데 이를 그대로 전달할 수 없을 때 부모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영어하는 자녀, 한국어만 하는 부모’란 벽을 어떻게 허물 것인가? 이는 정말 중요한 사안이고, 자녀의 인생이란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도 가장 중요한 교육의 문제이다. 리처드 손 임상심리학 박사와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봤다.
‘말이 전부는 아니다’이해와 관심 마음 열어
아낌없이 사랑하되 원칙세워 상벌 분명하게
■ 대화 불통은
‘말’이란 통해야 그 가치가 있다. 상대방이 얘기하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자신이 의견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대화이다.
그런데 서로 얘기하고 싶은 내용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절반에 그친다면 서로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이는 별 것도 아닌 일을 커지게 만들 수도 있고, 쉽게 해결할 것들을 오히려 꼬이게도 만든다.
■ 영어가 문제가 아니다
물론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미국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과의 소통이 원활해 질 수 있다. 때문에 부모들은 항상 영어 습득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아이들과의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미국인 가정에서도 자녀와의 관계는 항상 존재하는 골칫거리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얽매이기보다는 자녀가 속한 사회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선이다. 언어란 단기간에 해결되는 문제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모 자신들이 지금 한국에서 살고 있다면 자녀의 학교생활은 어느 정도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다. 자신들이 이미 그 과정을 거쳤고, 환경과 분위기를 기억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란 사회에서 살다보니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기도 하고, 굳이 물어보지 않을 것도 물어보게 된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결국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들을 이해하지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원인 중 중요한 부분이 부모들이 언어장벽을 떠나 자녀의 전반적인 생활에 대한 이해노력이 부족한 셈이다.
■ 언어가 안 되면 기술로 하라
항상 ‘절반의 대화’에 그친다고 화를 억누르며 중도 포기해서는 더욱 안 된다. 그럴수록 다른 방법을 찾아 소통을 이뤄야 한다. 말로 안 되면 기술로 할 수 있다.
1. 배우는 자세를 견지한다
미국에 살더라도 부모가 먼저 배우고 알아두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자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미리 생각해 두고 나름대로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은 학년 진급 등 학교생활, 친구들과의 관계, 자녀의 성장 등 부모들이 가만히 자신을 옛 시간을 돌이켜보면 기억나는 것들이 대부분 그대로 연결될 수 있다.
2. 부부의 지혜를 보여준다
자녀들은 부모의 모습을 보며 성장한다. 알게 모르게 부모들의 언행 하나하나가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녀와의 소통에도 도움이 될까?
원만하고 다정한 부부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심적인 안정감을 심어준다. 그리고 집안과 관련된 일을 처리하는 모습은 미래 자녀들이 유사한 문제와 부딪혔을 때 같은 방법과 모습으로 해결하는 스타일을 가지게 된다.
3. 행동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은 꼭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행동을 통해 직접적인 체감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자녀가 어떤 일이나 문제로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부모의 따스한 사랑과 관심은 큰 힘이 된다. 물론 이런 과정은 아이들이 부모를 이해하는 데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이곳에 사는 부모들이 수시로 얘기하는 ‘캐어’(care)란 바로 조건 없는 애정의 표현에 달려 있다.
4. 원칙은 지켜라
자녀 교육에서 무조건적인 사랑만을 강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이는 자칫 방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합리적인 규제와 처벌은 불가피하다.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가정에도 ‘룰’(rule)이 있어야 한다.
지나친 억압 또는 자녀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행동은 결코 자녀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낌없는 사랑과 함께 자녀가 잘못을 했을 때 반드시 그에 대해 자녀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분명한 시스템이 있어야 올바른 인격과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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