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에 빠진 아이
사랑과 원칙으로 지켜야
9학년 제이슨이 컴퓨터를 업그레이드시켜 달라고 엄마를 졸랐다.
그래서 더 크고, 더 빠르고, 그래픽이 더 선명한 것으로 바꾸어 달라고 졸라서 테라바이트 하드드라이브와 기가 스피드의 컴퓨터를 사주었는데 제이슨은 MMORPG 인터넷 게임에 빠져 있다고 했다.
컴퓨터를 다루지 않고는 거의 모든 일이 불가능해진 세대, 모든 것이 즉석에서 이루어져야 만족하는 ‘instant gratification’의 시대, 인스턴트 메시지, 한꺼번에 수십명의 친구들과 채팅이 가능한 초고속의 인터넷, 수학문제를 풀면서도 셀폰으로 대화를 나누고, 채팅을 하면서 이메일을 점검하고, 빠른 음악을 들으면서 숙제를 하는 한꺼번에 다섯 가지 정도는 해야 직성이 풀리는 M세대(Multitasking 세대를 말한다), 랩탑과 웹캠 하나만 있으면 인터넷에서 개인방송국도 만들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 자녀들은 이제 인터넷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계층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인터넷 남용으로 인터넷에서 내 삶을 망가뜨리는 계층으로 전락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초·중·고등학교까지 아무 문제를 보이지 않던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서 수백명의 ‘friends’를 Facebook에 두고 그 많은 친구들과 일일이 대화를 하고 각종 파일을 다운로드, 업로드하고, 채팅을 하고, 게임을 하느라 금쪽 같은 시간을 낭비하다가 F학점을 받고 학교에서 정학처분을 당하기도 한다.
사이버 세계에서 구축한 내 자녀들의 정체성과 익힌 기술은 현실 세계에서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그 속에서 밤을 지새우면서 익힌 우주선 조종기술, 상거래술, 채팅기술이 현실 세계에서 사회성 기능으로 그대로 활용되어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환상과 테라바이트 거대한 용량과 기가허츠의 초스피드 속에 빠져 사는 우리 자녀들이 막상 환상의 사이버 세계를 벗어나서 현실 세계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킬로허츠(kilohertz)의 굼벵이 스피드로 한 번에 킬로바이트(kilobyte) 사이즈로 문제에 접근하라고 요구해 온다.
전공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활개를 치는 현실 세계에서는 기가허츠 초고속 스피드와 테라바이트 크기로 단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전문가가 되어 이 세상에서 살아남는 길은 킬로허츠로 기어가야 하고, 킬로바이트의 시시한 용량으로 아주 조금씩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런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느린 속도와 작은 크기로 교육에 임하기를 거부하는 우리 자녀들을 기다리는 것들은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그리고 사이버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유흥오락들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아무리 발달을 해도 부모의 자녀를 키우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그것은 ‘Structure와 Care’의 부모기술이다. 오늘날만큼 이 기술이 절실히 요구되었던 시절이 일찍이 없었다. 이 두 가지는 상반된 개념이다.
Structure는 가정을 지탱해 주는 부모의 확고부동한 자녀교육 원칙을 말하며, Care는 자녀에게 최선의 환경을 제공해 주고자 노력하는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을 말한다. 자녀에게 단호하면서도 동시에 부드러워야 하는 매우 까다로운 부모기술이 바로 이 기술이다. 그러나 원칙이 있다.
우선 부모는 단호해야 한다. 어떤 때 단호해야 하나?
세 가지가 있다. 자녀가 금전적으로 불합리한 것을 요구해 올 때, 자녀의 신변안전이나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때, 그리고 자녀가 상식에 어긋나는 옳지 못한 행동을 할 때이다. 가령 자녀가 1테라바이트 드라이브를 가지기를 원하면 부모는 무엇을 저장하는데 그런 용량이 필요한지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보아야 한다. 아이가 “I just need it.” 하고 짜증을 내면 아이의 짜증에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대처하는 것이 ‘care’를 실천하는 것이 되겠다.
컴퓨터를 업그레이드시켜 주지 않는다고 “I hate you!” 소리를 지르고 문을 쿵! 닫아버리는 아이에게 부모는 “저 녀석이 정말?” 하면서 조건반사 행동을 하지 않고 자녀도 이 일로 인하여 좌절하고 속상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 기분을 수용해 주어야 한다. 아이가 만약 밤잠을 자지 않고 컴퓨터에 매달려 있다면 이것은 자녀의 정상적 발달과 신변에 위협을 주는 문제이므로 이때는 단호해야 한다. 집안에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마저도 각오하여야 한다.
미성년 자녀가 가령 화를 내고 집을 뛰쳐나가서 말도 없이 친구 집에 간다던지 샤핑센터를 배회한다면 다음에는 경찰을 부르겠다고 통보하는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경찰을 부를 각오가 필요하다.
그리고 부모는 부드러우면서 합리적이어야 한다. 테라바이트, 기가허츠로 멋모르고 달아나는 자녀에게 킬로바이트, 킬로허츠로 기어가는 일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서 부모는 위에 침착한 대처 능력이 필요하다. 자녀의 인격을 존중하고, 자녀가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선별해서 제공해 주고, 위의 엄마처럼 자녀 행동에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고, 자녀의 일상생활에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흐트러지지 않는 단호함과 자애로 자녀를 대하여야 한다.
부모의 태도에 일관성이 유지될 때 테라바이트 크기와 기가허츠 스피드에 익숙한 오늘날 자녀들을 킬로바이트, 킬로허츠의 현실 세계에 뿌리를 내리게 만들 수 있다.
(213)234-8268
리처드 손 / 하버드카운슬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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