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각증상 거의 없는 간경변 예방·치료 어떻게
간은 우리 몸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장기다. 인체 오른쪽 상복부에 자리한 간은 인체에서 해독작용을 담당하며, 혈액의 정화조 역할을 수행하고, 영양소를 보관하며 적절히 대사 처리하는 일을 담당한다. 또한 알부민, 혈액응고 단백질, 콜레스테롤 등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내며, 영양흡수에 꼭 필요한 담즙산을 만들어내고 담도를 통해 장으로 배출한다. 혈액 속 당, 단백질, 지방의 양을 조절하며 철분 등 비타민과 미네랄을 저장하기도 한다. 알콜, 각종 약물은 간에서 분해된다. 이처럼 많은 일을 수행하는 간은 흔히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간은 아파도 큰 증상이 없거나, 이미 증상이 나타나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경변은 ‘간경화’ 혹은 ‘간섬유증’으로도 얘기하는데, 간에 만성적인 손상이 생겨 나타나는 질환으로 초기에는 회복이 가능하지만 말기 간경변은 심한 간 손상을 불러오고 더 이상 간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들며 간암까지도 갈 수 있는 중한 질병이다. 특히 간 질환은 40~50대 남성에게 많다. 간경변(Cirrhosis)에 대해 알아본다.
해독·혈액정화·영양소 제조 ‘인체 화학공장’
만성 B형 간염·과음 탓 손상되면 합병증 유발
건강보조식품·영양제 과다 섭취 되레 해로워
#간경변은
만성 B형 간염, 만성 C형 간염 등 만성적인 바이러스성 간염이 되풀이되다 보면 간 조직이 손상되고 염증이 생긴다.
흉터가 생긴 간 조직은 세포 재생과정을 거치면서 섬유화가 진행되고 점차 크기도 줄어들며 표면에 결절이 울퉁불퉁하게 형성돼 돌처럼 딱딱해지고 굳어진다.
이렇게 되면 정상기능을 할 수 있는 간세포 수가 적어지면서 해독기능과 피를 맑게 하는 역할, 생명유지에 필요한 영양소 제조 등 간 기능은 떨어지게 된다. 결국 간 기능이 떨어지면 간이 점차 굳어지며 복수가 차거나 정맥류, 간성혼수 등 합병증이 생기게 되며, 간암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간경변의 원인으로 미국에서는 알콜중독, 알콜성 간염 및 C형 간염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한인들에게서는 B형 간염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만성 B형 간염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알콜성 간염, 만성 C형 간염 순이다. 또한 지방간염, 자가 면역성 간염, 경화성 담관염, 윌슨병 같은 유전질환 등도 원인이다.
전문의들은 “하지만 꼭 B형 간염에 걸렸다고 해서 다 간경변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반드시 다 간경변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만성 B 형, C형 간염을 앓고 있으면서 과음을 자주 하는 경우 간경화가 일찍 올 수도 있다. 또한 만성 B형 간염 관리를 소홀히 하다가 간경화를 거쳐 간암 진단을 받기도 한다.
#증상 및 합병증은
간경변은 특별한 증상이 없고, 걸렸어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간 기능이 저하되면 피로, 메스꺼움, 체중 저하, 소화불량, 복부 불쾌감, 피부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리에 부종이 생기며, 복막염이 생기기도 한다.
앞가슴에 거미줄 모양의 모세혈관 확장이 보이는 경우도 있으며, 남성은 유방이 여성처럼 커지거나 고환이 작아지기도 하며, 여성은 월경이 불규칙해지기도 한다. 간경변증이 심화되면 복수가 찬다든지, 황달증세를 보이며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눈과 피부에 황달기가 보이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복수가 차서 치료를 해도 잘 조절되지 않으면 간이식을 고려하기도 한다. 간이 딱딱하게 굳어져 간에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피가 역류해 정맥류 및 정맥류 출혈이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식도나 위장으로 피가 역류하면서 식도와 위 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고, 정맥류 출혈이 생기면 입에서 피를 토하거나, 검은색 변을 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배꼽에 탈장이 생기거나 뇌기능을 억제하는 간성혼수, 당뇨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간성혼수는 간 기능이 떨어져 독소들이 간에서 해독되지 못하고 바로 전신순환계와 뇌 혈류로 유입돼, 중추신경계 기능을 억제해 신경장애, 성격변화, 판단능력 저하, 수면장애 등을 일으키며 심하면 혼수상태를 일으킨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간암이다. 간경화로 인한 간암은 원발성 간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세포암(Hepatocellular carcinoma 또는 HCC, 일반적인 간암)으로 매우 공격적인 암이다.
