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다큐‘옥수수의 습격’제기 문제점
미국 축산업계 “값싼 사료” 대부분 사용
섭취땐 영양균형 깨져 비만·성인병 유발
SBS에서 방영된 ‘옥수수의 습격’이라는 프로가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이슈가 되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배경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이고, 특히 미국산 옥수수와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고 있는 소, 닭, 돼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면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살고 있는 허리 62인치의 고도비만이었던 지미 무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현재 무어는 하루에 무려 300g의 버터를 먹는데, 하루 2,000kcal를 섭취하는 세끼의 식사가 대부분 육류성 단백질과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먹기 시작한 후 4년 동안 60kg 정도를 감량했다.
프랑스의 베르나르 르텍시에 또한 버터, 달걀, 고기, 햄과 치즈 등 대부분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으로 구성된 식단을 섭취하여 3개월 만에 체중이 줄고 고혈압(190-110)이었던 혈압이 정상으로 내려갔다.
언뜻 보기에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다이어트인데 이 다이어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섭취한 동물성 식품이 모두 풀을 먹여 키운 가축(grass fed)에서 얻었다는데 그 요점이 있다. 그들이 먹은 우유, 버터, 쇠고기, 닭고기, 치즈, 달걀 등이 모두 신선한 풀을 실컷 먹고 자란 가축으로부터 생산된 것인데, 이런 제품에는 오메가 3 지방산이 풍부해서 지방을 분해하고 축적된 지방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도움을 주어 다이어트 촉진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화면은 효율성과 생산성만을 강조하는 미국 축산업의 현실을 보여준다. 소는 풀을 주식으로 하는 초식동물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루 종일 초원을 무리지어 거닐며 온갖 야생풀을 뜯어먹는다.
닭 역시 풀도 먹고 부리로 땅을 쪼아 벌레를 잡아먹는다. 돼지는 숲에 사는 동물이었다. 무리지어 하루 종일 숲 속을 쏘다니며 먹이를 찾아내며 영리하고 용맹스럽다. 그러나 요즘의 가축들은 하나 같이 우리에 갇혀 옥수수를 주식으로 먹고 산다.(화면에는 안 나오지만 양식용 물고기들도 옥수수를 먹는다고 한다.) 옥수수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풀을 먹고 살도록 디자인된 소가 ‘옥수수만’ 먹는다는 점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옥수수의 주성분은 당질(70%)로 질이 좋은 녹말을 가지고 있으나 단백질의 질이 떨어지고 필수아미노산이 거의 없다.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면 비타민 B 군의 하나인 나이아신의 결핍으로 손발, 목, 얼굴 등에 홍반이 생기며 신경과 위장장애를 동반하는 펠라그라라는 질병을 발생시킨다.
옥수수 재배는 많은 양의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땅을 오염시킨다. 왼쪽은 콘을 먹는 어린 소들.
풀 먹인 육류는 성인병 유발 안해
그런데 이 TV 프로에서 중점을 둔 성분은 오메가 6과 3 지방산이다. 옥수수는 오메가 6과 오메가 3 지방산의 비율이 66 대 1로 큰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곡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싸게 대량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사료라는 이유로 옥수수를 가축에게 공급하고 있다.
오메가 6과 3 지방산은 우리 몸의 세포막을 구성하는데 오메가 3은 지방을 분해하고 오메가 6은 지방을 축척하는 기능을 하여 두 가지 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며 이상적인 비율은 1 대 1이다.
그러나 옥수수 사료를 먹여 키워서 시판되고 있는 중간가격의 쇠고기는 108 대 1, 달걀은 60 대 1로 오메가 6의 함량이 월등히 높다. 이 같은 수치는 이러한 제품을 섭취하는 인간에게도 고스란히 넘어오기 때문에 육식을 많이 하는 현대인의 오메가 6 대 오메가 3비율은 보통 20 대 1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결국 혈관수축, 혈압상승, 심장병 유발, 세포노화 촉진, 염증반응과 관계된 암세포의 성장 촉진,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를 증가시키는 등 성인병을 비롯하여 몸 속 건강을 해치는 요소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미국에 사는 한 60대 중반 여성을 소개하면서 앨러지 약을 달고 살던 그녀는 풀 먹인 소의 생우유를 먹음으로써 앨러지를 치료했다고 한다. 또 백혈병 진단을 받은 한 남성도 중환자실에서 이 풀 먹인 소의 우유를 마시기 시작해 백혈병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생우유가 체력과 면역력을 키워주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또 동물성 음식을 주식으로 하는 몽골 유목민을 찾아 떠났다. 여름에는 유제품만을 겨울에는 육류만을 먹고 지내는 그들에게서 어떤 성인병도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는 그들이 방목하여 풀만 먹여 기른 가축으로부터 얻은 제품만을 먹는다는데 그 이유가 있다고 하였다. 또한 한국의 대학 실험에서 오메가 3이 풍부한 사료를 먹여 키운 육류를 섭취한 다음날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수치가 감소한 사례도 보여주었다.
