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미국국경을 넘기 위해 사막지대를 지나다 숨진 채 발견되는 밀입국자수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올들어 지금까지 이들로 추정되는 시신이 150구 이상이나 발견됐으며 이는 전년 동기107구에 비해 부쩍 늘어난 숫자라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이민단속 강화 정책으로 국경을 넘는 불체자들의 수가 계속 줄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매우 충격적이다. 이달만 해도 벌써 57구의 밀입국자 시신이 발견되었다니 이대로 가다간 아주 국경지대가 ‘죽음의 땅’이라는 오명이 붙어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더욱 기막힌 것은 급증하는 이들의 시체를 공간부족으로 어디다 처리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보도다. 밀입국자들의 죽엄은 이처럼 시신조차 제대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인권을 소중하게 여기고 또 존중해야 한다고 부르짖는 미국국경에서 어떻게 이런 참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너무나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다.
시신을 마치 선반위에 상품 진열하듯 자루에 넣어 즐비하게 칸칸이 올려놓은 사진은 차마 눈 뜨고는 볼수 없는 광경이다. 미국에서 인간의 몸둥아리가 이처럼 구차한 상태로 취급된 것은 사실상 이번에 처음 보았다. 그것은 단지 어떻게든 미국만 가면 돈을 벌수 있다는 희망 하나 만으로 국경을 몰래 넘으려고
한 것이 죄라면 죄다. 이들은 국경까지 3-4일을 공포에 떨며 감시망을 피해 온갖 위험도 마다하고 푹푹 찌는 한여름 무더위에 사막지대를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걸어오다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대로 비명횡사하고 있는 것이다. 눈물의 빵을 먹겠다고 국경을 찾아드는 이들의 대열은 지금 이 시각에도 계속되고 있다.이 무슨 형국이란 말인가. 중국의 탈북자 강제소환을 두고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 왜 그렇게 비인도적 행위를 하느냐 하면서 그들의 비행을 인권 운운하며 문제삼지 않았었나. 그런데 왜 자기네는 그런 방식으로 밀입국자들을 처리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이 이처럼 값없이 죽어가도록 그대로 방치하고 있어도 되는 것인가.
애리조나 이민단속법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미국의 ‘휴먼 라이츠(Human Rights)’정신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다. 단지 의회에서 이민개혁안이 거론되는 것에 맞불을 붙여 정치적이익을 얻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비인권국가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애리조나주의 이민단속법은 미국의 보수층, 즉 반이민자들이 애리조나주의 이민법안을 가지고 진보와 보수ㅡ애국과 매국으로 나누는 식의 시금석을 만들어 활용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이를 위해 제일 먼저 총대를 매고 나선 곳이 애리조나주고 이를 논쟁거리로 만들어 미 전역에 확산시켜 반 이민의 열기가 가열되면 그걸 이념으로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포괄이민법과 관련, 민주당의 계산은 불체자들에게 세금을 부과시켜 합법적인 신분을 부여할 경우 미국의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은 불체자들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 즉 질서파괴와 범죄증가, 이로 인한 세금낭비 등을 이유로 죽어도 안 된다며 반론을 펴고 있다. 마치 1800년대 미국에서 노예해방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이슈를 놓고 흑인에 대해 텃세가 심한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극렬한 논쟁을 벌인 것과 거의 같은 맥락이다. 마찬가지로 불체자들이 무슨 노예나 되듯 정치가들이 된다, 안된다 하면서 툭하면 격렬한 논쟁을 벌이는데 불체자가 무슨 그들의 밥그릇 싸움의 대상인가. 인권의 나라 미국에서 밀입국자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그런 사태가 그대로 지나쳐지지 않는 이유다.
밀입국이 범법이라면 국경지대를 아예 못 들어오도록 원천봉쇄 하던지 아니면 죽어 널브러진 시신이 발견되는 일이 없도록 국경을 확실히 개방하던지 해야 한다. 두 안 다 열어놓고 살 놈은 살고 죽을 놈은 죽던지 하라는 식으로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미국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벌어먹자고 죽기 살기로 사선을 넘어오는 가엾은 밀입국자들의 목숨도 소중한 목숨이다. juyoung@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