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졸업시즌이 되어 각 대학에서는 졸업생들을 배출하고 있다. 4년 혹은 그 이상으로 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는 학생들은 저마다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고 좋아들 한다. 이 중에는 학사도 있고 석사도 있고 박사도 있다. 나름대로 자신의 전공에서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고 졸업하는 학생들의 노고는 높게 치하해도 좋을 것이다. 졸업이란 과연 무엇인가. 영어에서의 졸업의 의미는 ‘코멘스먼트’라고 하여 새로운 출발을 뜻한다. 그런 것 같다. 졸업이란 끝이 아니라 새롭게 열리는 또 다른 인생의 첫 시작이라 해도 될 것이다. 학사는 학사대로, 석사는 석사대로, 박사는 박사대로 새롭게 펼쳐지는 인생의 장이 졸업과 함께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에도 졸업이 있는가. 이 말을 바꾸어, 인생에도 졸업이 있고 새로운 시작이 있는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 대답하기 쉬운 질문은 아니다. 그러나 인생에도 졸업은 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죽음의 때가 인생의 졸업 아닌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인생의 졸업은 엄마의 태에서 한 인간이 끊어져 나와 스스로 호흡할 수 있는 그 때가 바로 졸업이 아닐까. 한 인간의 탄생은 우주 내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별의 탄생과도 같다.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 한 인간인 ‘엄마’라는 사람으로부터 출발된다. 엄마의 배 속에서 성장했던 한 인간이 엄마의 품에서 나오는 그 순간은 한 자아의 새로운 출발이다. 인간의 새로운 탄생은 새로운 별의 탄생과도 같이 신비한 일이지만 이때부터 한 인간의 희로애락은 시작된다.
인생의 전체를 놓고 본다면, 사실 사는 날 전체가 공부의 연속일 수 있다. 날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살아가니 그렇다. 경험은 자신이 하는 것도 있고 타자를 통해 보며 하는 것도 있다. 그러한 경험 속에는 후회도 있고 반성도 있다.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다. 시작도 있고 반복도 있다. 실패도 있고 성공도 있다.이렇듯, 반드시 학교에서 주어진 과목 및 선택한 과목을 끝내고 졸업하는 공부만이 공부는 아니다. 엄마의 배 속에서 나오는 그 순간 한 인간은 세상이란 커다란 학교의 광장에 내 보내진다. 세상 자체가 스승이요 사는 것 자체가 공부의 과정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그 커다란 세상의 일부분, 즉 한 인생살이의 한 과정에 불과할 뿐이다.왜냐하면 정규학교를 졸업하지 않고도 인생을 아주 멋있고 즐겁게 그리고 풍족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서의 학교는 곧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세상 전체다. 세상 속엔 인생살이의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세상에서 열심히 배우며 닦아가는 나름대로의 인생 공부가 그들로 하여금 성공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나, 세상을 학교로 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나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자신이 전공한 과목이나 직업이나 혹은 사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생이나 사람이다. 또 하나는 전공이나 직장 혹은 사업이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이나 사람이다. 인생살이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여기서 판가름 나는 것 같다. 적성에 맞게 공부를 한 학생이나 적성에 맞는 직업이나 사업을 가진 사람은 그 전공을 살려 혹은 그 직장이나 사업체에서 평생 즐겁게 일하며 살아갈 수 있다. 즐겁게 일할 때, 일은 능률이 오르고 그 능률은 곧 성공과 직결된다. 그러나 적성에 맞지 않는 경우가 문제다. 이런 사람들은 빨리 자신의 적성에 맞는 쪽을 택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생살이는 단 한 번에 끝난다. 다시 반복되지 않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다. 이렇게 귀한 한 번의 인생살이를 왜 구차하게, 상을 찌푸리며 살아가야만 하는가. 매일 즐거워도 못다 할 짧으면 짧은 인생살인데 상 찡그리며 살아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무조건 삶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 그러한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는 일이 먼저 즐거워야만 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에 이미 졸업한 상태로 태어난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새로운 자아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인생살이에는 졸업이 없고 매일 매일 새로운 시작만 있을 뿐이다. 학교에서의 졸업도 새로운 시작의 한 부분이다. 새로운 시작이 자신에게 맞아 늘 즐겁고 흥겨운 나날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정말로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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