서울의 한 가정에서 의미 있는 실험을 하였다. 한식을 위주로 하는 4인 가정에서 주부는 식단과 건강에 꽤나 신경을 쓰는 사람이다. 이 가정의 아버지와 10대 딸의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탄소분석을 통해 몸 속 음식물의 비율을 알아내는 것인데, 아버지는 16%의 옥수수 성분을, 딸아이는 35%의 옥수수 성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기를 먹어도 훨씬 더 먹었을 아버지에 비해 10대 딸의 비율이 현저히 높은 것은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섭취하는 음식의 심각성을 더욱 절감하게 해주는 부분이다.
아버지 때만 해도 많이 없었을 패스트푸드를 비롯하여 옥수수를 먹여 키운 가축들로부터 얻은 여러 가지 가공식품이 조용히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당뇨병, 고도비만에 이어 암 발병까지 모든 수치가 높아진 요즘 이것이 음식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가축에게 옥수수를 먹이기 시작한 것은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몬센토 사의 농약개발로 유전자를 조작하여 대량재배가 가능하게 되면서 빨리 자라고 어떤 질병에도 견디는 슈퍼 옥수수가 탄생하였다. 축산업자들은 옥수수를 사료로 사용하며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싼 값에 소를 길러낸다. 옥수수를 먹은 소는 오메가 6 덕분에 빨리 살이 찌며 지방함량이 높아지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럽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마블링이 좋은 고기를 바로 이 옥수수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옥수수로 키운 소, 살 잘 찌지만
질병 취약… 항생제 대거 투여
옥수수만으로 영양소가 고루 공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장 호르몬을 맞고 살만 빨리 찌는 소는 병이 쉽게 걸리기 때문에 피할 수 없이 항생제를 투여하게 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 국가이며 세계 생산량의 40%, 수출양의 60%를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 조작 옥수수의 재배는 토양을 변질시켜 한번 옥수수 농사를 지은 땅에서는 다른 작물을 길러낼 수 없으며 회복하기까지 수십년이 걸린다고 한다. 2006년부터 미국 사회에서 오메가 6 과잉으로 인한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심각한 것은 현재 미국에서 사육되고 있는 소의 1%만이 풀을 먹고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 재배한 땅
급속 황폐화, 회복에 수십년
‘옥수수의 습격’ 프로그램을 시청한 것만으로 이와 관련된 수많은 사안들을 모두 판단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요즘 소는 유전자 조작된 옥수수를 주식으로 먹고 있으며, 과잉 축적된 오메가 6이 이러한 육류와 유제품을 섭취하는 인간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각종 질병을 유발시킨다는 것은 이해가 쉽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배우던 먹이사슬 세모표가 기억난다. 제일 아래 칸의 녹색식물이 이제 옥수수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식량난 해결을 명목으로 옥수수를 재배하며 아마존 밀림까지도 훼손되고 있다. 땅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소는 땅에 거름을 주고 풀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뿌리로 가져가 토양으로 옮긴다. 소와 풀이 함께 있으면 토지는 절로 비옥해진다.
이에 비해 옥수수의 대량생산은 많은 화학물질을 필요로 한다. 장기적으로 따지면 풀을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목전의 이익에 눈이 먼 인간의 욕심이 화를 부르는 결과를 낳는다. 건강을 위해서 육식을 줄이는 것이 현재로선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다. 그리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레이블을 잘 읽어보고 풀을 먹고 자란(grass fed) 쇠고기와 유제품을 구입하도록 하자.
육류 구입 때는 레이블을 잘 읽어 봐야 한다.
지방질이 적은 풀을 먹여 키운 쇠고기.
피자의 치즈에도 오메가 6가 많이 들어 있다.
산처럼 쌓여 있는 옥수수.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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