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온갖 과일과 채소가 풍부하면서도 저렴하여 장바구니를 든 손이 흥이 나는 계절, 특별히 채식주의자들에게 참 좋은 계절이다. 여름의 채소들은 계절의 산물답게 여름의 필요를 딱 채워줄 수 있도록 필요한 기능을 고루 갖추고 있어 더욱 재미있게 골라 먹을 수 있다. 몸의 열을 내려주는 오이와 가지,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토마토, 감자, 아보카도, 수분 보충에 지치지 말라고 달콤함까지 곁들여진 멜론, 수박 등 이름만 들어도 푸르른 싱그러움이 가득 밀려온다.
뜨거운 태양과 더없이 푸르러지는 자연의 활기찬 에너지가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정열의 계절에 좋은 먹거리들로 식단을 마련해 자연스럽게 건강한 여름을 지내보자.
비타민 많은‘채소의 왕자’
■파프리카
여름에 더위 먹는 증상을 막아주고 더위에 저항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여름 채소의 왕자라는 멋진 별명도 있다. 감귤류보다도 비타민 C가 풍부하고 비타민 A, B1, B2, 섬유소, 철분과 칼슘도 풍부하다. 주근깨나 피부색소 침착을 막아 잡티 없는 피부를 유지해주고 비타민 D는 혈액 흐름을 좋게 해줘 혈색도 좋아진다. 기름에 볶아 먹으면 당근처럼 비타민 A의 흡수를 도울 수 있다. 통째로 불에 까맣게 태워 껍질을 제거하고 사용하면 쓴맛을 줄이고 단맛이 극대화되어 환상적인 맛을 내지만 온 집안에 탄내가 배어 조금 번거롭다. 초록, 빨강, 노랑, 보라, 주황, 검정 등 예닐곱 가지 정도의 다양한 색상이 있으며 붉을수록 단맛이 강하다. 사과, 당근 등 달콤한 과일채소와 함께 갈면 주스로 마시기에도 괜찮다.
수분 듬뿍, 휜 것이 좋아
■오이
향기, 색감, 식감 모두 여름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채소. 우리가 보통 먹는 푸른 오이는 덜 자란 상태로, 수확하지 않고 두면 노랗게 늙어버린 노각이 된다. 덜 자랐을 때에도 싱싱하고 맛이 좋아 먹게 되었다는데 껍질의 돌기가 아직 덜 익은 열매를 지키기 위한 가시였다고 한다. 병충해에 약해 농약을 많이 치는 종류이기도 하다. C자 모양으로 휜 오이가 자연 그대로 자란 것인데 소비자들은 보기 좋다고 곧은 오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90퍼센트 이상이 수분이며 칼륨함량이 높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나트륨 배설을 도와 몸을 깨끗하게 해 준다.
다른 채소와 섞어 주스나 장아찌 등을 만들면 비타민 C를 파괴하므로 피하고 굵은 소금으로 껍질을 문질러 깨끗이 씻어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
몸의 열 내리고 성인병 예방
■가 지
가지에는 영양적인 면에서 딱히 내세울 만한 요소는 없다. 그러나 껍질의 보라색에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동맥경화 등 순환계의 질병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하여 중국에서는 고혈압에 좋은 음식으로 꼽는다.
차가운 성질이 강해서 몸의 열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몸이 늘 차고 소화가 힘든 사람이나 임산부는 피하는 것이 좋다.
기름과 함께 볶거나 무치거나 튀겨 요리하면 레놀레산과 비타민 E를 섭취할 수 있다. 흠집 없고 선명한 보라색을 띠는 것이 좋은데 보라색이 옅은 것은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라 맛이 떨어진다. 꼭지가 싱싱하고 가시가 날카로운 것을 고른다.
껍질 그물망 촘촘한 게 영양
■멜론(캔털롭)
멜론과 수박은 과일로 알고 먹지만 사실은 오이, 호박과 더불어 박과의 채소다. 안쪽부터 영양분이 채워지는 박 종류로 중심부로 갈수록 달고 부드럽다.
달콤한 맛 때문에 과일로 많이 먹고 온실 재배를 하게 되면서 고급과일로 등극했으나 기후가 따뜻한 캘리포니아에서는 여름철에 특별히 저렴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멜론 껍질의 그물망은 사람으로 치자면 튼살과 같은 것이다. 성장하면서 껍질이 갈라진 자리에 코르크질을 형성하여 자리를 메워 나간 것인데 그물망이 촘촘할수록 균형 잡힌 성장을 한 것이다. 수분이 많아 이뇨효과가 있고 비타민 A가 풍부하다. 꼭지가 싱싱한 것을 사와 실온에 보관하여 익혀 먹어도 좋고, 곧바로 먹으려면 꼭지 반대쪽에 냄새를 맡아보아 향기로운 향이 나면 잘 익은 것이다. 말랑한 것은 수확한지 오래되고 속부터 상한 것일 수 있다.
