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이 첨예하게 교차하는 외교 전장에서 국가 이익을 지키는 자주적 외교활동을 위해서는 전문적으로 훈련된 직업 외교관의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들은 국제정세를 읽고 참을성 있게 인맥과 경험을 쌓은 전문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국가 간의 현안을 건설공사 도급하듯이 한다면 역사 발전에 흠집만 남길 뿐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한미 양국의 합의 하에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환수를 3년7개월 더 연장하여 유예시킨 것은 국가의 정체성과 군사주권 면에서 명분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1950년 7월 미군에 이양 되었던 것을 4년 전 한국이 환수하려하자 미국 측은 한미연합사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또 연합사가 한국군을 통제할 수 없고 심지어 환수 고집이 자칫 미국 조야에서 주한미군의 철수 논의를 촉발 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새로운 안보 환경에 따라 한국군이 한반도 방위를 주도하고 미국 측은 지원 역할을 담당해나가는 한미군 지휘 관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양국의 인식을 공유하면서 군 당국이 미국의 정책과 조율하며 사안별로 세부적 후속 조치를 진행하였다.
이로써 기회 있을 때 마다 남한의 군사주권을 거론하면서 대남 공세를 일삼던 북한을 무력화 시키고 정전 협정의 당사국 위상을 확보하는 명분도 찾았다.
군사 주권 문제는 1974년 3월25일 북한이 미국에 대해 요구한 평화협정 체결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남한 무시의 빌미가 되었다. 북한이 요구한 평화협정은 앞서 74년 1월 남한이 한반도 안정을 위하여 남북 상호불가침 협정 체결을 제시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약속할 것을 북한에 요구한데 이은 것이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군의 통수권을 미국이 장악하고 있기에 미국과 협정을 맺자고 거꾸로 요구했던 것이다.
군사주권 문제는 북한의 대남 공세의 명분이 되어왔기에 한국 정부가 자칫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고 일방통행만 고집한다면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8월 한국의 한 언론 여론조사에서 북한과 미국이 전쟁을 할 경우 북한 편에 서겠다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이런 섬뜩한 내용과 같은 것이 환수 진행 과정에서 반미정서로 나타날 까 염려스럽다.
이번 환수기간 연장은 양국 정상이 인수시기를 두고 합의를 지켜나가기로 공동성명을 발표한지 1년이 안되어서 뒤집은 것이다. 공론화가 부족한 가운데 한국 정부의 요청에 의하여 미국이 수용하는 모습은 우파 정권의 오만함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 하였다.
한국은 세계 경제의 부동의 상위권 자리를 지키고 있고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24번째 회원국이 되어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이 되었다. G20 정상회의 개최국이 되고 한 기업의 단기 순익이 5조원에 이르는 등 국가의 품격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강조하던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이로써 빛바랜 자랑이 되고 말았다.
한국 정부는 1994년 평시 작전권의 한국군 환수 시 군의 사기와 국민정서가 어떠하였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요청하여 미국이 수용한 것이기에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을 살펴보면 한국이 감당해야할 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즉 오바마 행정부의 안보군사 정책 기조와 목표를 담은 QDR(4개년 국방정책 검토) 2010에도 "미국이 가장 강력한 국제사회의 행위자이지만 동맹 우호국과의 보다 큰 협력 없이는 안정과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고 기술하고 있고 전진 배치된 미군의 전력 운용방침에 ‘협력적 리더십’을 반영하여 책임을 분담하는 정책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주한미국에 대한 한국측 방위비 분담액이 연간 8,000억원에 이르고 있고 향후 군사 기지 이동 등으로 그 부담액은 늘어날 것이다. 환수 연기에 따른 후속 조치 협상이 진행 중이고, 여기서 져야할 짐을 피할 길이 없게 되었다. 하지만 남은 협상에서 양국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돌출되지 않도록 하여 국민적 비판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아울러 지난 2006년 양국이 합의한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 동북아 지역 분쟁 개입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밝혀 주변국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양국 협동작전 체제에서 지휘권이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협상이 되어야 하겠다. 또 미군에 의존하던 군의 조기 경보체제를 강화하는 첨단정보 능력을 확보하는 획기적인 투자와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김병창 / 한미평화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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