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이 한번도 빠지지않고 실릴 수있음은 인터넷 덕분이다. 이른 아침 오레곤 해안의 바닷가를 아내와 손잡고 거닌다든지, 아리조나 사막에서 가난하게 살다간 사람들의 공동묘지에 초라하지만 즐비하게 늘어선 나무 막대기로 엮은 십자가들을 사진에 담고있든지, 버지니아주에서 단풍진 트레일을 걸으며,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소리가…”라는 프랑스의 구르몽이 쓴 ‘낙엽’이라는 시를 읊든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길거리에서 CBS TV 쇼인 ‘NCIS’ 의 주연 마이클 웨덜리 (Michael Weatherly)를 만나 사진을 위한 포즈를 취해줄 것을 부탁하든지, 페루 고산에서 사진 장비를 메고 들고 숨차더라도, 이 칼럼은 매주 마감 시간을 맞춰 송고된다. 세상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되어서 한지붕 아래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제2회 상항 한인 교회 연합회 주최 사진 컨테스트에서 심사 위원장을 하면서, 인물 사진은 초상권이 있는 사진을 응모해야한다고 규정을 정했다. 당선작들을 정해놓고 인물 사진의 경우, 수상 예정자들에게 초상권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었다. 제출한 사람은 한사람 밖에 없었고, “왜 그런게 필요합니까?” “꼭 있어야합니까?”하는 항의가 쏟아졌다. 아무런 허가없이 남의 얼굴을 가지고 상을 타겠다는 그들이 나에겐 어떤 모습으로 보였을까?
인터넷을 통해 지구 저편의 가난한 사람들도 세계를 다닐 수있다. 요즘은 세계 어느 구석에도 컴퓨터가 있어서 인터넷으로 연결된다. 다만, 컴퓨터 기종이나 스피드에서 빈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다 자신의 얼굴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이 상을 탄 것을 알면 어떻게 느낄까? 세계적인 풍경 사진 작가인 쟌 샤우 (John Shaw, 2011년 1월 29일 산타 클라라에서 사진 세미나를 연다)는 그의 저서에서, 사진 컨테스트나 상업용으로 이용될 사진은 초상권 및 재산권의 허락을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식별할 수있는 다른 사람의 얼굴이 든 사진을 통해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할 경우 그 사람의 허락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남의 건물이나 소유물의 사진을 찍을 경우에는 재산권의 침해가 되지않도록 해야한다. 물질적이거나 금전적인 이득을 취할 경우에는, 자신이 찍은 사진이라도 남의 얼굴이나 재산이 포함되면 작가는 자유롭지 못하게된다.
지난 2003년, 뉴욕 맨하탄의 포토 디스트릭트 갤러리에서 있었던 사진 전시회에 다섯점이 포토폴리오 심사를 통과했는데, 그중 한장이 법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것같아 변호사의 자문을 구하고, 갤러리의 디랙터와 상의를 한 적이 있었다. 30x45 사진 속의 인물은 식별할 수없어서 무난했지만, 배경의 금문교가 문제가 되었다. 이 금문교는 샌 프란시스코 시의 아이콘으로 이 다리가 포함된 사진이 상업용으로 사용될 경우, 샌 프란시스코 시정부의 영상관리국 (Film Commission)에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고 허락을 받아야한다.
사진 한장에는 저작권법과 사생활 보호법이 동시에 적용된다. 저작권법은 지적 재산권 보호법으로, 작가의 특유한 예술성이 표현된 작품을 보호하는 법이다. 미국의 저작권법에 의하면, 1978년 1월1일 이후로 사진의 저작권은 “별다른 특이 사항이 없는한, 샷터를 누른 사람”에게 있다. 하지만, “별다른 특이 사항”이 발목을 잡는다. 사진 속의 인물은 샷터를 클릭한 사람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인물의 소유주에게 초상권을 허락받지 않았으면, 그 작품은 작가도, 사진 속의 모델도 서로의 발목을 잡고있어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
눈 덮힌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사진 워크샆을 인도할 때, 한 참가자에게 눈 속의 나를 한장 찍으라고 했었다. 돌아와서 하는 그의 이야기가 걸작이다. 저작권이 자기에게 있기 때문에 사진을 줄 수가 없단다. 어이가 없어, 초상권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진을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었다. 카메라 가방에는 약식의 초상권 허가서 (Short Form Model Release)를 지참하고 다닌다.
사진 판매를 대행하는 에이전트들도 이 분야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사진전을 통해 당선작을 사용하려는 주최측도 이 초상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작년, 리치몬드 침례교회가 주최한 사진 컨테스트 수상작 중, 두명의 중미 소년이 포함된 사진은 얼굴이 선 스크린으로 가려져 있어서 초상권에는 문제가 없었다. 타인의 인물이 포함된 사진을 가지고 컨테스트 출품이나 상업용으로 사용하려면, 먼저 변호사와 상의해야할 것이다. 아니면 그사람이 타계할 때까지 기다리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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