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던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갈 시간이 왔다. 학교와 친구가 좋아 한층 들뜬 마음의 아이들을 보면 귀엽고 장하다.
학교가 시작되면 엄마들도 바빠지기는 마찬가지. 라이드 해주랴 도시락과 간식 챙기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한국에서 학창시절 어머니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12년을 꼬박 도시락을 싸 주셨다. 혹시 늦은 날에는 어김없이 학교로 가져다 주셨고, 힘든 고등학교 때는 조금 더 호사스러운 도시락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먹는 도시락은 특별하다. 누구네 멸치볶음이 유난히 맛있었고, 누구네 김치볶음밥은 정말 황홀해 예약을 하고 바꿔 먹기까지 했다. 당시 맥도널드가 생겨 빅맥을 점심으로 싸와 부러움을 산 친구도 있었다.
맛있고 좋은 도시락에 대한 재미있는 추억도 많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도시락도 있다. 한 친구의 어머니는 낱개 포장되어 있는 게맛살을 비닐포장도 뜯지 않은 채로 뭉텅뭉텅 썰어 밥 옆에 담고, 그 옆에는 국물이 흥건한 김치를 담아 게맛살 포장 비닐에 김칫국물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 친구가 어떤 표정이었는지 보지는 못했지만 그 장면이 꽤나 충격적이어서 지금도 게맛살을 좋아하지 않는다.
게맛살과 김칫국물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요리조리 요리하면 맛있는 식재료가 되고, 밥반찬으로야 최고인 김치 또한 그렇다. 문제는 ‘정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학교에서 도시락을 열어볼 아이들의 마음으로 만들어보자. 먼저 아이와 함께 상의하는 것이 좋겠다. 어떤 도시락가방을 원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메뉴로 구성할지 꼼꼼히 물어보고 대화하면 아이들도 도시락에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어 할 것이다. 아이도 엄마도 즐거운 백투스쿨 런치 만들기를 연구해 보자.
1)건강식
어렸을 때부터 좋은 유기농 재료로 만든 음식에 맛을 들여주자.
도시락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것을 알려주고 “네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겠다. 다 자라서 엄마 없이 혼자 마켓에 갔을 때도 네가 스스로 좋은 재료를 골라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달해 보자.
2)아이가 직접 고른 메뉴로
아이들은 자기 도시락 메뉴에 관심이 꽤 많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락 투정도 시작되게 마련인데 아침에 정성들여 싸놓은 도시락을 보고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기색이면 엄마도 기분 언짢기는 마찬가지. 아이와 함께 일주일치 도시락 식단을 미리 짜서 냉장고에 붙여놓으면 혹시 그 날 기분과 맞지 않더라도 자신이 함께 참여한 일이기 때문에 불평은 사라진다. 그러나 너무나 거창하고 번거로운 메뉴를 고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여 잘 먹고 만들기 쉬운 메뉴 5-6가지 정도 준비해 놓고 식단을 짜는 것이 좋겠다.
3)물이나 우유를 기본으로 한 음료 곁들이기
식사 때 물이나 다른 음료를 같이 먹는 것은 사실 좋은 식습관이 아니다. 어른의 경우 위를 늘어나게 하고 소화를 방해하며, 아이들은 음료수 마시다가 배가 불러 음식을 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미국 정서상 식사에 꼭 음료를 곁들이는 일은 아이들 도시락도 예외는 아니다. 목을 축일 음료가 필요할 경우 물을 기본으로 하고 우유, 두유 등을 곁들여 주자. 단맛이 강한 과일주스는 좋은 제품이라도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식사를 방해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런치박스에 흑미로 만든 꼬마김밥(왼쪽)이나 치즈, 삶은 당근, 오이를 넣어 색이 예쁜 꼬마김밥을 싸주면 최고 엄마가 된다.
메뉴 5〜6가지 정해두면 식단 고민 줄어
4)과일이나 디저트도 함께
아이들이 런치를 맛있게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음식에 과일을 조금씩 곁들여보자. 샌드위치에 사과나 딸기 같은 과일을 얇게 썰어 넣을 수 있고, 치킨 샐러드 같은 종류에도 포도 같은 과일을 넣으면 한결 쉽게 먹을 수 있다. 김밥, 주먹밥 같은 메뉴에도 색과 모양이 예쁜 과일을 사이드디시로 곁들여 같이 먹을 수 있도록 해주면 새콤달콤한 맛이 더해져 기분도 좋고 목이 멜 염려도 줄어든다. 저렴하고 맛있는 계절 과일을 많이 이용하자. 디저트로 먹을 수 있도록 한입 크기의 미니 쿠키 정도를 곁들여줘도 아이들의 기분 전환에 좋다.
5)가끔은 런치가 아닌 것처럼
아이들용 치즈 플레이트를 만들어주는 것도 인기가 좋다. 여러 가지 마일드한 치즈에 포도, 딸기 같은 과일을 곁들이고 얇게 썬 빵이나 좋아하는 크래커를 곁들여 싸주자.
우리식 분식을 만들어주어도 좋겠다. 삶은 어묵, 동그랑땡, 군만두나 스프링롤, 삶은 달걀과 과일을 푸짐하게 싸준다.
아침식사로 먹는 메뉴를 런치로 만들어주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과일을 곁들인 팬케익, 얇은 와플 사이에 잼을 발라 샌드위치처럼 만든 것, 크림치즈를 바른 프렌치토스트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다.
6)우리 음식에 자부심을 갖도록
김밥을 싸갔는데 고양이 똥이라고 놀림 당했다는 친구 딸의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아이가 마음 상했을까 싶어 안타까웠다. 김밥, 주먹밥, 볶음밥, 간단 비빔밥 등 아이들 메뉴로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되도록 깔끔하고 보기 좋게 만들고 아이에게 설명해 주고 “내 도시락은 건강한 재료로 만든 한국음식이야”라고 말할 수 있도록 알려주자.
6)핑거 푸드로 싸주기
아이들은 핑거 푸드를 좋아한다. 한입에 쏙 들어갈 크기로 잘라주면 안 먹던 음식도 먹는 경향이 있다. 구운 닭가슴살, 체다치즈, 빵, 고구마, 멜론 등을 깍둑썰기 해서 보기 좋게 넣어주자.
예쁘고 영양 만점인 계절 과일을 함께 곁들여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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