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 그러니까 기대 수명치는 48세다. 소득의 반 이상을 식품구입에 쓰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하루 12시간 노동이 예사이고 어린이들도 생계를 돕기 위해 일을 한다. 거리는 쓰레기로 꽉 차 있고 영아 사망률은 근 25%에 이른다.”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아프리카의 한 가난한 나라를 말함인가. 아니다. 미국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한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을 때 목도될 미국의 모습을 센서스로 나타난 수치를 통해 그려낸 것이다.
미국에서 센서스가 최초로 시행된 해는 1790년이다. 이후 10년마다 정기적으로 실시되어온 것이 미국의 센서스다. 스티븐 무어와 줄리언 사이언이란 두 학자가 이렇게 누적된 2000년까지의 센서스 수치를 파고들었다.
그들이 거기서 발견한 것은 엄청난 경제적 도약과 함께 수직향상을 한 미국인의 삶의 질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It’s getting better all the time’이다. 20세기는 질풍노도와 같이 미국이 팽창에, 발전을 한 시기였음을 센서스 수치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앞으로 펼쳐지는 21세기라는 시간적 공간에 쌓여질 센서스 수치들은 그러면 어떤 궤적을 보여주게 될까. 여전한 눈부신 도약인가, 아니면….
“왜 전통적 가정이 사라지고 있는가”- 2000년 센서스 결과가 밝혀졌을 때 뉴스위크지의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미혼모가 급증했다. 빈곤층 흑인계 10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수준이 높은 백인 중산층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 현상으로 바뀐 것이다.
젊은 세대에서 혼전동거는 보통이다. 동시에 줄고 있는 것이 전통적인 핵가족이다. 2000년 현재 전체 미국의 가정 중 미국의 전통적 가정, 다시 말해 핵가족 형태의 가정은 23.5%로 나타난 것이다.
두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 형태의 전통적 가정은 1960년에는 전체의 45%를 차지했었다. 그 전통적 가정 수가 해마다 줄어 70년 센서스에서는 38.8%로 집계됐다. 80년에는 30.8%, 90년에는 25.6%로 계속 줄더니 2000년에는 급기야 전체의 4분의 1도 안되게 된 것이다.
이 사실에 경악했다. 그러면서 이 현상이 주고 있는 메시지 해석에 뉴스위크는 골몰한 모습이었다.
핵가족이란 말이 처음 사용된 때는 1949년이다. 이후 두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이 핵가족은 미국사회에서 일종의 도덕적 불문율이었다. 과부도 아닌 여자가 홀로 아이를 키운다. 그런 형태의 가정은 그 도덕적 기반까지 의심받았던 분위기였던 것이다.
그 전통적 가정이 희귀종이 되고 만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미국이란 사회를 지탱하는 도덕적 규범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당혹감 속에 미 언론들이 던진 질문이었다. 무엇을 말하나, 전통적 가정이 희귀종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은 풍요의 축복이 거두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른다. 같은 질문에 대해 10년 후에 나온 답이다.
월스트리트 붕괴에서 시작된 불황을 인구통계학적 측면에서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두 부부와 자녀를 둔 전통적 가정의 붕괴가 그 원인일 수 있다는 진단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이다.
‘바잉 파워’가 가장 큰 가정은 다름 아닌 자녀를 둔 부부로 이루어진 가정이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적절한 크기의 주택을 필요로 한다. 그 필요를 채우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바로 자녀를 둔 부부들이다.
주택뿐이 아니다. 2세를 위해 부의 축적을 그들은 염원한다. 때문에 새로 가정을 형성해 나가는 이들은 주택시장은 물론 모든 경제활동의 지주역할을 한다. 그 전형적 가정이 계속 줄고 있다. 이는 주택시장붕괴로 이어지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1인가정이 보통이다. 동성애자 가정도 당당한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여진다. 다문화 가정에, 동거가정, 무자녀 가정 등이 보편화 되다시피 했다. 그러니 자녀를 둔 부부로 이루어진 가정이 오히려 비정상처럼 보일 정도가 됐다는 것이 2000년 센서스 이후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는 통계들이다.
전통적 가정의 붕괴는 이른바 ‘노마드시대’를 맞아 더 급속도로 이루어진다는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예상되는 것이 자녀를 둔 가정수의 격감이다. 2009년 현재 전체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자녀를 둔 가정은 2025년께에는 25%로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21세기의 센서스 수치들은 앞으로 어떤 궤적을 보여줄 것인가. 여기서 앞의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답은 아무래도 ‘It’s getting better all the time’은 아닌 것 같다. 2010 센서스 결과를 보아야 보다 확실한 것은 알 수 있겠지만.
가정이 무너져 내리면서 어린이 인구가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 이는 병든 문화의 결과로, 생육에 쏟아지는 축복을 스스로 거부한 것으로 보여 져 하는 말이다. 미국의 쇠망을 막는 지름길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가정의 회복에 있다.
옥세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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