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와 70년대 남가주에는 이런 조크가 있었다고 한다. 여름에 LA로 이사 온 사람들은 겨울이 될 때까지 인근에 산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스모그가 워낙 심해서 불과 몇십 마일 밖이 안 보이는 현상을 빗댄 말이었다.
당시 미국에는 또 모세의 ‘불타는 떨기나무’ 못지않게 신비로운(?) 사건들이 일어나곤 했다. 나무도 아닌 물에서 툭하면 불이 나는 것이었다. 가장 주목을 끌었던 사건은 1969년 6월22일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의 커이야호가 강 화재였다. 강물 위에서 불이 붙기 시작하더니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며 30분간이나 타올랐다. 물에서 불이 났으니 소방관들이 물을 뿜어 끌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원시인들이 이런 광경을 보았다면 필시 ‘하늘의 진노’라고 무서워하며 제사를 지냈을 것이었다. 현대인들의 눈으로 보니 그것은 ‘지구의 진노’였고 그 다음해인 1970년 미국에서는 제1회 ‘지구의 날’ 행사가 개최되었다. 하늘, 땅, 바다, 강, 호수 … 가없을 것 같은 자연도 아끼고 보살필 대상이라는 자각이 대중적으로 처음 생겨나기 시작했다.
올해는 ‘지구의 날’ 제정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4월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세계 각국에서 ‘10분간 전등 끄기’ ‘자동차 없는 거리’ ‘나무심기’ 등 행사가 열렸고, 워싱턴 D.C.에서는 이번 주말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열린다.
‘지구의 날’은 위스콘신 출신의 환경옹호론자 게일로드 넬슨 연방 상원의원(민)이 주창하고 대학생 운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성사시킨 행사였다. 첫 행사에 전국의 1만개 초중고교와 2,000개 대학, 1,000개 커뮤니티가 동참해 전체 참가인원이 2,000만명에 달했다.
이후 ‘환경’에 눈이 뜨이면서 지난 40년간 괄목할 변화가 일어났다. 미전국의 스모그 수치는 1/4이 내려갔고, 대기 중 납 성분은 90% 이상 낮아졌다. 공장 폐수, 폐유, 세제가 마구 흘러들어가 거품이 뿌글대던 호수나 강에는 물고기들이 살게 되었다. 60·70년대 물에 빠지면 응급실로 실려 갔던 클리블랜드, 커이야호가 강에서 사람들은 이제 낚시를 하고 수영을 한다. LA에서는 사시사철 먼 산의 능선들로 지평선이 아득하다.
대기정화법, 수질정화법 등 환경보호법이 제정되어 굴뚝경제의 주축인 공장들을 규제한 결과이다. 1970년 당시 미국에서 오염의 주범은 공장과 발전소였다. 이들 시설이 내뿜는 오염이 전체 오염의 85%를 차지했다. 이제는 15%로 줄었다.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것들은 대개 규제가 된 지금 지구 생태계를 위해서 개개인들의 생활습관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우리가 책임의식을 갖고 잘 살면 그만큼 우리 후손들이 건강한 지구에서 살수가 있는 것이다.
지구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그러면서 가장 효과가 큰 것 하나를 꼽는다면 고기를 덜 먹는 것이다. 40년 전 공장이 오염의 주범이었다면 지금 가장 큰 오염원은 축산업이다.
지난 1970년대 이후 전 세계 육류생산은 2배 이상 증가했다. 나라마다 잘 살게 되면서 너도나도 육식을 많이 하는 것이 생태계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남가주에서 5번 프리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축산농장이 나오면서 소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 많은 소들이 매일 먹어치우는 곡물사료와 배설물, 그로 인한 에너지 소비와 오염이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도 하기 어렵다.
UN 식품농업기구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육류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구 전체 온실가스의 18%에 달한다. 자동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뿜어내는 양보다 더 많다.
지구를 생각해서 자동차 안타고 걷는 것도 좋지만 그 보다는 햄버거 덜 먹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쇠고기 한 조각을 얻기 위해서는 그 16배의 사료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 많은 사료를 공급하려니 엄청난 양의 곡물을 재배해야 한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80%는 사람이 먹는 것이 아니다. 가축들의 사료로 쓰인다.
미국에서 고기를 10%만 덜 먹으면 한줌 곡식이 없어 죽어가는 10억 명을 살릴 식량이 생긴다고 한다. 지구를 지키는 간단한 방법은 소박한 밥상이다. 소박한 밥상이 나의 건강을 지키고, 지구 생태계를 지키며, 굶주림으로부터 제3세계를 지킬 수가 있다.
권정희 / 논설위원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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