해장용 수프, 간 회복 도움
■완두
일반 콩보다 질이 좋은 단백질 공급원으로 밥에 넣어 함께 익혀 먹으면 가장 맛있다. 비타민 B1, B6, 비오틴, 콜린, 엽록소 등이 풍부하다. 쪄서 술안주로 곁들이거나 해장용으로 완두 수프 등을 먹으면 간 회복에 도움이 된다. 신선한 색깔을 띠고 있는 콩을 골라야 하며 우수한 단백질인 라이신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또한 비타민과 식물성 섬유소도 많이 들어 있다. 제철에 넉넉히 구입하여 끓는 물에 소금으로 간하고 살짝 데쳐 한번 먹을 분량씩 냉동해 두면 일년 내내 신선하게 맛볼 수 있다.
항균작용·면역강화 탁월
■마늘
대장균, 살모넬라 등의 식중독 균은 기본이고 각종 곰팡이와 세균 번식도 억제하는 등 엄청난 항균작용을 하며 면역력 강화를 돕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장제라는 것도 두말할 것 없다. 옛날에는 음식보다는 약으로 쓰일 만큼 감기에 걸리면 항생제 역할의 약으로 복용하였고 이질 같은 병에 약으로 쓰이기도 했는데 냄새 때문에 괴롭지만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여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도 돕는다. 껍질을 까고 몇 분간 두어야 활성 성분과 항암성분으로 작용하는 알리신이 생성된다. 통마늘은 묵직하며 모양이 균일하며 짜임새가 빽빽히 알차 보이는 것이 좋고 껍질에 보라색 줄이 선명한 것은 단맛이 강하다. 빻아서 보관할 때 소금을 조금 넣으면 초록색으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데치거나 구우면 요리 끝
■오크라
사진처럼 꽃이 크고 탐스러우나 하루 만에 지며 곧바로 열매를 맺어 5일 정도 후에 바로 수확할 수 있고, 이때 가장 맛있는 오크라를 먹을 수 있다. 조금 더 익으면 딱딱해져서 먹기 좋지 않은데 이런 것은 속의 씨를 털어내고 차로 마실 수 있다. 촘촘히 박힌 잔털 때문에 선뜻 요리하기가 꺼려지기도 하지만 데치거나 굽는 등 손쉽게 요리할 수 있다. 자른 단면이 별모양을 하고 있어 장식용으로도 좋으며 당질이 많고 칼슘이나 철 등의 무기질, 카로틴, 비타민 C 등이 풍부해 영양 많은 채소이다. 염분 함량이 높으므로 땀 흘리는 여름에는 제격이나 고혈압 환지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공복에 1〜2개 암 억제
■토마토
‘토마토가 빨개지며 의사 얼굴이 파래진다’는 속담이 있듯이 현대의 3대 성인병이라고 할 수 있는 비만, 고혈압, 당뇨에 좋은 1등 채소일 뿐 아니라 빨간 색소의 리코핀은 발암 억제효과도 있다. 1년 내내 볼 수 있는 채소 중의 하나지만 한여름 태양과 닮은 붉은 모습을 한 토마토는 여름이 제철이다. 고대에는 너무 빨간 토마토를 유독식물로 여겨 관상용으로만 재배했다고도 한다. 토마토 잎사귀를 손으로 문질러 보면 보통 허브나 진한 향수 못지않은 싱그럽고 강렬한 향을 내는데 잎에는 토마틴이라 부르는 독성이 있어 먹어서는 안 된다. 가장 좋은 섭취방법은 공복에 토마토 1〜2개를 썰거나 갈아서 먹는 것인데 위염이 있는 사람은 많은 양을 한꺼번에 먹지 않도록 하고 칼륨 함량이 높아 소금을 찍어 먹는 것이 좋다.
당질·열량 풍부 환자에 좋아
■애호박
애호박은 속을 보호하고 기를 늘려주는 식품으로 소화기 계통에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으며 요리하기 쉽고 쓰임새가 다양해 주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기들의 초기 이유식에도 자주 등장하는 채소로 당질과 열량이 높고 비타민 함량이 많은 편이다. 지용성 비타민 A와 E가 풍부해 기름에 볶아 요리하면 흡수가 잘 되고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회복기 환자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채소다. 여름철에는 한 입 베어 물면 단물이 나올 정도로 단맛이 강해 따로 양념하지 않고 나물로 먹으면 좋고 노란 속살과 초록빛 껍질의 배합이 아름다워 식욕을 돋우어 주기도 한다. 껍질의 연두빛이 선명하고 위아래 굵기가 고르고 윤기가 흐르는 것이 좋다. 햇빛에 약하므로 서늘한 곳이나 냉장 보관할 경우 밀폐용기에 넣어 보관한다.
익힐수록 단맛, 피로회복제
■양파
양파를 반으로 잘라보면 가운데 심이 줄기이고 우리가 먹는 부분은 양파 잎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양파를 냉장고에 차갑게 두었다가 썰면 눈물이 훨씬 덜 난다는 것이다. 이는 양파의 세포 파괴 때 생기는 ‘알리인’이라는 물질이 낮은 온도에서는 휘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양파는 익힐수록 단맛이 증가하여 매운맛과 아린맛이 사라져 고급스러운 단맛을 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요리에 두루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양파는 생으로 반찬처럼 곁들일 때 진가를 발휘한다. 피로나 식욕부진, 신경불안정, 정력 감퇴 등에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등산이나 운동 때 생양파를 조금 먹으면 피로를 훨씬 덜 수 있다고 한다. 타원형보다는 동그랗고 단단한 것이 저장성이 좋고 껍질이 얇고 밝은 색일수록 양파가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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