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레벌떡 강의실을 들어섰을 때 이미 수업이 시작된 지 꽤 되었을 때다. 자리에 채 앉기도 전에 교수님의 질문에 귀에 쫑긋해진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이중 잣대라는 의미가 무엇이지 아는 사람 대답해봐요.” 주변을 돌아보니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난 얼른 자리에 앉으며 손을 번쩍 들었다.
사람들은 내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시무룩한 표정을 짓거나 힘이 없어 보일 때면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즐겁고 명랑하게 살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지만, 내가 늘 웃고 즐겁고 쾌활하게 사는 모습을 보이면 바로 “쟤는 자신이 장애가 있다는 것을 모르나 저렇게 철없이 웃으며 살수가 있지”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늘 이상하게 생각해 왔다고 대답을 하자 교수님은 바로 그것이라고 무릎을 치시며 강의를 계속하셨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이런 이중 잣대가 장애인을 당황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 잣대이외에도 비장애인들의 옹졸하기 짝이 없는 관대한 포용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해하는 척도는 자신보다 못할 때라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팍스-웨버 증후군 (Parkes-Weber Syndrome)으로 하반신에 심한 통증을 가지고 있는 캐이시 마틴은 프로 골퍼로 골프대회에 나가 카트를 탈 수 있도록 요구하기위해 소송을 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첫 케이스였던 마틴은 몇몇 대회에 참가해 카트로 이동할 수 있었으나 걷는 것도 골프종목의 주 기능이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이유가 늘 비장애인 선수들로부터 잠잠하지 않았다.
카트를 타면 걷는 사람에 비해 걷는데 드는 에너지를 아껴 공을 치는데 쓸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에게 부당한 이득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쉬지 않고 문제를 제기해 장애인의 경쟁의 기회를 앗아가야만 했다. 타이거가 카트를 타면 스코어가 더 좋아질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생후 11개월 때 무릎 아래로 두 다리를 모두 절단한 육상선수이다. 그는 장애인으로는 처음 비장애인들의 올림픽에 출전하기위해 도전을 한 사람으로 더욱 유명하다. 그는 탄소섬유로 만든 의족을 착용하고 달리기를 한다.
그러나 비장애인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너무 잘 뛴 것이다. 그러자 비장애인 선수들뿐만 아니라 육상협회에서까지 탄소섬유가 사람의 다리보다 탄성이 좋아 피스토리우스가 비장애인들에 비해 경쟁에서 부당한 이익을 얻는다는 이유에서 그를 경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
그렇다면 의족을 만든 재료의 탄성에서 얻는 이익과 신체의 일부가 아닌 의족착용으로 힘이 두 부분으로 나누어 손실되는 양도 함께 고려해야 하지만 비겁한 비장애인들은 능력으로 쫓아오는 장애인들의 위협을 감당할 수 없어 그저 자신의 입장에서 무조건 경쟁자체에 참여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스포츠에서는 어떨까?
나는 미국 장애인 휠체어 대표 팀에서 선수로 뛴 적이 있다. 대표 팀에는 농구로 장학금을 받고 대학진학이 결정되어 있다가 골반 뼈의 수술로 인해 걷고 뛰는데 아무 장애가 없으나 일반농구 선수로 뛰기는 어려워 우리와 함께 휠체어 농구를 하는 ‘비장애인’아닌 비장애인이 있었다. 파라 올림픽 (일반올림픽 개최지에서 함께 개최되는 장애인 올림픽)에 미 국가대표로 출전하였을 때 이 선수의 자격이 문제되었다. 그때 국제 파라 올림픽협회의 결정이 참 인상적이었다. 장애인 올림픽이 장애인들의 스포츠증진에 있으나 일반 올림픽에서 뛸 수 없는 선수는 누구나 다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자격이 있다는 것이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을 아무 조건 없이 포용한 것이다.
한국에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비장애인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의 선을 그어놓은 포용이 아니라 어떤 도움이나 보조기기를 사용해서라도 우리사회에서 함께 경쟁하며 살 수 있는 폭넓은 이해와 참가의 의미를 찾으면 좋겠다. 참고로 그 비장애인 선수는 MVP가 되지 못했다. 농구기술은 어느 누구보다 좋지만 역시 휄체어 타는 실력에서 뒤져 장애인 선수에서 MVP를 빼앗기고 말았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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