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미국 경제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전문가들이 내놓는 전망들이 엇갈리면서 소비자들과 투자가들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더블 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고 정부의 선제적 조치로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같은 경제를 놓고 이렇게 진단과 전망이 갈리는 것은 시각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제가 안고 있는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특히 금융시장은 이런 불확실성이 더 심하다.
금융위기 속에서 6,500까지 떨어졌던 다우존스지수가 1만선을 회복하자 경기가 다시 회복된 양 호들갑을 떨었던 게 지난해 11월이었다. 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다 8개월이 지난 현재도 1만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주식시장은 지수가 어느 정도 올랐다 다시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시지푸스의 고된 여정을 한동안 되풀이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행위와 관련한 사람들의 결정은 이성적인 계산과 판단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투자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 세기 위대한 경제학자였던 케인스는 이런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봤다. 그는 “우리의 적극적 활동 대부분은 수학적 기대치에 의존하기보다 자생적 낙관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엄밀한 분석에 의거한 전망이 아니라 주관적 견해, 즉 기대감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기대가 낙관적인 방향으로 쏠릴 때는 호황과 거품이 발생하고 이것이 비관적인 방향으로 돌변할 때는 불황과 자산 폭락이 찾아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케인스는 이런 인간의 성향을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지난 10여년 사이에 야성적 충동이 경제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똑똑히 목격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기대가 어느 방향으로 돌변할 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수학적인 모델로 계산해 보면 지난 1916년부터 2003년 사이에 하루에 3.4% 이상 주가가 변동한 횟수는 58일이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1,001번이나 이런 일이 일어났다. 시장의 실질적인 불안정성은 이론이 가정하는 정도를 훨씬 뛰어 넘는다.
월스트릿 저널은 12일 최근 주식시장 실적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변동성에 질려버린 소액 투자가들이 시장에서 돈을 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수로 볼 때 지난 8개월 간 헛장사 한 셈인데다 널뛰기 장세에 가슴까지 바짝 타들어갔을 테니 돈을 빼는 투자가들이 많은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 없다.
“무릎 가격에서 사 어깨 가격에서 팔라”는 주식 투자가들 사이의 금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투자가들은 추가 하락의 두려움 때문에 어깨 가격은커녕 무릎 가격에서 팔아 치우고 있으며 무릎 가격 매입도 꺼린다는 것이다. 9개 주요 투자부문의 지난 10년간 실적에서 주식은 꼴찌를 차지했다.
소액 투자가들의 주식시장 철수는 일찌감치 경제 버블을 예견해 명성을 얻은 예일대학의 로버트 실러 교수의 조언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러 교수는 불확실성을 헤쳐나가는 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이다. 보험은 리스크 관리의 가장 대표적인 방식. 하지만 개인이 내리는 모든 결정을 주택이나 자동차처럼 보험으로 관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관리방식은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많은 소액 투자가들이 그렇게 하고 있듯이 변동성이 너무 심한 주식의 비중은 줄여 나가는 것을 심각히 고려해 볼만하다.
위기 속에서 교훈을 얻는다지만 투자와 관련한 결정은 여전히 ‘야성적 충동’에 의해 지배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특히 성공했던 과거의 기억이 있을 경우 야성적 충동의 유혹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여전히 불안정한 시장상황인데도 기회다 싶으면 무리를 해서 투자에 올인 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불확실성을 극복해 나갈지 월드컵에서 신통력을 발휘한 ‘문어 도사’ 파울에게 길을 묻는다면 가장 확실하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야성적 충동이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자제력과 분별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호황기에는 야성적 충동이 발전에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다. 국채의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졌는데도 안전한 투자처라는 이유로 돈이 몰리고 있는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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