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최초의 ‘메가 처치’인 가든그로브 수정교회가 극심한 재정난으로 휘청대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 감당이 힘들어지자 파산신청을 낸 것이다. 드넓은 부지 위에 웅장하게 솟아 있는 수정교회는 예술적인 건축물로서 뿐만 아니라 ‘성공한 교회’를 상징하는 조형물로서 많은 목회자들의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돼 왔다. 그러던 교회가 지금은 법원의 보호를 받아야 할 딱한 처치에 놓여 있다.
수정교회의 쇠락에 대해 교회 관계자들은 경기침체를 원인으로 들고 있지만 이것을 경제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그보다는 문화와 기술 분야에서 급속히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데서 근본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수정교회가 세워졌을 당시만 해도 이 교회가 내세우고 추구했던 목회방식은 상당히 혁신적이고 진보적이었다. 하지만 수정교회는 외적인 성장에 안주하면서 변화에의 적응을 게을리 했다. 수십년간 똑같은 목회형식과 방식을 고집하면서 자기세계에 갇힌 모습을 보여 왔다. 이런 고루한 이미지는 젊은 교인들의 외면을 초래했다.
게다가 2년 전 불거진 설립자인 로버트 슐러 목사와 아들 간의 갈등은 많은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세속의 기업들조차도 오너 가족 간에 갈등과 불화가 일어나면 사람들의 외면과 지탄을 받는다. 사랑과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는 교회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한마디로 은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슐러 부자의 갈등이 새로운 목회 방식의 도입을 둘러싼 것이었다니 왜 이 교회가 현재의 처지에 놓이게 됐는지 보다 분명해 진다.
슐러 목사는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긍정의 힘’을 강조하는 목회자이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 영적으로 뿐 아니라 물질의 축복을 받게 된다는, 이른바 ‘번영 복음’(prosperity gospel)의 원조이다. 그가 한국 교회에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 도시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한국 교회들의 대형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이들이 열심히 벤치마킹한 교회가 바로 수정교회였다. 목회 방식뿐 아니라 교회당 건축, 그리고 번영의 복음까지 앞 다퉈 들여가 그대로 사용했다.
번영의 복음은 우선 교인들의 입맛에 꼭 맞는다. ‘내 귀에 캔디’처럼 달콤하다. 그리고 축복에 대한 확신과 환상은 경쟁사회에서 오는 불안감을 눌러주면서 왠지 모를 자신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니 번영의 복음은 교회가 성장하는데 더 할 수 없이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1990년대 이후 등장한 메가 처치들 대부분이 번영의 복음을 토대로 급성장 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폭넓은 호소력이 곧 진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성경은 축복뿐 아니라 고난의 의미에 대해서도 수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고난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번영의 복음이 거짓은 아닐지 몰라도 전부는 아니다. 기껏해야 반쪽짜리일 뿐이다. 많은 교회들은 이 반쪽짜리 복음에 매달려 있다.
금융위기가 닥친 후 번영의 복음이 이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비판의 요지는 일부 대형 교회들이 대출업체들과 손잡고 교인들을 상대로 ‘부자 되는 법’에 관한 세미나 등을 개최해 서브프라임 부실을 키웠다는 것이다. 교회가 전적으로 책임질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책임에서 완전히 비켜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극심한 경기침체기를 지나면서 신실한 믿음을 지닌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어려움은 번영의 복음에 길들여져 있는 교인들에게 죄책감과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현실의 고통이 번영의 복음만으로는 쉽게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축복은 그것이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알 수 없기에 오묘한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이런 비밀스러움은 무시한 채 당장 눈에 보이는 어떤 것만을 축복으로 규정해 절대자를 돈만 넣으면 축복을 쏟아내는 벤딩 머신 같은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우를 범한다.
진리를 가르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선택적 혹은 선별적이어서는 안 된다. 긍정과 번영을 앞세워 성장해 온 수정교회가 깊은 채무의 늪에 빠져 있는 현재의 상황은 반쪽짜리 복음이 갖고 있는 한계와 자기모순을 보여준다.
yoonscho@koreatimes.com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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