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또 한 젊은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용하. 그의 나이는 서른셋이다. 가수요 탤런트다. 총각이다. 왜, 죽었을까. 죽은 사람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죽은 사람이야 죽어서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산 사람들인 가족들에게는 너무나 슬픈 일이다. 아버지가 암 말기라고 하는데 얼마나 슬프고 괴로울까. 목숨이 자신의 것이라고 스스로 버리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어찌 목숨이 자신의 것만 되겠는가. 목숨은 부모가 준 것이요, 더 깊이 들어가면 하늘이 준 것이다. 내가 살아있는 것은 내가 스스로 태어나 살아있는 것은 아니다. 하늘이 허락하고 부모의 사랑 속에서, 자신은 이 세상에 한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아무리 귀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 그 이유는 이 세상 어디에도 자신의 목숨은 단 하나이기 때문이다. 태산같이 재산을 많이 쌓아 놓은 사람이 있다 해도 그 사람의 목숨이 없다면 그 많은 재산도 모두 헛것이 되고 만다. 아무리 부귀영화가 좋다 해도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했다면 부귀영화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박용하. 그는 삼중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사업. 즉, 비즈니스다. 사업을 하려하는데 그것이 잘 안되었고 거기다 팬 미팅을 했는데 수억에 달하는 사기까지 당했다 한다. 또 하나는 연예활동에 대한 부담감이다. 마지막 하나는 암 말기에 있는 아버지에 대한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의 허약함 때문이었을 것이라 한다.
2005년 2월22일 영화배우 이은주가 자살했다. 그녀의 나이는 불과 스물다섯. 꽃다운 나이다. 영화배우 겸 탤런트로 잘 나가던 그녀였다. 그러나 그녀는 영화 ‘주홍글씨’를 찍고 나서 그 영화에 나오는 노출 연기로 인해 많은 고심을 했다. 그 것이 우울증으로까지 번져 목숨을 끊지 않았나 하는 것이 주위의 추측이다.하지만 그것보다도 돈이 문제였던 것 같다. 영화 주홍글씨를 찍기 전에 찍은 ‘오, 수정’에서도 그녀는 노출연기를 했다. 연예인들의 노출, 특히 여배우들의 노출연기는 돈과 직결된다. 돈이 넉넉한 여배우라면 노출연기 같은 것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배우는 피할 길이 없게 된다. 이것이 사단이다. 이은주는 유서와 같은 그녀가 남긴 노트에서 “근본적인 원인.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 없을 텐데. 누구를 원망하고 싶지 않았어. 혼자 버티고 이기려 했는데. 일 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무모한 바람이었지. 일 년 전이면 원래의 나처럼 살 수 있는데 말야. 인간사도 이젠 지겹다. 자존심도 바닥을 쳤고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 등등. 그녀가 노출연기로 찍은 주홍글씨는 흥행에 실패했다. 흥행의 실패는 바로 돈과 연관된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 살림을 꾸려가던 이은주는 평소 엄마를 지켜주겠다고 했단다. 단국대 연극영화과 1999년 학번의 꽃다운 나이였던 그녀. 그녀는 결국 경찰조사 결과 우울증이 원인이 되어 자살했다는 조서를 남기고 세상을 훌쩍 떠나버리고 말았다.
돈에 시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돈의 위력에 대해서 잘 모른다. 돈은 인간을 협박한다. 돈의 위력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강할 수 있다. 돈은 사람의 자존심을 하나 없이 망가트리기도 한다. 돈은 어쩌면 목숨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돈이 많으면 왕처럼 사람들이 떠받든다. 반면, 돈 떨어지면 쓰레기처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돈은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라”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돈은 개처럼 벌어도 벌고 나면 정승처럼 된다는 해석이다. 자살하는 사람의 대부분, 아마 90% 이상은 돈이 연관돼 있다고 보아도 무난할 것이다. 그 돈은 바로 자살하는 사람의 자존심과 또 연관이 돼 있다. 그러니 자살 안 하려면 자존심을 죽이거나 없애버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살길이 열린다.
거렁뱅이, 즉 거지가 자살하는 것을 보았나. 없다. 그들은 죽어도 자살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들은 돈이 없고 그토록 어렵게 사는데도 왜 자살을 하지 않는가. 답은, 그들에겐 자존심이란 게 아예 없기 때문이다. 이은주를 비롯해 최진실, 안재환, 장자연, 최진영, 박용하에 이르는 자살. 그뿐인가, 노무현대통령의 자살. 자살하고 싶은가? 자존심을 버리면 살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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