간암 환자의 80% 이상은 B형 또는 C형 간염을 앓고 있으며, 이중 80% 이상은 간경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간경변을 진단받은 후에는 정기적으로 간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간경변 치료는
간경변으로 진단받으면 사실 완치는 매우 힘들다. 하지만 더 심해지지 않도록 병증 진행을 억제하며, 간 기능을 잘 유지시켜 합병증 예방에 치료 목적을 둔다. 만성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에 의한 초기 간경변은 항바이러스 약물 치료를 받게 되며, 알콜성 간경변은 술을 끊고, 적절한 관리로 증세를 어느 정도 호전시킬 수는 있다. 진행이 오래된 간경변 치료는 간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복수가 찬 경우 혹은 다리부종이 생긴 경우는 저염분 식사를 하며 이뇨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심하게 복수가 찬 경우는 복수 천자로 직접 복수를 빼내기도 한다.
정맥류 출혈이 생긴 경우는 내시경으로 혈관을 묶거나 약물을 직접 정맥류에 주입하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건강 보조식품에 주의를
간 건강에 이상이 생겼거나 B형 간염 등 진단을 받으면 의사들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뭐를 먹어야 간에 좋으냐”는 질문이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특정 건강보조식품을 찾기 보다는 음식을 골고루, 싱겁게 먹을 것”을 조언한다.
간경변 환자의 간은 이미 해독기능이 떨어져 있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거나 확인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 지나친 영양제 섭취나 생약제, 한약을 맹신하면 오히려 간을 더욱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입소문을 따라 간에 좋다는 보조식품을 찾는 것보다는 되도록 간에 무리가 가지 않게 생활해야 한다. 특히 약물 복용은 간단한 비타민이나 오버 더 카운터용 진통제라도 주치의와 꼭 상의하고 복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아스피린, 애드빌, 모트린 등 복용은 피하며, 타이레놀은 의사에 따라 통증 완화를 위해 추천하는 경우가 있다.
#간경화 환자의 건강관리
-술을 반드시 끊는다.
-약은 꼭 필요한 약만을 복용해야 한다. 손상된 간은 해독작용이 극히 떨어져 있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을 포함해 모든 약물 치료법을 주치의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모든 약 복용은 주치의와 상의하며, 알콜이 함유된 진통제 또한 주치의와 상의해야 된다.
-간경화를 앓고 있는 환자는 주위에 아픈 사람들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이미 간이 손상됐다면 간이 건강한 사람만큼 바이러스 감염에 쉽게 대응할 수 없다. A형, B형 간염 예방 백신이나 폐렴, 독감이나 감기 백신을 맞도록 한다.
-균형있는 식단을 통해 영양을 고루 섭취한다. 간경변은 영양부족과 체중 손실을 일으킬 수 있어 신선한 과일과 야채, 현미, 적당한 단백질 등을 섭취해 매일 적어도 2,000~3,000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A, C, E를 포함한 음식을 섭취한다.
-저 염분 식사를 한다. 소금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과다 소금 섭취는 다리 부종이나 복수가 차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소금의 나트륨의 과다 섭취는 영양 불균형을 초래한다. 음식에 소금을 치지 않기 위해서는 레몬주스나 허브를 소금 대신 사용할 수 있다. 나트륨이 높은 통조림 수프는 피하며, 간장, 케첩, 마요네즈 등도 먹지 않도록 한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충분한 수면 및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스트레스와 과로를 줄인다.
-불건전한 성생활이나 비위생적인 생활 습관은 멀리한다. C형 간염은 감염된 혈액 수혈, 마약 등 정맥주사, 약물 남용, 비위생적인 의료행위, 성적 접촉으로 감염될 수 있다. B형이나 C형 간염을 간접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주사기, 면도기, 칫솔, 손톱깎이, 미용기구 등 용구는 따로 쓰도록 한다.
술·담배는 무조건 끊어라
#술 많이 마시면 간경변 생기나
자주 과음한다고 해서 금방 간경변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간염 바이러스 없이 알콜만으로 간경변이 생기려면 10~15년 이상 매일 같이 과음해야 걸릴 수 있는데, 남성은 하루 5잔 이상, 여성은 하루 3잔 이상 꾸준히 매일 같이 마시면 알콜성 간경변에 걸릴 수 있다. 한 잔의 양은 알콜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맥주는 12온스(355 ml)가 한 잔에 해당하며, 와인은 5온스(148ml), 보드카나 진, 스카치, 버본, 브랜디나 럼 같은 하드 리커 종류의 술은 1.5온스(44ml)가 한 잔에 해당한다.
B형 혹은 C형 간염이나 간경변증을 앓고 있다면 단호하게 술은 끊어야 한다.
술은 간에서 걸러지는 독소다. 과음을 자주하거나 습관적으로 술을 찾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간경변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술은 간 기능을 저하시킨다.
담배도 술 못지 않다. 담배는 폐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이온 객원기자>
술, 담배, 스트레스 등은 간 건강을 해치는 요인들. 특히 B형 간염이나 간경변 진단을 받으면 꼭 술은 끊어야 한다.
B형 간염, C형 간염은 간경변과 간암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간염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아무 증상이 없을 수 있으므로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현명하다. 초음파 검사로 간 검사를 받고 있는 환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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