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G2라고 말할 수도 없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 부장관이 최근 한 말이라고 한다. 전략적 재확인(Strategic Reassuarance)라고 했던가. 오바마 행정부의 대 중국 외교 전략의 기본개념을 설정한 당사자다. 그런 그가 내뱉은 푸념이다.
상당한 기대를 걸었었다. 그런데 실망의 연속이다. 아니, 분노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사사건건 몽니를 부린다. 딴전을 부리기 일쑤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을 아주 우습게 본다고 할까, 외교적 무례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중국을 바라보는 워싱턴의 불편한 속내를 부지불식간 반영한 것이다.
함께 세계가 맞은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로 중국을 받아들여야 한다. 월 스트리트 붕괴이후 미국이 보여 온 중국관이다. 그래서 열린 게 이른바 미국과 중국의 G2시대다. 이 G2시대에 대한 비전은 ‘전략적 재확인’이란 외교 전략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의 중국정책은 두 가지 상호 보완요소를 지녀왔다. 포용과 견제다. 중국을 평화유지의 당사자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포용정책이다. 거기에는 그러나 견제가 따라야 한다.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다.
중국과의 보다 밀접한 경제관계를 통해 전략적 협력관계를 개선해 나간다. 그러나 동시에 일본, 인도 등과의 전략적 동맹관계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클린턴에서 부시에 이르기까지 역대 행정부가 취해온 중국 외교정책이었다.
‘전략적 재확인’은 그러나 방향성이 다르다. ‘책임 있는 당사자’(Responsible Stakeholder)로 보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지역에서의 중국의 기득권을 아예 인정하는 식의 접근방법이다. 견제는 없고 포용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오마바 행정부의 아시아정책은 중국에 ‘올인’하다 싶은 인상마저 주었다.
중국의 환심을 사기에 바쁘다. 그와 반비례해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에게는 냉담하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의 미국이 보여 온 태도였다. 그 정책이 과연 옳았나. 아무래도 잘못 된 게 아닐까. 요즘 워싱턴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G2시대와 함께 그동안 더 무게가 실리게 된 것은 미국과 중국의 이른바 전략경제대화(S&ED)다. 지난 주 북경에서 열린 이 S&ED에는 오바마 행정부 각료의 절반 이상이 참석했다. 한 마디로 매머드 회담이다. 그러나 회의 결과 얻어진 소득은 미미하다.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날로 커지면서 그와 비례해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의 중국의 지도적 역할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에너지 문제에서 이상기후 대처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G2로서의 책임을 극력 회피했다.
문제 해결 당사자라기보다는 일을 더 꼬이게 하는 그런 존재로 비쳐지게 된 것이다. 천안함사태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도 그렇다. 극히 무책임하고 소아병적인 이해에만 매달려 있는 모습으로 일관한 것이다.
“중국의 집권지도층은 여전히 냉전시대를 살고 있다. 북한의 보호하기에만 급급해 하면서, 공산주의 형제애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리더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 했다. 아니, 리더로서 역할을 극력 회피하고 있다.”
천안함사태와 관련해 중국이 보여준 접근방법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비판이다. 워싱턴 측이 내심 특히 분노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오만한 태도다. 천안함 침몰 사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북한 김정일의 중국방문을 방문을 재고해달라고 워싱턴은 북경에 요청했었다.
중국은 무시했다. 미국은 당황했다. 그래서 나도는 말이 ‘미국의 굴욕’이다.
역설이지만 교훈을 얻지 않은 것은 아니다. 중국과의 ‘G2 체제’에 대한 환상을 거두어야 한다는 것이 그 교훈이다. ‘전략적 재확인’정책이 허구가 아닐까 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얻어진 교훈이다.
“이건 G2라고 말할 수도 없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한탄이 바로 그 자성의 목소리다. 미국과 가치와 이해체계가 전혀 다른 중국이란 체제와 세계문제를 해결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목소리가 워싱턴에서 들려오고 있다. 한반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라는 주문이다. “북한을 한 주권국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북한 핵으로부터 자유하기 위해서는 김정일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민주화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
중국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 이상 북한 문제를 중국에 ‘아웃소싱’해 해결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주장이 워싱턴 일각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만행이다. 민족적 비극이다. 그러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민주통일을 이룩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한국 국민의 의지다. 통일에의 염원이다.
옥세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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