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재정적자가 문제되면서 PIGS란 약칭으로 불리는 다른 유럽 각국의 고질적인 재정적자가 보통사람들에게도 친숙한 경제문제가 되었다. 이제는 나라들의 재정적자만이 아니라 한국의 지방자치 단체들과 미국 각 주정부 및 시들도 포함된 지방정부들의 재정적자가 차츰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아직 잘 모르는 분들은 빨리 아셔야 할 것이, 이 다음의 경제위기는 정부의 재정적자와 부채가 야기하는 공공재정 부실이 위기의 원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커지면 왜 경제는 죽을까?
먼저 경제효율의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1980년대 미국 경제가 저효율로 지지부진할 때, 생산성을 먼저 향상시킨 일본의 일류 제조기업들에게서 나온 VA(가치 높이기) 개념이 미국에 전해지면서 생산성을 연구해야 한다는 절실한 필요가 미국에서도 대두하게 되었다. 그런데 연구를 해보니, 한 기업에서 원재료를 사서, 저장하고, 생산현장에 원재료를 가져다 실제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을 고객들에게 배달하고 하는 전체 시간에서 정말 필요불가결한 일들로 보내는 시간은 전체 제조 사이클 시간 중 17% 정도밖에 안되고, 나머지 83%는 쓸데없거나 줄일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진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기계가 물리법칙 따라 돌아가듯이 할 수는 없으나, 전체 일에 들어가는 시간중 이 VA에 들어가는 시간의 비중을 높이는 경쟁자가 시장에서 승리한다는 철칙을 알게 된 것이다. 이다음 생긴 일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의 생산성 향상의 역사가 되었다. 그런데 여러 조직들을 생산성과 효율에 따라 분류하다보면 가장 효율적인 곳이 산업의 리더가 된 기업들이고, 가장 비효율적인 곳들이, 예상하셨겠지만 정부기관들이다.
100달러란 자금이 있을 때 기업, 가계, 정부 중 누가 쓰는 게 가장 효율적인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인가의 대답은 벌써 자명하다. 그런데 기업이나 가계에서 쓰지 말고 정부에서 알아서 써야 한다는 논리를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는 정치인들이다. 그래서 경기불황만 오면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는데, 정부 주도의 소비가 얼마나 낭비와 부정부패로 얼룩져 있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예들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세계 어느 곳이건 너무나 흔하다. 세상 어느 곳으로 가는지 모르는 다리를 알래스카 변방에 짓기도 하고, 지난 번 오바마 경기부양이라고 쓴 돈들 역시 정말로 경제 근간을 튼튼하게 해서 장래를 보자는 것에는 15% 정도밖에 안 가고, 지난번 버몬트주에서 보듯이 도롱뇽들이 시골길을 건널 수 있도록 자연보호 한다고 15만달러씩 쓰고 하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독자 여러분들이 잘 알 것이다. 정부 돈이란 건 세금으로 걷혀서 국고로 들어간 다음엔 누구의 돈도 아닌 것이다. 그러니 너무나 어이없는 곳에 쓰더라도 누가 간섭하는 이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경제사를 통해 미국의 대공황을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으로 타개했다고 배워 왔는데, 사실 미국 경제학계에서도 뉴딜이 경제회복에 정말 도움이 되었는지, 없었으면 더 회복이 건강하게 되었을 지에 대한 논쟁이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비능률적인 정부의 프로그램은, 정치적 의도로 키우기는 쉬운데, 한번 키우고 나면 줄인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미국 뉴저지 주정부가 지난 8년 동안 수수료와 세금을 115번 올렸는데, 지금은 정부 재정적자가 예산의 3분의1이다. 지출을 줄여야지 세금만 자꾸 올리면 세금인상 대상이 되는 부유층이 자꾸 떠나고, 세금 베이스가 줄어드니 또 다른 수수료와 세금을 찾아내고, 그러니 남아 있는 이들의 부담이 더 무거워져서 더 떠나고… 하는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문제를 포함하여 재정적자가 문제라는 어느 지방정부나 나라들의 재정도 마찬가지다. 커진 정부의 문제를 보여주는 쉬운 예를 보자. 뉴저지 뉴왁시의 평균 아동당 교육예산은 2만2,000달러다. 그런데 거의가 흑인인 이곳 학생들의 3분의1도 졸업을 못한다. 워싱턴 DC의 예도 비슷하다. 돈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곳 교원노조 어느 간부 봉급은 55만달러다.
캘리포니아의 주 재정문제는 해결불능이다. 고율의 세금으로 점점 고소득층은 떠나고, 예산 쓸 사람들만 늘어나는데 주의회는 세금 더 올리자는 민주당이 다수다. 한 가지밖에 길이 없는데, 그것은 지금 주의회 의원들 전원을 낙선시키고, 공인회계사들로 채우는 것이다. 건강한 정신을 가진 회계사들이 그렇게 할 리가 없겠지만 그것밖에는 해결책이 없다.
정부가 커지는 곳에서는 항상 예외 없이 경제는 죽는다. 정부는 비능률, 부패, 안이함, 부담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종열 /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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