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이제 먼 인생의 길에서 각자의 커리어를 쌓고 좋은 삶을 위해 준비하는 많은 날들이 남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전공에 상관없이 그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말씀이 되기를 빌면서 이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전 부디 여러분들이 설계하는 인생이 좀 넉넉한 인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이 남아돌아서 넉넉한 그것보다, 각박한 마음으로 살지 말고, 열심히는 살되 남에게도 넉넉한, 그런 인생 말입니다. 제 분야가 경제 쪽이라 몇 가지 넉넉한 인생의 예를 이쪽에서 들어볼까 합니다.
약 20여년 전 이 칼럼에서 전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의 얘기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가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기 전이었는데, 전 그의 넉넉한 인생살이가 무척 존경스러웠습니다. 억만장자이면서도 세상의 조그만 부자들이 하듯 좀스럽게 가진 부를 뽐내며 사는 이가 아니고, 그는 자기 회사의 직원들과 월마트 주주들의 삶을 윤택하고 넉넉하게 만드는데 많은 애를 쓴 이었습니다. 자기 자신은 10년 된 픽업트럭을 타고 아칸소 시골에서 소박하게 살면서 회사를 엄청나게 키웠지만 그는 비즈니스 출장에서도 절약형 모텔에서 잠을 자고 그의 사장 사무실은 딴 중간 간부들의 사무실보다 크지도 않았습니다.
그 때쯤 또 소개했던 이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란 작은 도시에서 중산층들이 사는 동네에 4베드룸의 소박한 집에서 살면서도 자기 회사에 투자한 이들은 전부 백만장자를 만들어준 투자의 명인 워런 버핏이었습니다. 그는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부를 가진 억만장자이지만 설익은 조그만 졸부들이나 한국의 비밀스런 생활의 재벌들의 생활태도와는 전혀 다른 건강한 정신의 보통사람의 규범을 벗어나지 않은 훌륭한 인간입니다. 젊은이들이 배우려면 이런 투자자들에게서 배울 게 많습니다.
오늘 새로 소개하고 싶은 투자 세계의 멋진 인간으로는 잭 보우글이 있습니다. 펜실베니아 주 맬번이란 소도시의 소박한 사무실에서 그는 1조4,000억이란 엄청난 규모의 투자펀드인 뱅가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뱅가드는 딴 투자펀드들보다 수익성은 높지만 낮은 운영 수수료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는 힘없는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운영비를 우려내는 비양심적인 투자사 경영층을 줄곧 비판해 온 월스트릿의 훌륭한 자산 매니저입니다.
억만장자인 그가 피델리티의 창업자들 같은 마음으로 수수료를 걷어 왔더라면 지금쯤은 가진 재산이 몇 배는 넘었겠지만 그는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라, 그의 뱅가드 펀드에 투자한 많은 이들을 부유하게 만들면서도 그 자신은 14만마일이 넘은 8년 된 볼보를 타고 다닙니다. 80이란 고령에도 매일 출근해서 투자자들의 재산 증식을 위해 일하는 그는 12달러짜리 낡은 시계를 좋다고 아직도 차고 다니고, 월스트릿의 비양심적인 펀드 매니저들의 과다한 투자 수수료 편취를 도둑이라고 비평하고 약한 투자자들의 집단 소송에 전문가의 소견을 써주고 도와주는 자본주의 사회의 정의로운 무협전사입니다. 사실 뱅가드란 투자펀드의 이름도 영국의 유명한 넬슨 제독이 나일강 해전 때 탔던 사령함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습니다.
자기 일신의 편안함과 이기적인 마음으로 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들을 전부 망하게 해놓고 지금은 플로리다나 하와이에서 자기 자신들은 노후를 즐기고 있는 전직 회사 경영진들. 투자자들은 돈을 잃게 만들어놓고 자기들은 투자 수수료만 챙겨 실속을 챙기는 펀드 매니저들. 사기꾼 버니 메이도프가 아니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는 지난번 월스트릿 사태에서 보았듯이 후안무치한 낯 뜨거운 생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올해 세상에 나오는 여러 졸업생들은 취업이나 현실 인생 시작에서 어려운 시기에 나오는 셈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에 인생을 산다는 것에는 다른 큰 장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정신이 바르게 되는 시기에 세상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불경기에 사람들의 건강이 도리어 좋아지듯이, 어려운 시기를 사는 이들은 방종하지 않고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자기 형편에 과분하게 큰집을 사고, 형편에 맞지 않는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젊은이들은 장래가 어둡습니다. 그리고 각박한 생쥐들의 인생을 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억만장자들이지만 건강한 마음으로 보통사람들의 평상심을 잃지 않고 행복을 누리며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동체 이웃들의 부를 늘려주며 살아왔던 샘 월튼, 워런 버핏, 잭 보우글의 넉넉한 마음을 배워서 살아나가기를 빕니다. 미국 사회는 이런 이들이 많이 있어 우리 모두에게 "아, 이 세상 한번 살아볼 만한 멋있는 곳이구나" 생각나게 만들어줍니다.
이종열 /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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