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사는 이모(75) 할머니는 비타민C가 당뇨병에 좋다는 말을 듣고 평소 먹던 비타민 C의 용량을 늘려 하루에 2,000mg씩 섭취했다. 비타민C 만 복용했던 것이 아니다. 비타민 D와 E, 한국에서 친지가 보내준 종합 비타민제, 글루코사민 등 영양제를 함께 먹었다. 하지만 2개월 후 비타민제의 과다 복용으로 인한 심한 설사로 인해 장에 탈이 나 결국 응급실 신세를 지고 말았다. 종합 비타민제 한 알로 일일 영양소를 모두 섭취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특히 한인들은 ‘뭐가 뭐에 좋다’는 말에 너무 잘 휘둘린다. 비타민 C가 아무리 좋아도 적정량 이상은 우리 몸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의사들의 조언이다. 현명하게 비타민제를 골라 먹는 것이 필요하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으로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섭취되지 못해 보조제가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과용은 금물이다. 비타민 보조제,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먹을 수 있을까.
균형잡힌 식생활 하면 일부러 먹을 필요없어
과다 복용땐 구토·설사·두통·위염 등 부작용
임신-폐경기 여성·소화힘든 환자는 복용해야
#비타민제, 자연음식을 대신할 수는 없다.
비타민제는 그야말로 이름 그대로 보충제다. 아무리 좋은 비타민제라도 과일이나 채소, 홀그레인 등 같은 자연식품의 대체식품이 될 수는 없다. 건강한 상태에다가 음식도 영양을 고루 섭취하고 있다면 굳이 비타민 보조제를 섭취할 필요는 없다.
자연음식이야말로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 등 미량영양소(micronutrients)를 가장 잘 공급해 준다.
오렌지의 경우 잘 알려진 비타민 C 외에도 베타카로틴, 칼슘 등 다른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비타민 C 알약만으로는 복합적인 다른 영양 성분을 섭취할 수 없다. 또한 과일, 채소 같은 자연식품은 식이섬유를 충분히 공급해준다. 식이섬유는 당뇨병 및 변비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과일과 채소 같은 음식에는 자연 항산화성분인 파이토케미칼(phytochemicals)이 들어 있다. 파이토케미칼은 식물 내 각종 미생물 해충이나 가뭄, 자외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화학물질로 암 예방, 해독작용, 심장질환 예방 및 당뇨병, 고혈압 등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컬러의 과일과 채소 속의 항산화 성분은 세포와 조직의 손상을 가져오는 산화작용을 늦춰준다.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를 막아주는 것.
#비타민제, 꼭 먹어야 할까?
과일과 채소, 홀그레인, 로-팻 유제품, 콩류, 살코기, 생선 등을 고루 균형 있게 먹으면 굳이 비타민제를 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하루 1,600칼로리 이하로 먹는다든지, 임신했거나 모유수유 중인 경우, 생리양이 너무 많은 경우, 폐경기 후 여성, 만성 설사나 식중독을 앓고 있는 경우, 음식을 소화시키는 효소가 결핍된 사람, 간 질환, 담낭 및 췌장, 소화기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등은 필요하다. 또 소화기관을 수술했거나 음식을 통해 영양소를 충분히 소화하거나 흡수하지 못하는 경우는 필요하다.
#어린이들에게 멀티 비타민제 먹여도 되나?
편식하거나 잘 먹지 않는 자녀를 둔 경우 부모는 종합 비타민제라도 먹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자녀가 편식을 하거나 잘 먹지 않는다고 해서 영양 결핍증이 바로 생기지는 않는다. 전문의들은 굳이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보충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또한 최근에는 어린이들이 잘 먹는 음식에 특정 비타민 강화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정 먹이고 싶다면 소아과 주치의와 상담을 한 후 결정한다.
한편 어린이용 비타민은 캔디나 젤리처럼 먹기 쉽게 나와 있다. 하지만 자녀에게 줄 때는 사탕이 아니라는 것을 꼭 이야기하고 준다. 또한 자녀가 혼자 먹을 줄 알아도 어른이 주어야 한다.
또한 종합 비타민제를 먹이기로 결정했다면 종합 비타민제에 비타민 D가 포함돼 있는지 살핀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성장기 어린이의 뼈 형성에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미 소아과 협회에서는 비타민 D를 하루 400 IU 섭취할 것을 권하고 있다.
각종 비타민제를 과용하는 등 복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설사, 구토, 두통, 위염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칼슘제는 밥과 함께 먹어야 한다? 특정 시간에만 복용해라?
칼슘제는 대체적으로 흡수가 잘 안 되고 위장장애가 생길 수 있으므로 식사 직후 위산이 많이 분비됐을 때 복용한다. 탄산칼슘(calcium carbonate) 형태인 경우는 식사와 함께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산이 탄산칼슘의 흡수를 돕는다. 구연산 칼슘(calcium citrate)인 경우는 식사와 함께 먹어도 되고 공복에 먹어도 된다.
또한 하루 중 아무 때나 먹어도 된다. 식사와 함께 먹는 여부는 라벨에 복용법이 적혀 있으므로 꼭 라벨을 체크할 것. 보통 만약 1000mg 짜리를 먹는다면 한 번에 먹지 말고 2회로 나누어서 먹도록 한다.
한편 항생제나 고혈압 제제와 함께 먹을 경우 해당 약물의 흡수를 방해할 수도 있으므로 따로 복용해야 한다.
#‘메타뮤실’ 같은 식이섬유 보조제 매일 먹어도 괜찮은가?
