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하버드 대학 캠퍼스에는 1,667명의 젊고 기대에 가득 찬 새내기 학부생들이 부모들을 데리고 등장했다. 미국 각 주의 번호판을 단 차량들로 인해 하버드 스퀘어(Harvard Square)는 심한 교통난에 시달려야 했다.
필자와 같은 이 지역 주민들은 하버드의 신입생 가족들이 매년 9월 케임브리지를 침공할 때가 되면 하버드 스퀘어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 유명한 하버드 야드(Harvard Yard)에서 필자는 조금은 어리둥절해 하는 신입생들과 부모들을 만나 하버드에 온 것을 축하하면서, 학교 수업과 캠퍼스 생활, 그리고 백년이 넘은 기숙사에서 세탁하는 법 등에 관한 질문에 답해 주었다. 매년 새로 오는 신입생들을 맞을 때마다 필자는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그들 앞에 놓인 새로운 세계와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흥분과 장밋빛 기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이 소중한 새내기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헤쳐 나갈지 두려움과 걱정도 어쩔 수 없다.
지난 20년 넘게 하버드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지켜 본 지금 필자가 보는 하버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하버드와는 사뭇 다르다. 외부에서 볼 때 하버드의 빛나는 교문들은 전 세계 부러움의 대상이자 성공과 성취의 상징이다. 그러나 필자는 처음에는 학생으로, 그 다음에는 교직원으로서 내부에서 하버드 학생들의 삶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다. 그 안에는 성공 스토리도 많이 있지만 우울증, 정신 질환과 자살 등의 이야기도 수없이 많다.
하버드 크림슨(The Harvard Crimson·대표적 학부 학생 신문)이 최근에 하버드에서 우울증의 고통을 겪고 있는 학부생이 얼마나 많은지 그 수치를 발표한 적이 있다. 작년 1년 동안 우울증 증세를 느낀 학생은 거의 전체의 반에 이르며, 전체의 약 10퍼센트에 이르는 학부생들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심각한 사실들을 알고 있기에 필자는 매년 가을 하버드에서 신입생들을 맞이할 때마다 만감이 교차하는 것이다. 초기의 새로움과 흥분이 사라지고 나면 남는 것은 어려운 공부뿐만 아니다. 더 어려운 문제로 다가 오는 것은 부모들은 물론이고 학생 스스로가 가진 기대, 그리고 남보다 뒤쳐질까 두려워하는 데서 오는 동료집단으로부터의 사회적 압력이다.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남에게 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는데, 심지어 2등 하는 것조차 참지 못한다는 것을 입학사정관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신입생 1년 동안 이들은 2등에 대처하는 법, 그리고 다른 사람, 특히 자신을 실망시켰을 때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특히 아시안 학생들은 정신적 성숙함이나 인격 발달이 미흡한 경우를 필자는 많이 목격한다. 학업 성적은 매우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누구인가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해보지 않아서 자신의 정체성과 목적에 대한 분명한 인식 없이 대학에 들어오는 아시아 학생들이 많다는 뜻이다. 목적(purpose)은 목표(goals)와 분명 다르다. 목적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의미와 보다 큰 틀을 제공한다.
GPA와 SAT 성적, 심지어 대학진학의 성공을 넘어서 자신의 정체성과 인생의 목적에 대해 고등학교 시절부터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러한 정체성과 목적이야 말로 대학시절과 그 이후에 우리가 결정해야 할 수 많은 선택들 앞에서 우리를 인도해 줄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대학이라는 낯선 세계를 항해하기 위한 견고한 나침반이 없어서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실망하거나 심지어 포기까지 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났기에, 필자는 길게 보았을 때 인격이 족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자주 강조한다. 잘못된 인격은 아무리 아이비리그 학위라도 결코 보상할 수 없다. 나는 누구인가가 내가 이룬 업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자녀들에게 이 교훈을 일찍 가르칠수록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진정한 승리를 얻게 되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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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라 엄
(보스턴 아카데믹 컨설팅 그룹 수석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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