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농축액, 콘 시럽, 드라이드 콘 시럽, 설탕, 부분적으로 수소 주입한 면실유 기름, 구연산, 구연산나트륨,
과일 다당류, 화학포도당, 화학 사과산, 아스코르브산, 푸드 컬러 레드 40,
푸드 컬러 옐로 5와 6,
푸드 컬러 파랑 1>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룻 롤 업
(fruit roll-up)의 재료들이다.
위에 나열한 식재료(먹어도 된다지만
먹고 싶지는 않은) 이름들 중에서 우리 부엌 양념선반에 들어 있을 만한 것이
몇 가지나 있을까?
설탕과 함께 베이킹을 많이 하는
주부라면 콘 시럽 정도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것들은
무엇이기에 새콤달콤하고 쫀득거려
아이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프룻 롤 업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것들일까?
친구에게 프룻 롤 업 하나를 얻은 아들은 이제 엄마에게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는 나이는 지났다고 판단했는지 뭉치를 둘둘 풀어 한입에 집어넣고 우물거리고 있었다.
볼록 나온 볼을 보고 입을 벌려보라 다그치니 입술은 벌써 새파랗게 물들어 있고 입 속은 더욱 가관이다. 어디서 들었는지 “엄마 이거 과일로 만든 거야”라고 말하는 아이의 이빨 사이사이와 혓바닥이 모두 파랗게 물들어 있다.
물론 세상의 모든 프룻 롤 업이 나쁜 것은 아니다. 일부 마켓에서는 100% 과일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과일이 주재료일 뿐, 대량생산과 유통에서 피할 수 없는 화학 첨가물들이 가미되게 마련이다.
구연산나트륨은 감귤류에 많이 들어 있다고 해서 시트러스 나트륨이라고 하는데 청량한 신맛을 내주기 때문에 과즙과 청량음료의 산미료역할로 신맛을 내어 단맛을 많이 느끼지 못하게 하는데 일조한다. 의약품과 이뇨성 음료에 신맛을 내는데 사용하며 혈액응고 저지제로도 사용한다. 레몬, 라임, 감귤류의 진짜 과일에 들어 있는 시트르산을 이용하면 좋겠지만 식품에 쓰이는 구연산나트륨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며 당류를 검은 곰팡이에서 배양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아스코르브산은 비타민 C의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로 산성 상태를 낮게 유지하여 효소의 번식을 막아 채소나 과일의 갈변을 막고 맛이 변하지 않도록 지키는 방부제의 역할을 한다.
시럽은 단맛을 더하기 위해 첨가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대로 먹어도 달고 맛있는 과일에 굳이 콘 시럽을 첨가하는 이유는 양을 늘리기 위해서라고 봐도 된다. 마치 생과일이 주는 것처럼 촉촉하고 쫀득한 질감을 유지해 주고 단맛의 풍미를 강화시키기 때문에 과일을 많이 넣지 않더라도 질감과 맛을 흉내 낼 수 있기 때문에 사용된다.
위에 나열한 프룻 롤 업 재료를 보면 과일이 사용되었다고는 볼 수 없고, 과일 농축액에 콘시럽을 잔뜩 섞어 단맛과 함께 쫀득한 질감을 내고, 구연산나트륨으로 신맛을 내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보면 되겠다.
또 한가지 신경 쓰이는 것이 인공 식용색소이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음료수와 캔디 등에 많이 들어 있는 색소와 방부제가 과잉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어린 아이들일수록 반응이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고 영국 사우스 햄턴 대학 스티븐슨 교수팀이 밝혀냈다.
자두·사과의 맛이 그대로
세계적으로 초등학생의 5~10%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인공색소와 방부제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영국 대형 유통업체인 ‘아스다’ 와 ‘막스 앤 스팬서’는 자사 제품에서 인공색소와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총 9,000여종의 식품에서 인공 색소를 없애기 위해 54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입한다고 전한다.
