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고 해야 하나. 워싱턴의 중국 전문가란 사람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 말이다. 견해가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좀처럼 컨센서스를 이루는 경우가 없다. 그 워싱턴의 중국 전문가들이 모처럼 하나가 돼 갈채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새로 선 보인 중국 전략에 대해서다. 상당히 터프해졌다. 중국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다. 정면으로 도전했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우라는 식으로 일갈을 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자유롭게 항해하고 아시아의 공동수역에 제한 없이 접근하는 데 국가적 이해를 가지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을 존중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한 선언이 그것이다.
“남중국해는 대만, 티베트와 함께 중국의 핵심 이해가 걸린 지역이다.” 북경당국이 그동안 펴온 주장이다. 남중국해가 중국의 뒷마당이란 이야기다. 그러니 남중국해 문제에는 그 누구도 껴들지 말라는 엄포성의 일방적인 선포를 했었던 것이다.
그 중국의 선언을 묵인하는 듯이 보였다. 그러던 미국이 공해인 남중국해를 독점하려는 어떤 행위도 용인할 수 없다는 선언과 함께 중국의 횡포에 시달리는 아세안 국가들의 편을 분명히 들고 나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 새로운 전략을 워싱턴 포스트는 한 싱크탱크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외교의 걸작품’이란 평가까지 내렸다. 왜 이토록 상찬이 쏟아지고 있는 것일까.
중국은 왜 그토록 오만한 자세를 보이고 있나. 중국 문제 전문가 대니얼 블루멘털이 일전 ‘디플로매트’지에 기고를 통해 던진 질문이다. 그 이유를 대략 두 가지로 보았다. 하나는 미국이 약해졌다는 냄새를 맡은 때문이라는 것이다.
‘열강의 협주’(Concert of Power)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다극화시대를 맞아 미국을 중심으로 열강이 협조하는 가운데 국제문제를 함께 풀어가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오바마 행정부가 외교 전략의 기본개념으로 설정한 것은 ‘전략적 재확인’(Strategic Reassuarance)이다. 요약하면 열강의 세력권을 존중하는 개념이다.
이 새 전략과 함께 미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한 게 중국이다. 그 중국에 대해 미국은 유화정책으로 일관해왔다. 진정한 파트너로 받아드리겠다는 배려에서다.
그런 접근 방식을 중국은 미국이 약해졌다는 시그널로 받아 들였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게 중국 공산당 정권의 냉혹한 속성이다. 오직 힘만 존중할 뿐 파트너에 대한 배려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속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후, 그러니까 2009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계속 미국을 찔러댔다. 떠보기 위해서다.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에, 달라이라마 면담계획에 시비를 걸었다. 하여튼 사사건건 비토 시그널을 보냈다. 그 절정이 천안함 사태를 둘러싸고 북한 껴안기로 일관한 중국의 처신이다.
중국을 오만한 자세로 몰아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로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중국의 내부사정이 지적됐다. 오는 2012년은 중국의 권력이 세대교체를 이루는 해다. 이 내부적 권력투쟁기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 세력은 군부다
거기다가 끊임없는 반정부 소요로 군부의 입김은 더 커지고 있다. 만일의 사태 발생 시 체제유지의 절대적 의지가 되는 것은 군부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이 군부의 위상이 날로 커지면서 중국외교는 더 한층 거칠어지고 호전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그동안 충분히 메시지를 들어왔다. 말하자면 ‘평화굴기’(平和?起)란 말은 환상이란 점을 깨달은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전략 모색에 나선 것이다.
한미동맹사상 처음으로 외교·국방장관이 함께 모이는 ‘2+2 회의’ 개최와 함께 실시된 대대적인 한·미 해상기동훈련이 그 스타트다. 이 기동훈련을 앞두고 중국은 잇달아 반대 성명을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
제 2탄은 클린턴의 하노이선언이다. 국제해상교통의 주요수로인 남중국해를 독점하려는 행위를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도전장을 북경당국에 들이 댄 것이다. 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경고를 했다. 이란 제재조치를 충실히 따를 뿐, 엉뚱한 마음을 품지 말라는 엄중 경고다.
제 3탄은 이번 주 부터 시작되는 2차 한미해상기동훈련과 관련해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톤 호가 서해에 진항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일부의 관측이다.
왜 워싱턴의 중국 관측통들은 전례 없이 하나가 돼 갈채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앞서의 질문으로 되돌아가자. 이는 다름이 아니다. 중국문제에 미국의 조야(朝野)가 하나의 컨센서스를 이루었다는 사실이다. 오만한 중국을 적극 견제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2009년은 중국 공산당이 큰 착각 속에 외교정책에 있어 최악의 실수를 저지른 해로 기록 될 것이다.” 누가 한 말이던가. 그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다.
옥 세 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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