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주 뉴욕한인교사회 회장
대학 시절 미국 대학의 신입생(fraternity/sorority initiation ceremony) 환영회를 보았다. 이상 야릇한 행동을 다 해 가면서 어느 집단에 소속되려고 기를 쓰는 학생들을 관찰했다. 심지어는 이 신입생 환영회를 실천하려다가 죽는 학생들도 있다. 폭음을 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다가.또 대학에 다닐 때 한인들이 모이는 교회와 같은 단체에서 유학생 부인들이 이중문화 여성들(외국인 남편을 가진 한국인 여성)을 차별하는 모습을 보았다. 교회라는 ‘거룩한’ 곳에까지 와서 유세를 떨고 외국인과 결혼한 여성들을 한국에서 소위 말 하는 ‘양공주’ 취급을 했다. 심지어는 이 유학생 부인 몇몇은 그 분들 옆에 앉기까지 거북해하며 자기네들 ‘끼리끼리’ 히히덕거리면서 패거리를 만들어 ‘놀고’ 있는 현상을 보았다.
이런 ‘패거리’ 현상을 우리 1.5세, 2세는 영어로 이렇게 표현한다: ‘FOB(fresh-off-the-boat)’ 물론 모든 ‘FOB’ 들이 이런 행동을 하진 않는다. 유교 사상의 ‘양반’ 우세를 떨고 있었다. 이 몇몇의 유학생 부인들은 자신은 ‘순수하고 품위 있는 유학생 부인인데’, ‘한국에서 아무개의 딸인데’, ‘한국에선 자기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데’ 등을 이유로 ‘감히 내가 어떻게 저런 여인들과 자리를 함께 할까?’하면서 자신의 ‘유세’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불의를 보면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라 어린 내가 유학생 부인들에게 이렇게 발언한 기억이 난다: ‘당신 똥이 이 사람들 똥보다 더 굵습니까?’ 이 유학생 부인들은 나를 어느 괴물 보듯이 쳐다보았으나 그 이후 다시는 내 앞에서 노골적으로 외국인 남편을 가진 여인들을 차별하지 않았다. 물론 나같이 어리고 당돌한 학생을 아예 상대하지 않겠다고 생각했겠지만.
그 후로 나는 이 이중문화 여성들과 친하게 지냈다. 매일 학교식당에서 기름진 음식만 먹는 나에게 김치를 손수 해다 줬고 청국장 먹으러 집으로 놀러 오라고 초청도 했고 또 베이비시팅과 같이 용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줬고 가끔 교회 친목시간에 남은 음식을 슬쩍 싸서 내 가방에 넣어 주기도 했다. 이 여인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내가 속해있던 한글학교에 데리고 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는 대학 때 노골적으로 몇몇 한국인 유학생 부인들이 이중문화여인들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행동을 봤다. 그리고 나는 이에 맞서 나보다 어른인(그러나 어른답지 못한 우월주의자/관료주의자) 유학생 부인들에게 ‘똥’ 이야기까지 꺼내면서 대들었던 기억을 한다.
졸업한 후에도 나는 뉴욕에 있는 ‘무지개 집’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Asian Women Center’의 후원도 했었고 지금은 교회 여성 연합회의 ‘한가정 돕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많은 한인들은 관료주의자이다. 사회 위치가 높고 힘을 누리고 있는 세력에겐 ‘굽신 굽신’ 아부하고 자신보다 힘이 없고 또 사회적 약자들은 억압을 하려고 한다. 심지어 이런 행동을 금지하는 교회나 종교 기관에도 이러한 관료주의자가 많다. 이러한 사람들 때문에 종교기관이 오히려 모순의 탈을 쓴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처럼 왜곡돼 보일 때도 있다. 아니면 내가 존경하는 어느 목사님 말씀처럼 ‘교회는 죄인들이 득실득실 한 곳인가?’
오래전 우리 학교에 어느 기간제교사(substitute)가 있었다. 이 사람은 드러내놓고 동성연애자 교사들을 싫어하고 무시했다. 너무 지나치게 그들을 괴롭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자신이 동성연애라는 것을 숨기는(closeted) 동성연애자였다. 히틀러가 유태인들을 대량 학살한 이유의 하나가 자신의 엄마가 유태인이었는데 엄마를 증오했기에 모든 유태인을 증오했다고 하는 설도 있다. 어느 한 사람과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이 사람은 높은 지식을 누리고 있었고 한국에서 명문대학을 나온 사람이고 교포 사회에서도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 역시 여성단체의 ‘한가정 돕기’ 운동에 동참, 나와 함께 가정 폭력 피해자 여성과 아이들이 보호소에서 나와 자립하게 도와주는 일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이 분과의 대화중에 까무러칠 뻔 했던 적이 있다. 그는 매 맞고 사는 여인들은 ‘매 맞을 짖을 했기에 매를 맞는다’고 하셨다.
어떻게 유식하고 높은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사람, 그리고 우리 ‘한 가정 돕기’ 운동에 함께 동참하시는 사람이 이런 발언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위에 말한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는 동성애자 교사처럼 이 분도 혹시 학대를 받고 살지 않았나 하고 의심스러웠다. 더 나아가 이 분을 학대한 사람이 혹시 ‘너는 매 맞을 짖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맞아야해’하면서 구타를 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학대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들은 모든 사회에 있는 현상이다. 매 맞는 여인들을(피해자) 탓하는 사람들, 패거리로 몰려다니면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괄시하고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배경과 학벌과 부를 가지고 유세 떠는 사람들 모두 심적으로, 속으로 곪아서 고름이 밖으로 찔끔찔끔 나오는 사회적 ‘병자’다. 많이 아픈 사람들인 것이다. 보이지 않는 ‘탈’을 쓰고 자신의 아픔을 감추려고 패거리로 몰려다니고 이간질하고 차별하고 괄시하고 당파 싸움하고. 우리 모두 이 사람들과 같다.
우리 모두 치료(therapy)가 필요하다. 우리를 치료할 심리 치료사 어디 없습니까? 누구 똥이 굵고 냄새 안 나나 심판 해 줄 사람 어디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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