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유해물질이 몸에 해롭다는 뉴스가 종종 나오지만 생활 속에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못하기 마련이다. 조금 신경 쓴다는 것이 플라스틱 그릇을 유리그릇으로 바꾸는 정도다. 하지만 의외로 우리는 매일 환경 유해물질을 접하고 산다.
플라스틱 병이나 그릇, 랩, 캔, 조리기구, 가전제품, 카펫, 샤워 커튼, 옷, 샴푸나 비누, 로션, 가구, TV, 침구, 쿠션, 매트리스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환경 유해물질에 노출돼있다. 비스페놀 A, 프탈레이트, PFOA, 포름알데히드, PDBEs 등 이름도 어려운 물질들은 의외로 매일 접하기 쉬운데다가 암, 성조숙증이나 불임 문제, 행동 장애 등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과 연구들이 종종 나온다. 물론 유해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소량이라도 환경물질이 수년간 인체에 축적된다면 건강에 유해할 수도 있다.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건강에 해로운 환경 물질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노출을 줄일 수 있는지 알아본다.
플라스틱·옷·화장품·전자제품·캔에 함유
BPA·프탈레이트·PFOA 등 내분비계 교란물질
일상생활서 매일 노출… 암·불임·행동장애 유발
모유를 먹이는 유아의 경우 엄마를 통해서 비스페놀A, 프탈레이트, PBDEs 등 인체에 유해한 환경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비스페놀 A(bisphenol A 또는 BPA)
가볍고, 투명하며, 내열성이 있으며 잘 깨지지 않는 장점 때문에 널리 쓰이는 화학물질로 유사 에스트로겐으로 작용해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이다.
비스페놀 A는 1891년 러시아 화학자 디아닌에 의해 처음 합성됐다. 현재는 폴리카보네이트나 에폭시 수지 같은 플라스틱 제조의 원료로 사용된다. 플라스틱 물병, 젖병, 재사용 가능한 음식 용기, 포크나 수저 같은 플라스틱 식기류, 유아용 컵, 각종 전자 장비 등 다양하게 쓰인다. 또한 치과에서 실란트(sealants, 방수제) 재료나 CD의 재료, 음료수 캔을 코팅하는데도 이용된다. 실란트는 음식물이나 세균이 달라붙지 못하게 치아를 코팅하는 것을 말한다.
강력한 세제를 사용하거나 산성 또는 고온의 액체 속에 비스페놀 A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넣으면 적은 양이나마 녹아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BPA를 함유하고 있는 용기에 담겨있던 음식이나 음료수를 먹으면 소량이나마 노출될 수 있다. 유아나 어린이는 물고 빠는 장난감을 통해서도 노출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산모 배에서 크고 있는 태아에까지도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CDC에서는 조사 결과 연구에 참여한 사람 중 93%의 사람 소변에서 BPA를 검출한 바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내 생산자단체를 대표하는 ‘미국화학위원회’에서는 소량의 BPA 노출은 건강에 어떤 위험도 초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근 발표된 카이저 퍼마낸테가 중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BPA 검출량이 매우 높게 나왔으며, 남성 성기능 감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동물 실험 결과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BPA가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러 연구결과 BPA가 태아 및 유아, 어린이의 행동장애 및 전립선 문제, 뇌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만드는 화학물질로 고무, 어린이 장난감, 심지어는 샴푸에까지 들어간다.
-어떻게 노출을 최소화 하나=되도록이면 플라스틱 제품 대신에 유리나 스테인리스 제제의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플라스틱 제품을 살 경우 리사이클 넘버를 살펴본다. 리사이클 넘버가 7이면 BPA를 함유하고 있다. 식품은 캔에 들어있는 것보다는 날 것이나 냉동 채소를 선택한다. 플라스틱 용기는 뜨거운 국이나 음료를 담지 않도록 하며,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는다. 또한 스크래치가 많이 난 제품은 사용을 중단한다.
#프탈레이트(phthalates)=플라스틱을 유연하게 만드는 화학물질. 여러 플라스틱 장난감을 비롯해, 샴푸, 린스, 바디 스프레이, 헤어스프레이, 향수, 비누, 매니큐어, 화장품, 샤워 커튼, 의료용 튜브, 링거 백, 비닐 바닥 제제, 식품 포장제 및 코팅제 등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넌스틱 주방기구 암유발 의심
유아의 경우 아기 샴푸나 로션, 파우더 사용시 인체에 소량이나마 노출될 수도 있다. 역시 자궁 내 태아에게도 산모를 통해 노출될 수 있다.
