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일정하게 유지돼 인체 곳곳에 보내는 에너지의 주요 공급원이 된다. 저혈당증(hypoglycemia)은 인체 에너지원이 되는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정상 수치 이하로 내려가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혈당치가 50mg/dL 이하인 경우로, 당뇨병환자는 인슐린이나 혈당약의 용량을 잘못 사용했거나 운동을 심하게 하면 급성 저혈당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공복감과 함께 온 몸이 떨리며, 기운이 떨어지고 식은땀이 나거나 심장이 뛰고 불안하고 입술주위 혹은 손이 저린다. 엄밀히 말하면 저혈당증은 질병은 아니다. 대개는 당뇨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아주 극히 드물게 당뇨병 환자가 아닌데도 저혈당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물론 있다. 열이 나는 것으로 몸의 이상 증세를 체크해보는 것처럼 저혈당증은 질병이라기보다는 건강 문제의 지표가 되는 증상이다.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증이 나타나면 즉시 혈당을 정상수치로 올려놓아야 한다.
인체 에너지원 혈당 정상치보다 떨어지면
현기증·쇼크·실신 유발… 목숨 잃기도
사탕·주스·포도당제 등 먹으면 올라가
#저혈당증의 증상과 원인
우리 뇌는 당(glucose, 포도당)을 지속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저혈당증이 나타날 정도로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떨어지면 뇌와 신경기관에 공급되는 당이 부족해지고, 뇌신경계는 에너지 부족을 느껴 인체 자율신경계를 작동시키게 된다. 때문에 정신착란, 의식장애, 집중력 장애, 비정상적 행동, 사물이 이중으로 보이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도 나타난다. 현기증과 피로감도 나타나며, 심하면 실신하거나 의식을 잃거나, 경련, 쇼크를 일으킬 수도 있으며 방치하면 목숨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
또한 저혈당을 극복하기 위해 몸에서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혈압 상승, 맥박수 증가, 가슴 두근거림, 떨림, 불안감, 손저림이 발생하며 식은땀, 공복감, 이상 감각, 어지러움증, 두통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시야 흐려짐, 창백함, 졸림 등 증상으로 술 취한 사람으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밤에 저혈당 증세가 나나나면 악몽, 식은땀 등을 경험하며 아침에는 두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개 저혈당증은 당뇨병 약을 복용하면서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밥, 파스타, 채소, 과일, 우유 등 음식을 섭취하면 우리 몸에서는 소화되는 과정에서 탄수화물을 잘게 쪼개 당 분자로 분해한다. 그러나 당은 스스로 세포에 들어갈 수 없는데, 혈액에 흡수돼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의 도움을 받아 인체 곳곳에 보내져 에너지원이 된다. 혈중 포도당이 올라가면 인슐린이 분비되는데,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남은 포도당은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glycogen) 형태로 저장된다.
“저혈당이 뭐예요”
환자들도 잘 몰라
#당뇨병 환자들, 저혈당증 제대로 모른다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 인슐린 제제 사용, 평소 혈당을 건강하게 잘 관리하는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증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당뇨약이나 인슐린 주사를 쓰는 환자가 식사를 불규칙적으로 하거나 식사량이 평소보다 적거나, 운동을 많이 하고 나서 제대로 관리 하지 않은 경우, 약물 용량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심장질환 약이나 고혈압 약을 먹는 경우, 당뇨병 합병증으로 신경병증을 앓고 있는 경우도 저혈당증을 조심해야 한다.
환자에 따라 저혈당증 증세가 나타나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도 많다. 또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다음 번 재발 시에는 다른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렇다 할 증상 없이도 저혈당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당뇨병환자는 자신의 저혈당 상태의 혈당 수치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혈당은 자주 체크해야 한다. 혈당이 300mg/dL 이상으로 높은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주사로 혈당을 낮출 경우 정상 혈당으로 수치가 나타나지만 저혈당 증상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몸이 고혈당에 적응돼 나타나는 것으로 실제로 저혈당증은 아니다.
