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인 2008년 9월8일 월스트릿 증권브로커들의 인터넷에 긴급뉴스가 떴다. “유나이티드 항공이 챕터 11을 신청했다"는 블룸버그 프로페셔널 보도였다. 시간은 아침 10시53분.
그리고 2분 후부터 주식시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유나이티드의 모기업인 UAL 주식 1,500만 주가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그날 아침 12달러17센트였던 주가는 3달러로 폭락했다. 11시16분 블룸버그는 부랴부랴 사실무근이라고 정정 보도를 하고, 나스닥은 11시30분부터 UAL 주식거래를 한시간 중단시키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 혼돈의 20여분 시카고의 유나이티드 본부는 사색이 되었다. 주식이 왜 갑자기 곤두박질치는 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미디어들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02년 파산보호 신청을 하고 2006년 회생에 성공한 유나이티드가 왜 다시 챕터11을 선언했는지 기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이 엄청난 파장의 원인은 어이없게도 한낱 검색오류였다. 블룸버그 프로페셔널은 월스트릿 증권업자들이 구독하는 인터넷 통신. 이 통신의 외부기고 기관에 소속된 한 기자가 6년 전 기사를 잘못 올린 것이 화근이었다. 구글에 들어가 ‘2008년 파산’을 검색했는데 엉뚱하게도 2002년 유나이티드 파산 당시의 기사가 뜬 것이었다.
한 군소신문 기사가 날짜 없이 저장되어 있다가 검색에 걸려 떠올랐고, 기자는 월스트릿에서 필요한 뉴스라고 판단해 블룸버그에 올렸다. 인터넷 시대라서 벌어진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인터넷 시대의 특징 중의 하나는 달라진 시간개념이다. 걸어서 며칠 밤낮이던 서울~부산 거리가 고속철 덕분에 두세 시간 거리로 좁혀진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 정보의 공급과 수요 사이에는 적어도 하루 이틀이라는 시간의 칸막이가 있었다. 기자가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쓴 후 인쇄를 하고 신문이 만들어져 독자의 손에 들어가는 시간이다. 지금은 쓰기를 마치는 순간 정보가 배달된다. 인터넷 시대에 20-30분은 세상을 뒤흔들고도 남을 시간이다.
한국에서 미국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년 전 전국의 중고교생들이 동맹휴교를 한다고 해서 교육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5월17일 전국 중고교 단체 휴교시위"라고 보도도 되었었다. 진상을 파악해보니 한 재수생이 여자 친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발단이었다. 그 메시지가 인터넷 망을 타고 전국의 10대들에게 전달되는 데 딱 29분이 걸렸다고 한다.
도깨비 방망이 같은 신속함으로 인해 설자리를 잃은 것은 정보의 검증과정이다. 게다가 인터넷시대에는 정보의 공급과 수요에서 만인이 평등하다. 누구나 정보 공급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실수로, 장난으로, 악의로 …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정보들이 무수하게 인터넷에 올려지고, 일단 오르면 누구도 통제할 수가 없다. 정보는 스스로의 생명력을 가지고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그 결과 한 동네에서 벌어진 사소한 사건이 지구전체를 들썩거리게 하는 이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나선 플로리다의 시골 목사 케이스 같은 것이다.
주류 언론들은 이제 대놓고 그를 ‘미치광이(lunatic)’라고 부른다. 기자들이 몰려들고 대통령이 말리고 온 세상이 주목하자 기고만장해서 우쭐해진 미치광이라는 것이다.
이 케이스도 발단은 인터넷이었다. 지역신문에 한줄 보도되는 정도였던 그의 코란 태우기 계획이 한 종교뉴스 웹사이트에 오르면서 야후 등을 거쳐 전 세계로 퍼졌다. 아랍세계가 흥분하고 이에 페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군 사령관이 경고를 하자 주류 언론들도 보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치광이 쇼’에 너무 놀아났다고 언론계 내부에서 자성의 소리가 높다.
인터넷 덕분에 우리는 정보와 자료의 풍년을 맞고 있다. 재미있는 글, 음악, 영상 …으로 심심할 틈이 없다. 하지만 이런 정보의 홍수를 타고 허접 쓰레기들이 너무 많이 떠다닌다. 진실의 무게도 비중도 없는 ‘아니면 말고’ 식 정보들이다. 밀란 쿤테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참을 수없는 정보의 가벼움’이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정보들에 휘둘려서 세상은 소란스럽고 존재는 또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다. 인터넷 시대 시민으로서의 양식이 필요하다.
junghkwon@koreatimes.com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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