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믿음이란 종교적 용어만은 아니다. 일반적 용어로도 믿음은 크게 통용된다. 영어로는 ‘페이스(faith)’이지만 ‘크레딧(credit)’하고도 통한다. 믿음이란 곧 신용을 뜻하기도 한다. 믿음의 종교적 의미는 신이나 어떤 큰 대상을 믿는다는 뜻으로 그의 뜻을 따라 살아가겠다는 의지와도 상통된다. 현세, 즉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신용이란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특히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신용이 떨어지면 안 된다.
은행 거래에서 말해지는 크레딧, 즉 신용은 신용점수에 따라 사람의 대우가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진다. 이 말은 크레딧이 나쁜 사람은 은행이 그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은행이 믿을 수 없는 사람은 어떤 어려운 형편에 닥쳐도 단 한 푼의 돈도 은행으로부터 빌릴 수가 없다. 그러니 은행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믿음을 주는 사람이란 신용거래에 높은 점수를 받아 은행으로 하여금 믿도록 해야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신용이 있는 사람, 즉 믿음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절대로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 들어와 살게 되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은행에 계좌를 여는 것이다. 미국이란 곳은 현금 거래보다는 체크, 즉 수표거래를 통상으로 하는 곳이다. 그러기에 은행을 오픈하고 은행으로부터 수표를 전달받아 그 수표로 모든 거래를 해야 한다. 수표 거래에서 단 한 번의 부도가 나도 거래은행은 벌금을 물게 한다. 벌금만 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크레딧 점수가 떨어지게 된다. 이런 일이 여러 번 겹쳐서 일어나면 신용점수가 하락되어 나중에 큰 거래를 할 때에는 은행 돈 빌릴 생각은 아예 접어야만 한다. 그만큼 그 사람은 은행에게 신용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요 은행은 그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간주해 신용이 없다는 블랙리스트에 올려버리게 된다.
믿음이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즉 대인관계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 사람은 믿을 수가 없어”라고 낙인이 찍히면 안 된다. 이런 낙인이 찍히면 대인관계는 일단 마이너스 점수가 된다. 마이너스 점수만 받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살아가기가 아주 힘들어 진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신용관계란 이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된다. 사람과의 관계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은행과의 관계는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크레딧을 쌓아야만 신용이 좋아진다. 그러면 은행은 그 사람을 믿고 고객은 은행을 믿게 된다. 상호보완적이 된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수년, 수십 년에 걸쳐 관계를 맺는 동안 사람과의 믿음은 돈독해 진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믿음을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약속이란 서로가 지켜야만 하는 계약과도 같은 것이다. 약속은 문서로 하는 것도 있고 말로 하는 것도 있다. 문서로 하는 것은 좀 더 비중 있는 약속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 따라오는 손해도 있을 것이다.
말로 하는 약속은 친구나 가까운 사람에게서 있을 수 있다. 흔히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벼운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한 번, 두 번 정도는 몰라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횟수가 점점 늘게 되면 믿음을 줄 수 없는 신용불량자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친구간이라도 이런 일이 빈번해 지면 그 관계는 그것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만날 때마다 말이 달라지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친구로 가진 사람은 저절로 불행해질 것이다. 늘, 항상 보아도 믿음직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약속을 잘 지키며 말한 대로 행동하는 사람일 것이다. 말과 행동이 틀려도 믿음은 줄 수 없다. 10년이 가도, 20년이 가도 늘 같은 행동과 말로 관계를 맺는 사이야말로 서로가 서로를 믿는 관계가 될 것이다.
종교에서만 믿음은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과 고객 사이에서만 신용과 믿음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도 믿음은 필요하다. 늘 변함없는 사람이란 믿음을 주는 사람을 뜻한다. 믿음이 있으며, 믿음을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 하늘도 믿음이 있는 사람을 좋아할 것이다. 신용과 믿음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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