최근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로 심한 저혈당증을 경험한 환자는 주요 합병증이 발병하기 쉽고 5년 내 사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뇨병 환자에게 심한 저혈당증은 뇌졸중, 심근경색, 신장 손상, 눈 손상 등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 미국 당뇨병 협회에 따르면 미국내 인구 7.8%에 해당하는 2,360만 명의 어린이와 성인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호주 시드니 대학 소피아 잔가스 박사 연구팀은 제 2형 당뇨병 환자 1만1,140명을 대상으로 연구 조사한 결과 심한 저혈당증을 경험한 당뇨병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3.5배나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눈 손상이나 신장질환은 2.2배, 사망할 위험은 3.3배나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혈당증은 당뇨병환자에게 주로 나타나는 급성 합병증으로 심한 공복감, 떨림, 식은땀, 손저림, 두통 등 증상이 나타난다.
과음·빈속에 술마시면 위험
■ 저혈당증 예방-대처법
몇 시간 동안 음식을 먹지 않아 혈당이 내려가면 췌장에서는 글루카곤(glucagon)이란 호르몬을 분비해 간에 저장돼 있던 글리코겐을 혈액으로 공급한다. 음식을 먹지 않아도 혈당이 정상으로 유지되는 이유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는 혈당이 매우 높게 유지될 수 있어 혈당을 떨어뜨리는 인슐린이나 다른 약물을 쓰게 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인슐린은 혈당을 너무 낮춰 저혈당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는 운동을 지나치게 해서 혈당이 떨어질 수도 있다. 과음을 하거나 공복에 음주를 한 경우, 설사나 구토가 심한 경우 저혈당증이 발병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가 아닌데도 저혈당증이 나타나는 경우
당뇨병 없이 저혈당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어린이나 신장 손상 환자는 특정 약물 때문에 저혈당증이 나타날 수 있다. 말라리아 치료제나 다리 근육경련 진통제로 쓰이는 퀴닌(quinie)계 약물은 저혈당증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공복에 지나친 음주 역시 저혈당증을 야기할 수 있다. 심한 간염, 신장 손상, 거식증 같은 섭식장애, 장기간 금식 등이 저혈당증을 부를 수 있다.
드문 경우지만 췌장에 종양이 생겨 인슐린 과다 분비의 영향으로 저혈당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저혈당증이 생겼을 때는
초기 증상에는 5분 내에 당을 빨리 올릴 수 있는 캔디, 과일주스, 포도당제(glucose tablets)를 먹으면 도움 된다. 포도당제는 사탕이나 과일주스보다 더 흡수가 빨라 저혈당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먹으면 혈당을 빠르게 올려준다. 여러가지 과일 맛이 나와 있으며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다. 증상이 너무 심하고 입으로 설탕이나 포도당제를 먹을 수 없는 경우 당 주사를 놓기도 한다.
저혈당시 설탕은 20g(1 테이블스푼 분량), 사탕은 3개 정도, 주스나 콜라 같은 음료수는 반 컵(4온스 정도), 과일은 1개 정도가 적당하다. 무지방(fat-free) 우유는 1컵, 꿀이나 콘 시럽은 1 테이블스푼, 잼은 2 테이블스푼, 포도당제는 3알 정도, 포도당 젤은 12 튜브 정도가 적정량이다. 초콜릿은 지방이 많고 혈당이 바로 올라가지 않는다. 사탕을 먹은 후 혈당을 재서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왔는지 확인한다. 15분 후에도 당이 30mg/dL 정도 올라가지 않으면 당을 더 섭취한다.
그러나 환자의 의식이 실신할 지경으로 안색이 창백하면 음식을 먹이다가 질식할 수도 있으므로 억지로 음식을 먹이기보다는 즉시 병원으로 신속하게 가도록 한다.
#당 수치 알기
정상은 아침 공복에 혈당을 재면 100mg/dL 미만이다. 아침 공복시 혈당이 100~125mg/dL 이하는 당뇨병 전단계로 분류된다. 당뇨병은 당뇨병 증상이 있으면서 아무 때나 쟀을 때 200mg/dL 이상이거나 아침 공복, 또 다른 날 공복 검사에서 126mg/dL 이상으로 나오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저혈당증을 경험한 당뇨병 환자는 뇌졸중, 눈 손상, 신장질환 등 합병증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당뇨병 환자의 눈 수술(왼쪽)과 다리 합병증 치료 모습.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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