마운트 사이나이 센터의 ‘아동의 환경과 질병 예방 연구’에 따르면 엄마 뱃속의 아기가 프탈레이트에 노출될 경우 성장기에 ADHD 같은 행동장애 발병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탈레이트 역시 BPA처럼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작용하며 남성 생식기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 실험결과 남성 불임이나 여성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떻게 노출을 최소화 하나=삼푸, 컨디셔너, 비누, 바디 워시 등 라벨을 꼼꼼히 읽어본다. 방향제(fragrance)가 들어 있다면 프탈레이트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이런 제품은 쓰지 않는다. 제조 업계에서는 프탈레이트의 안정성을 문제시 삼지 않고 있다. 또 라벨에 꼭 명시해야 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향 재료에 프탈레이트를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는 표기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한편 최근 캘리포니아에서는 유아 장난감의 경우 6가지 프탈레이트를 포함하는 경우 판매 금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PFOA(Perfluorooctanoic acid 또는 C8)
테플론(Teflon)이나 넌스틱 코팅, 얼룩 및 방수 처리제품에 널리 쓰이는 불소수지 코팅 화학물질이다. 암을 유발하는 의심물질로 알려져 있다. 논스틱 처리된 조리기구, 방수 처리된 옷과 가구, 카펫, 전자제품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한 PFOA에 오염된 공기나 오염된 음식, 음료를 통해 인체에 노출될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넌스틱 처리된 조리기구로 요리하면 PFOA가 공기 중에 흘러나올 수 있으며 음식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혈액에서 검출될 수 있으며 PFOA는 동물실험결과 암 발생 및 성장 발육 문제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발표된 영국의 한 연구 결과 1999~2006년까지 약 4,000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혈액검사 결과를 조사한 결과 PFOA 수치가 높았던 경우 여성의 16%나 갑상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가 낮았던 여성은 갑상선질환 발병률이 8%였다.
또한 호르몬 불균형, 암 들 질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PA(환경보호청)에서는 PFOA가 발암물질로 의심되지만 인간 발암 물질로 규정하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어떻게 노출을 최소화하나=코팅된 조리기구보다는 스테인리스 제제나 캐스트 아이언 조리기구를 사용할 것이 추천된다. 넌스틱 조리기구를 사용할 경우 너무 뜨거운 온도로 조리하지 않도록 한다.
#포름알데하이드(Formaldehyde)
방부제, 나무자재 접착제 등에 널리 쓰이는 화학물질로 발암물질로 지목된 바 있다. 나무 자재나 하드보드, 나무 등 가구나 바닥재 접착제(글루)에 대개 들어 있다. 또한 카펫이나 커튼, 방향제, 화장품 등과 자동차 배기가스,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거나 담배를 피워도 포름알데하이드가 나온다.
국립 암 연구소(NCI) 저널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포름알데하이드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백혈병, 폐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아토피와도 연관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포름알데하이드 가스에 많이 노출된 경우는 구토, 피부 자극, 눈 자극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어떻게 노출을 최소화하나=실내 정화를 위해 식물을 들여놓는 것도 한 방법. 가구 제품은 포름알데하이드 접착제가 쓰였는지 알아보고, 가능하면 사용되지 않은 제품을 고른다. 또한 유해가스가 방출되지 않거나 최소화된 소비재를 사용한 것을 고른다. 집안은 에어컨디셔너를 적절히 사용해 습기를 낮추고, 온도도 시원하게 유지하며 공기 환기를 자주 시켜주도록 한다.
#PBDEs(Polybrominated diphenyl ethers)
방염제(flame retardant)로 TV, 컴퓨터, 가구 등에 사용된다. 이 성분은 불임, 성조숙증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혈중 PBDEs 농도가 높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임신이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PBDEs 혈중 농도가 10배 증가할 때마다 임신될 가능성은 약 30% 정도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역시 내분비 교란 물질로 빌딩 건축자재, 매트리스, 각종 전자제품에 방염성분으로 사용된다. 특히 이 성분은 먼지를 통해 인체에 노출될 수 있다. 음식이나 물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모유를 먹이는 아이는 엄마를 통해 노출될 수 있다.
또한 간과 신장 및 뇌와 행동장애를 불러 올 수 있는 것으로도 보고됐다.
-어떻게 노출을 최소화하나= PBDE 가 쓰이지 않는 제품을 고르거나, TV 먼지는 꼭 틈틈이 닦는다.
<정이온 객원기자>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에 사용되는 비스페놀 A는 젖병에서부터 각종 플라스틱 음식 용기, CD 재료, 전자 장비, 음료수 캔 코팅제, 치과 실란트 재료 등에 사용된다.
복숭아·딸기·사과는 유기농으로
#농약과 유기농
얼마 전 환경보호단체인 EWG에서는 농약 오염도가 높고 낮은 과일과 채소 리스트를 발표한 바 있다. 농약 오염도가 높은 과일과 채소는 1 서빙당 47~67가지 살충제가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살충제(농약)는 여러 화학물질의 혼합물을 포함하고 있다.
농약 검출이 높아 되도록이면 유기농으로 사는 것이 추천되는 과일과 채소로는 셀러리, 복숭아, 딸기, 사과, 블루베리, 승도복숭아(nectarines), 피망, 시금치, 케일, 콜라드 그린, 체리, 감자, 수입산 포도, 양상추 등이다. 이들 과일과 채소에서는 높은 수치의 농약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약 오염도가 낮은 과일과 채소로는 양파, 아보카도, 옥수수(sweet corn), 파인애플, 망고, 스윗 피, 아스파라거스, 키위, 양배추, 가지, 캔탈롭, 수박, 자몽, 고구마, 자주색 양파 등이다.
정부에서는 소량의 살충제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 농약 노출은 암이나 ADHD 같은 행동장애, 신경 장애 등 발병과 연관 있으며 면역 시스템을 약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농약의 위험도를 입증할 만한 장기 임상실험이나 결과가 부재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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