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피어 (Pier) 41에서는 앤젤 아일랜드(Angel Island) 주립 공원으로 가는 페리가 있다. 금문교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해상 경치를 감상하다가 이 섬에 내리면, 그 옛날 아시아에서 오는 이민자들, 특히 중국에서 온 사람들이 입국 수속을 받았던 이민국이 있는데, 올해 그 백주년을 맞는다. 화재로 소실된 건물이 옛 모습대로 복구된 내부의 이민자용 화장실을 보면 변기가 일렬로 서있고, 그 사이에는 칸막이가 없다. 공원 레인저에 의하면, 프라이버시가 없어 여자들은 종이 봉투를 머리에 쓰고 앉아 용변을 봤다고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 관해 가리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고, 아픈 부분도 있다.
한때 한국에서는 매스컴이 천재 소년 김웅용에 관한 기사로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인터넷에 의하면, 1963년 생인 그는4살 때 일본에서 8시간 동안의 지능검사를 통해 IQ 210을 기록해 1980년판 기네스 북에 ‘세계 최고 지능 지수 보유자’로 등재되었다. 그가 5살이 되었을 때에는 한국어 이외에 영어, 독어, 불어, 일본의 4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구구단을 배운 지 7개월 만에 고등 수학인 미적분을 풀 수있었다고 한다. 6살이었을 때, 일본의 후지 TV에 출연해 방청객들 앞에서 막힘없이 미적분을 풀어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건국대 물리학과 김수선 교수와 이화여대 의대 류명현 교수 사이에서 4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부모의 생년월일이 같다고까지 보도하며, 매스컴들은 그와 그의 가족들의 사생활은 아랑곳 않고 껍질을 다 벗겨놓았다. 그는 만 4살의 나이에 한양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수강했고, 만 7살에는 콜로라도 주립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1974년에 그곳에서 열물리학/핵물리학에 관한 박사학위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18세에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미국 항공 우주국 (NASA)에서 선임연구원으로서 일을 계속했다. 후에 그는 나사에서의 생활이 지옥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나사가 수치 분석에서 엄청난 재능을 보였던 그를 계산과 같은 단순 업무에 이용해 오늘날의 컴퓨터가 할일들을 대신 했었다고한다.
자신의 운명을 점쳐 달라고 아우성인 사람에서부터, 인간의 능력을 신의 능력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모두에게 시달리는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인생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학창 시절도 없으니 보통아이들이 누리는 개구쟁이 시절이나 반항의 10대도 없었다. 나도 당시에 덩달아 생년월일이 나와 같은 여자를 찾아다녔으니, 매스컴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가히 짐작할 만하다. ‘박제된 생활’ 속의 천재, 그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8년 여의 미국 생활을 접고 무단 귀국한 그는 정식 학교 졸업장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니 검정고시로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충북대학에 입학해 토목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매스컴은 그를 다시 ‘실패한 천재’로 조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웅용 박사는 귀국 후부터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공인이 아닌데도 매스컴은 그의 프라이버시를 허락하지 않았다.
때로는 매스컴이 너무도 잔인하다는 생각을 한다. 얼마 전 푸틴 러시아 총리의 딸에 대한 열애설이 국내 매스컴을 탔다. 경쟁적으로 보도한데다 추측성 기사까지 가미되는 바람에 그들의 교제 자체가 파국으로 몰렸다. 그들의 결혼으로 인해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사돈국 관계가 되어서 금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에서, “시집 잘갔다” “장가 잘갔다”는 전형적인 한국인의 판단 기준을 읽을 수 있었다. 이 두 젊은이들의 열애에 관한 기사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다. 그들의 관계가 악화된 후 꼬리를 내린 많은 기사들이 있음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 마치 데모가 끝난 후 어지럽혀진 현장을 보는 듯해서 사생활 보호법이 왜 필요한지를 알 수 있었다. 누가 나를 24시간 감시하는 것 같아 세상이 두렵다.
나 자신은 철저히 가리고 남은 적나라하게 파헤치려는 생각은 건전치 못하다. 믿고 말한 기도 제목이 뉴스가 되어서 나에게 되돌아 온다든지, 대수롭지 않게 여긴 교인들간의 편의를 위해 펴내는 사진 주소록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교인 주소록에 여성 혼자의 사진과 주소 및 전화 번호가 있는 경우, 한밤중에 이상한 남자로부터 소름끼치는 전화가 오기도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등록 교인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교인 상호간 뿐만 아니라, 타인에 관해서도 개인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교인들을 진지하게 교육시켜야한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럽의 많은 천주교 신부들이 독일군에게 함구함으로써 고문 및 처형당했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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