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한국정부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조치도 발표되었다. 북한도 강하게 반발하며 남북교류 중단을 선언하였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쟁의 우려마저 높아지고 있다. 안보 리스크를 반영하듯 주식과 환율도 요동치고 외국에선 불안한 눈초리로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다.
향후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곰곰이 그리고 차분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왜 천안함에 어뢰를 쏘았을까? 그리고 한국정부의 대응조치가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남북관계는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북한의 행위는 규탄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이런 사건이 처음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2002년 여름 많은 사상자를 내었던 ‘연평해전’은 차치하고라도 지난해 말에도 남북간 군사적 공방이 있었다. 물론 지금처럼 북한이 기습적으로 공격한 것은 아니지만 서해상에서의 군사적 출동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또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우발적이라기보다는 고도의 계산된 산물로 봐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지시를 내리진 않았다 하더라도 북한 체제상 적어도 최고 권력자의 암묵적인 동의없이 군부에서 돌출행동을 했을 리 없다.
북한 입장에선 유화정책에서 선회한 이명박 정부의 ‘반동적인’ 대북정책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긴장국면을 조성해 주도권을 잡은 후 남한과 미국으로 부터 일정한 양보를 얻어내려고 했을 것이다. 북한이 그간 즐겨 사용했던 ‘벼랑 끝 외교’ 전술의 연장선상으로 볼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구태의연한 방식은 북한의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남북교류 중단이 목표는 아닐 것이다. 이전과 달리 남쪽의 대응이 강경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 당황하는 기색도 보인다. 중국 또한 겉으로는 북한을 지지하는 듯 하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의 이러한 행위에 내심 못마땅해 하고 있다.
그럼 한국의 전방위적 압박 대응은 과연 최선의 방책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정부안은 강경해 보이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적고 오히려 북한을 자극해 남북관계 단절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북한의 전략에 말려든 느낌마저 든다.
유엔 안보리 회부는 중국의 협조 없이는 그 효용성이 약하고 북한 선박의 제주 해협 통과 불허나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경협 중단 그리고 대북 방송 재개 등도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더구나 북한 못지않게 한국이 치러야 하는 대가도 만만치 않다. 주식 시장에 미친 부정적 영향 뿐 아니라 한국 국적기의 항로 우회나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차라리 문제를 단순화시켜 북한의 군사도발에는 군사적 행동으로 맞선다는 원칙 아래 매우 제한적인 군사적 반격을 통해 북한에 메시지를 주고 마무리 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큰 실익도 없는 대책들을 전방위로 전개하면서 북한을 자극해 남북관계 단절을 가져오는 것이 과연 최선책이었는지 곱씹어볼 문제이다.
북한 역시 한국정부의 대응에 강경책으로 맞서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제한적인 군사충돌이 더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군사도발은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적 행위이고 북한은 전면전을 할 의도나 능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어 위험한 지역이라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널리 퍼질 것이고 이는 북한뿐 아니라 한국에도 도움이 될 수 없다. 당장 올가을 G20 정상회담을 주최하는데도 부담이 된다.
10년간의 진보정권의 대북 유화정책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이에 대한 공과를 따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1990년대의 남북관계로 돌아가는 것이 대안일수는 없다. 현정부의 역사적 안목이 아쉬운 대목이다.
엊그제 동료 교수의 전화가 잊혀지지 않는다. 이번 주에 가족들과 한국을 다녀올 예정인데 괜찮겠느냐고.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겠느냐고. 더 이상 외국인들이 이러한 걱정을 안 해도 되는 한반도의 평화는 언제나 올지 안타까울 뿐이다.
신기욱 /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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