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스스로가 놀랐다. 아니 스스로 대견해 했다. 전 세계도 열광했다. 단순히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해서가 아니다. 사려가 깊어 보인다. 품위가 있다. 그가 희망을, 변화를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믿었다. 그래서 그가 ‘Yes, You Can’을 선창하면 ‘Yes I Can’으로 화답했다.
백악관에 입성하던 때 지지율은 67%가 넘었다. 그런 그는 ‘수퍼노바’(초신성)로 비유됐다. 그 인기는 가히 카리스마적이었다. 2년 후 그러나 그는 오히려 정치적 부담이 됐다.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나. 역전도 이런 역전이 없는 것이다.
“정치적 엘리트들은 대통령으로서 그의 능력을 의심하고 있다. 대중은 높은 실업률, 계속 불기만 하는 재정적자에 분노하고 있다.” 타임지의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지는 그 때 이후 2년이 지난 오늘날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분노감, 두려움, 걱정, 불안, 실망, 그리고 환멸감만 팽배해 있다.”
온통 불안정성만 가중되고 있다. 그 결과 경기회복은 지연되면서 버락 오바마의 인기는 계속 추락만 해온 것이다.
그리고 맞는 중간선거다.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또 한 차례 기록을 세우는 선거가 될 것이다. 대다수 관측통들의 진단이다. 지난 1994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연방하원의석 52석을 상실했다. 그 기록을 능가하는 결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원의원선거만이 아니다. 주지사선거에서도 참패가 예상된다. 상원에서의 다수당 위치도 불안하다. 민주당의 망신은 이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상원민주당 지도자 해리 리드 등 주요 당직자들이 줄줄이 낙선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11월2일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 정치적 동력을 완전 상실하게 되는 것일까. 그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간선거 패배는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회생 가능성도 있다. 그 교본으로 제시되는 것이 클린턴과 레이건 대통령의 재선 케이스다.
94년 중간선거에서 대패했다. 그 상황에서 클린턴이 기사회생의 묘수로 선택한 것은 정치적 변신이었다. 선명한 진보노선에서 중도로 색깔을 바꾼 것.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경기회복의 여파를 타고 클린턴은 재선에 성공한다.
1982년 10월 무렵 레이건의 지지율은 35%까지 떨어졌다. 곧 이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고배를 마셨다. 레이건은 해외정책에서 그 돌파구를 찾았다. 소련에 대해 강경책을 구사함으로써 여론을 이끌었다. 그리고 레이거노믹스도 점차 힘을 발휘하면서 재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오바마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 답의 단초는 연초부터 이미 일부에서 제시됐다. “이란을 폭격하라. 그 길만이 오바마 정권이 정치적으로 회생하는 길이다.” 지지율 급락으로 오바마가 곤욕을 치룰 때 대니얼 파이프가 일찍이 편 주장이다.
현재의 국내외 상황을 점검할 때 국내문제로 상황을 변전시킬 묘수는 찾기 어렵다. 그래서 상황탈피의 돌파구로 예상되는 것이 해외정책이다.
팔레스타인에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파키스탄에 이르기까지 산적한 문제로 오바마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패권주의를 지향하는 중국도, 또 3대 세습의 북한 도 주요 외교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화급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눈은 자연히 한 곳으로 쏠린다. 이란이다. 모험이 따른다. 그러나 중요한 결단을 내림으로써 대통령 중심으로 여론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것이 이란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라크문제는 물론이다. 팔레스타인에서 아프가니스탄, 또 파키스탄문제에 이르기 까지 모든 문제해결에 있어 인후(咽喉)와 같은 곳이 바로 이란이다. 그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하는 것이다.
오바마가 이란 폭격을 명령한다. 그 경우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의 반대여론도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진다. 이란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그런 오바마 이기에 그가 제시하는 이란폭격 당위론은 그만큼 신뢰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직 ‘닉슨만이 중국에 갈 수 있다’는 말과 비유된다. 아무도 닉슨의 반공정신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만이 공산주의 중국과 비밀협상을 맺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거기다가 미국의 여론은 이란핵시설 폭격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주요 관련 여론조사결과를 종합하면 폭격지지율은 58%에 이른다.
그 이란폭격이 성공리에 수행됐다고 가정하자. 어떤 결과가 올까. 이라크에서 서남아시아에 걸친 테러전쟁에서 미국은 숨을 돌릴 수 있다. 또 중국도 러시아도, 그리고 북한도 미국의 파워에 재삼 놀라게 된다. 생각을 다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보 대통령으로서 오바마의 위상은 확고해진다.
이런 일이 앞으로 남은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에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위기는 기회도 된다고 했던가. 인간사뿐이 아니다. 정치 역시 새옹지마이기 때문에 제시해보는 시나리오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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