미국에서는 비만과 소아당뇨의 주범으로 밝혀진 고과당 콘 시럽(HFCS)만을 일부(고과당 콘 시럽을 사용하기로 악명이 높은) 음료와 과자에서 이를 제거했을 뿐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는 대형 식품기업의 변화는 거의 없다. 인공색소의 부작용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두통, 두드러기, 앨러지성 비염, 과잉행동, 습진, 천식 등의 위험이 있음이 밝혀졌다.
먹는 음식에 이 모든 해롭기 그지없는 불안전한 화학품들을 넣어야만 하는 이유가 오직 원가절감과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서이니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 따위는 이미 그들에게서 관심 밖의 이슈인 것 같다.
음식을 만드는 대기업들이 좋은 음식을 만들어보겠다는 관심은 없고, 싸구려 재료로 ‘먹어도 죽지는 않는’ 음식을 만들어 오직 그럴싸해 보이는 마케팅에만 열을 올려 이윤을 남기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으니 소비자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손해만 보는 시대임이 틀림없다.
무거운 이야기는 그만하고 그렇다면, 첨가물 없는 프룻 롤 업을 한번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런 첨가물 없이도 완벽한 프룻 롤 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색소, 기름, 신 맛나게 하는 구연산나트륨과 콘 시럽 없이도 쫀득하고 새콤달콤 맛있는 홈메이드 과일 과자가 완성될 수 있다.
직접 만들어본 결과, 맛있는 프룻 롤 업 만드는 방법의 핵심은 ‘건조시키기’이다. 오븐에 넣어 익히는 것이 아니라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수분을 증발시키면 되는데,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 말고는 너무나 쉽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얹을 수 있다.
여러가지 레서피를 살펴보니 생과일을 갈아 설탕을 듬뿍 넣고 끓여 잼처럼 만든 후에 건조시키는 것, 말린 과일을 물에 넣고 끓여 갈아서 건조시키기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프룻 롤 업의 목적은 생과일을 먹기 불편한 경우에 먹는 대체품이라는 조건으로 어쨌든 가공을 가장 적게 한 방법을 사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과일을 곱게 갈아 맛을 보고 설탕을 조금 섞어 사용해 보기로 했다.
곱게 갈았을 때 대부분의 여름 과일이 수분이 많아 스무디와 주스 중간쯤의 묽기로 갈아져 이것이 과연 쫀득하게 굳어질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 시도했다. 파치먼트 페이퍼 두 장을 준비하고 한 장에는 레서피가 시키는 대로 오일을 아주 얇게 펴 발랐고, 한쪽은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다. 4시간을 기다리며 중간중간 손으로 표면을 건드려 보니 2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손에 묻어나는 것 없이 살짝 굳어지기 시작했다.
2시간을 더 기다린 후 표면을 손가락으로 가만히 눌러보니 단단히 굳어 다 되었다. 오븐에서 꺼내어 가장자리를 잡고 스티커 떼어내듯 종이와 분리하니 잘 떨어졌다. 기름 바른 것과 기름 바르지 않은 것의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완벽하게 떨어져 나갔다. 넙적하게 떼어낸 조각을 아이에게 주니 좋아하면서도 시판용 제품처럼 종이 붙은 것을 요구하여 파치먼트 페이퍼에 붙은 그대로 돌돌 말아 가위로 잘랐다.
이리하여 설탕 1큰 술 섞은 생과일 100% 홈메이드 프룻 롤 업이 완성됐다. 맛을 보니 새콤한 맛이 강한 과일이 프룻 롤 업을 만들기에 좋은 것 같다. 사과, 자두, 딸기, 라즈베리, 키위 같이 섬유소가 풍부하며 새콤달콤함이 두드러지는 과일을 사용하면 되겠다.
<글 ·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첨가물이 없이도 시판용처럼 맛있는 프룻 롤 업을 만들 수 있다.
프룻 롤 업은 생과일을 갈아서 파치먼트 페이퍼 위에 부어 건조시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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