메타뮤실(Metamucil), 콘실(Konsyl), 시트루셀(Citrucel) 같은 식이섬유 보조제가 장기간 복용하면 해롭다는 연구 논문은 아직 발표된 바 없다. 만성 변비나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겪고 있는 경우 주치의가 이런 식이섬유 보조제를 추천하기도 한다.
이들 식이섬유 보조제는 대변을 보다 부드럽게 해서 용변을 볼 때 용이하게 하는 것을 돕는다.
또한 식이섬유 보조제를 먹을 때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더 좋다. 물을 같이 마시지 않으면 오히려 변비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한편 식이섬유 보조제 역시 아스피린, 항응고 약물인 와파린(warfarin), 간질약인 카바마제파인(carbamazepine) 등 약물의 흡수를 늦출 수 있다.
또한 혈당 레벨을 낮추는데 도움을 준다. 당뇨환자 역시 식이섬유 보조제를 먹을 경우 혈당약과 작용해 지나치게 혈당을 떨어뜨릴 수도 있으므로 꼭 의사와 상담하도록 한다.
#임신하지 않았는데 임신부용 비타민 먹어도 되나?
항간에는 임신부용 비타민이 머리카락을 굵게 해주며 손톱을 더 튼튼하게 해준다는 주장 때문에 임신하지 않은 여성들이 임신부용 비타민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아니다.
건강한 여성에게 임신부용 비타민은 임신을 계획하지 않고 있더라도 결론적으로 먹어도 된다는 것이 의사들의 조언이다.
임신부용 비타민은 엽산(folic acid), 철분(iron), 칼슘(calcium) 이렇게 3가지 성분이 강화돼 있다. 임상보건의료향상연구소(Institute for Clinical Systems Improvement)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은 엽산을 하루 800 mcg, 임신 후에는 하루 1,000mcg로 늘릴 것을 권장하고 있다. 남성 여성 모두 건강한 사람은 하루 400mcg가 필요하다.
철분은 임신 중에는 27mg, 19~50세 여성은 임신하지 않은 경우라면 하루 18mg 이 필요하다. 51세 이후는 8mg이면 된다. 철분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변비, 구토, 메스꺼움, 설사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칼슘은 임신한 여성, 건강한 남성, 여성 모두 19~50세라면 하루 1,000mg이 필요하다. 51세 이상은 하루 1,200mg을 섭취해야 한다.
임신부용 비타민에는 칼슘 함량이 200~300mg 정도. 임신부용 비타민만으로는 칼슘 섭취가 충분치 못하다.
#비타민 워터가 일반 물보다 더 나은가?
비타민 워터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감미료를 첨가했거나 물보다 칼로리가 높은 제품도 있다. 균형있는 식사를 하고 종합 비타민제도 먹고 있다면 굳이 비타민 워터를 복용할 필요는 없다. 체중조절 중이라면 비타민 워터가 당분 섭취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일반 물을 그냥 마시기 힘들다면 레몬을 띄워 마시는 것도 좋다.
#종합 비타민 너무 맹신하지 않도록 한다.
베타카로틴은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애연가의 폐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워싱턴 대학 연구에서도 종합 비타민, 비타민 C, 비타민 E, 엽산 등은 폐암 위험을 줄여주지는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임신기간에 엽산 복용은 태아의 신경 손상을 방지에 도움을 줘 기형아 출산을 예방할 수 있다.
#비타민 C 너무 많이 먹으면 되레 독?
비타민 C는 우리 몸의 철분 흡수를 돕지만 비타민 C를 너무 많이 복용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또 꼭 비타민 C를 알약 보조제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 오렌지주스에 딸기, 빨강 피망, 브라컬리 등을 함께 먹으면 하루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 C는 거의 섭취할 수 있다.
건강한 성인은 하루 2,000mg까지 먹어도 된다. 하지만 비타민 C 과용은 심한 설사, 메스꺼움, 구토, 속쓰림, 복부 통증, 두통, 불면증, 신장 결석, 위염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통풍 환자나 간경화 환자는 비타민 C의 과다 복용은 피해야 한다.
균형 잡힌 식단으로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고 있다면 굳이 비타민제를 따로 먹을 필요는 없다. 나이를 먹거나, 건강 상황에 따라 의사와 상담한다.
라벨·유효기간 꼼꼼하게 살펴야
#비타민제 현명하게 고르기
-라벨을 꼼꼼하게 읽는다.
-용량이 높은 것은 피한다. 라벨을 보면 종합 비타민의 경우 하루 권장 섭취량(Daily Value, DV)이 서빙 당 몇 프로인지 적혀 있다. 종합 비타민의 경우 각 성분이 대체적으로 100%가 되는 것을 고르도록 한다. 하지만 한 성분은 500%인데 다른 성분은 DV가 20% 로만 표기돼 있는 경우보다는 각 성분이 고루 100%가 되는 것을 고르는 것이 낫다. 하지만 칼슘의 경우는 DV가 100%로 표기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칼슘 성분이 100%으로 만들려면 약제가 너무 커져서 삼킬 수 없다.
-라벨에 USP 표시가 있는지 확인한다. USP 표기는 미국 약전(US Pharmacopeia)에서 발행하는 약물 기준을 나타내는 공인된 규격. USP 표기는 약물의 함량, 순도 등이 USP 기준에 맞춰 제작됐다는 표시다.
-유효기간을 살핀다. 유효기간이 넘었다면 폐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아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화장실은 습기, 온도가 적절치 못하므로 넣어두지 않도록 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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